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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러시아’ 내통 스캔들 확산
미 의회서 공식으로 트럼프 탄핵안 발의돼
2017년 08월 09일 (수) 10:09:0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7월12일(이하 현지시간)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를 들어 탄핵안을 공식으로 하원 의회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탄핵안이 의회에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이번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기에 당장 탄핵 급물살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그간 말로만 나오던 ‘탄핵’이 공식화 됐다는 점, ‘러시아 스캔들’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정국을 앞당길 신호탄이 될 가능성 또한 있다.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지난 7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안을 발의한 셔먼 의원은 탄핵안에서 “지난해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해임한 것은 헌법상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셔먼 의원은 1997년 이래 지금까지 내리 11선을 한 민주당 하원 중진 인사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이메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다는 생각이 신뢰할 만한 것임을 입증했다”며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결탁이 정신 나간 좌파가 꾸며낸 허황된 얘기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 조사 중 해고된 코미 전 FBI 국장이 수사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의 탄핵요구는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셔먼 의원이 발의한 탄핵안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다 하더라도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세 차례 의회에서 추진된 탄핵안은 공식적으로 가결된 적이 없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탄핵 절차가 본격화되기 전 자진해서 사임했고, 앤드루 존슨(1868년)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1998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것은 탄핵안은 하원에서 정족수의 과반, 상원에서 정족수의 2/3 이상 찬성을 해야 하는데, 현재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은 전체 435석 중 공화당이 241석을 보유, 194석의 민주당(194석)을 압도한다. 상원 역시 100석 가운데 52석이 공화당 소속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한다는 가정 하에, 하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24명, 상원에선 공화당 의원 19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백악관이 혼돈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며 가장 강한 허리케인을 의미하는 ‘5급 허리케인’에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남까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이목이 집중되는 것에 격노하고 있으며 트럼프 주니어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지지자들도 이번 사건은 재앙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 ‘메일’ 공개 파문 커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스캔들’ 확산에 불을 지피는 형세다.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지난 7월11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홍보담당자인 롭 골드스톤과 나눈 이메일 대화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에민의 아버지 아라스 아갈라로프는 모스크바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를 운영하며 ‘러시아의 트럼프’로 불리는 부동산 재벌이다. 아갈라로프 부자는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트럼프 그룹 주최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후원하면서 트럼프 부자와 인연을 맺었다. 아갈라로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친분이 깊고, 러시아 연방 훈장을 받기도 했다. 골드스톤은 트럼프 주니어에게 보낸 첫 메일에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공문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일 내용은 “러시아와 그 정부가 아라스와 에민(아갈라로프 부자)을 통해 트럼프를 지지하려는 활동의 일부”로서 “힐러리(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러시아 관련 활동을 범죄화(incriminate)할 수 있는 몇몇 공공문서와 정보를 확보했다”고 적혀 있다. 골드스톤은 이 문서를 “러시아의 검사(Crown prosecutor)가 제공했다”며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라고 적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메일에 “매우 좋다(I love it)”고 호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가 공개한 메일에는 힐러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러시아측 인사로부터 제공받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트럼프 주니어는 에민 아갈라로프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어렵자 골드스톤의 이메일 상 표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변호사(Russian government attorney)를 6월 9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직접 만나게 됐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 때 만난 인물은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 변호사다. 베셀니츠카야 변호사는 올해 42살로 1998년 모스크바 법률아카데미를 졸업했고, 3년간 검사 사무실에서 일했으며 2003년 기업 및 재산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러시아 법조인이지만 미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반러시아법으로 불리는 이른바 마그니츠키법에 대한 공개 반대 활동을 펼쳐 왔다. 그가 러시아 측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베셀니츠카야는 앞서 NBC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러시아 정부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트럼프측이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셀니츠카야는 “그들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과 같은) 클린턴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를 얻고 싶어 혈안이 된 것 같았다”며 “내가 가진 정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당시 만남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 것이었다고 밝히며 직접적인 내통의 실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이날 이메일 공개로 인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깊이 연결됐다는 의혹을 둘러싼 미국 의회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무엇보다 트럼프가 더 이상 ‘러시아 스캔들은 가짜 뉴스다’라고 주장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사퇴 요구
미국 전역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의 파문은 어디까지 계속 될까. 미국 민주당의 화살은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겨냥하고 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로, 중국·중동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굵직한 국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쿠슈너 고문은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고르고프 러시아 국영은행가에 이어 러시아 정부와의 연계 의혹을 받는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와 만난 사실이 확인되며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다. 최근에는 쿠슈너 상임고문이 카타르 억만장자로부터 5억달러(약 5745억원)에 달하는 투자 자금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강경 외교책’으로 전환했다는 의혹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랍권 국가가 주도하는 카타르 단교 사태에 쿠슈너가 막후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상황. 지난 7월11일 온라인 매체 ‘디 인터셉트’에 따르면, 2015~2016년에 쿠슈너와 그의 부친 찰스 쿠슈너는 카타르 억만장자 하마드 빈 자심(HBJ) 카타르 전 총리를 겨냥해 물밑 작업을 벌였다. 쿠슈너 컴퍼니 소유인 뉴욕 맨해튼 5번가 666번지 건물 때문이다.

쿠슈너 컴퍼니는 2006년 이 건물을 18억 달러에 사들였다. 2025년까지 40층을 증축하고 꼭대기 층을 고급 아파트로 개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건축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를 인용, 해당 건물 가치가 근저당액보다 적어 자본가치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2019년까지 건물 구입에 사용된 12억달러를 상환해야 했던 상황. 쿠슈너 컴퍼니의 계속된 물밑 작업에 HBJ는 5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나머지 금액에 대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쿠슈너 컴퍼니는 중국 최대 보험회사 안방(安邦)보험과 4억 달러 상당의 투자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 3월 무산됐다.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HBJ의 투자도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인터셉트는 이때부터 미국과 카타르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HBJ의 투자 협약이 지금까지 유효한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미국의 대 카타르 외교 정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순방에 나섰을 때 쿠슈너도 함께 동행하면서 모종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 선언을 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적 이익 때문이라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다. NYT 등은 트럼프가 사우디와 UAE와 사업 관계가 깊은 반면, 카타르와는 별다른 사업적 인연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슈너 선임고문이 지난해 6월 베셀니츠카야와 만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민주당 의원들의 쿠슈너 선임고문의 ‘기밀 취급 인가 권한’ 박탈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먼솔(코네티컷) 상원의원은 MSNBC 방송에 출연해 “쿠슈너는 사임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회동에 대해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쿠슈너가 트럼프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쿠슈너의 사임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주니어, 매너포트와 달리 쿠슈너 선임고문이 기밀 취급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최고 등급 비밀과 제한 지역에 접근 가능한 권한으로 인물에 대한 엄격한 배경조사를 거쳐 발급되는데 쿠슈너 선임고문에게 그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 중인 상원 정보위원회의 간사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은 최근 쿠슈너 선임고문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았으며 앞으로도 추가 자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워너 상원의원은 아직 그의 기밀 취급 권한을 박탈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쿠슈너가 누락한 3건의 만남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의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은 “지금까지 논의된 것을 고려하면 그가 국가 안보 문제와 자료를 다루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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