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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
개정협상 통해 우리 정부에 압박 수위 높일 듯
2017년 08월 08일 (화) 10:36:42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7월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FTA,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 흑자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장정미 기자 haiyap@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7월13일 산업자원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FTA를 개정하는 협상 절차를 시작하자”며 오는 8월 “워싱턴 D.C에서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 회의 개최를 미국이 요청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트럼프 “한미 FTA는 끔찍한 협상”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7월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는 협상 과정의 시작을 위해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우리의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급증했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실제로 줄었다”며 “이는 전임 정부가 이 협정을 인준하도록 요구하면서 미국민들에게 설명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8월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특별위원회는 한쪽 당사국이 개최 30일 전에 상대국에 통보하게 된다. 미국 행정부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하려면 협상 권한을 보유한 의회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고자 재협상 개시 90일 전 의회에 통보하고, 30일 전 협상 목표와 전략 등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양측 개정 합의 이후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다. 공청회를 개최한 다음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하는 순이다. 이 안건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친 뒤 국회보고를 하고 개정 협상 개시 선언에 들어간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양측이 개정합의를 이룬 뒤 의회에 협상 개시의향을 통보한다. 이는 협상개시 90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 이후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을 거쳐 협상개시 30일 전 협상목표를 공개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밟고 나서 개정 협상 개시 선언을 한다. 다만 제한된 일부 분야를 개정할 때 미국은 ‘한미 FTA 이행법’ 상 대통령에게 협정 개정권한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통상 협정 협상과 체결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기 때문에 의회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 측은 개정 협상을 통해 자동차와 철강, 원산지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쪽에 큰 폭의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8월 중순 시작되는 것을 감안할 때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나프타 재협상을 상호 지렛대 삼아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12일(현지시간)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차 파리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를 두고 “한국과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며 “재협상(renegotiating)을 통해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초 비보도를 전제로 가진 기내 간담회였으나 백악관이 하루 뒤인 13일 간담회 내용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이 내용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고 발표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 해에 400억 달러를 잃고 있다”며 “힐러리가 일자리와 돈을 챙길 수 있는 협정이라고 했지만 한 해에 400억 달러를 잃는 끔찍한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재협상을 막 시작했다. 이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동위 개최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정문에 따라서 특별공동위 개최 시기와 의제 등을 실무적으로 협의하겠다”면서 “미국의 공동위 개최 요구만으로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양국 실무진이 참여하는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가 꾸려지면 대미 흑자 감소세와 함께 한미 FTA가 거둔 여러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1~5월 미국을 상대로 68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억 달러나 감소한 수치다. 대미 흑자폭은 2015년 사상 최고인 258억 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232억 달러로 전년보다 26억 달러 줄었다.

산업부 “재협상 아닌 개정협상” 못 박아
지난 7월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를 요구한 것에 대해 “특별회기 소집을 요청하는 USTR(무역대표부) 명의 서한을 주미 대사관을 경유해 접수했다”고 밝혔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 국가가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요구를 하면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 FTA 공동위원회 개최에 응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있다. 미국 측의 서한에는 무역적자에 대한 지적과 함께 한미FTA의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상황을 검토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산업부는 “미측은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한미FTA 조문상의 용어인 ‘개정 및 수정’을 사용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상(follow-up negotiations)’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USTR측과 구체적인 의제 및 개최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현재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우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송부돼 있고, 우리 측 공동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개최시점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측은 이번 공동위원회에서 대한 무역적자를 감축시키기 위한 한미 FTA 개정협상을 개시할 것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특별공동위원회 개최수순일 뿐, 아직 한미 FTA 재협상 및 개정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한미 FTA을 다시 들여다볼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가운데, 정부는 이번 협상이 재협상(renegotiation)이 아닌 개정협상(amendment) 수준이라고 밝혔다.

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지난 7월13일 미국 측의 요구와 관련해 “한미 FTA 재협상이 아닌 개정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도 “한미 공동위원회 회담을 요청했다”며 “무역 장벽 제거와 개정 협상의 필요성(consider needed amendments)”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재협상과 개정 협상은 일견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기존 협상을 고친다는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폭과 수준이 다르다. 재협상의 경우 전면적인 개정을 위한 협상인 반면 개정협상은 일부 조항만을 협상하는 것이다. 단, 이조차도 협의를 통해 어느 수준인지를 논의한 후에야 재협상인지 개정 협상인지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 국장은 “어떻게 될지는 국장 정도의 실무급끼리 사전 협의를 해 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 명확한 것은 USTR 측이 논의를 위한 공동위를 요청했다는 점”이라며 “공동위를 통해 논의를 해 보고 나서야 재협상인지 개정 협상인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말대로 이번 공동위가 개정 협상 수준이라면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경상흑자를 두 배 늘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자동차 부문을 손 댈 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불공정 무역 사례로 꼽은 철강 역시 개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자동차, 철강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난 게 꼭 한미 FTA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어, 개정 협상 이후 미국이 원하던 바를 얻어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한미 FTA 협정상 우리가 반드시 미측의 FTA 개정협상 제안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며, 공동위에서 개정협상 개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개정협상 개시에 합의한 바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추후 공동위원회가 개최돼 미측이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를 요구하는 경우, 양측 실무진이 한미 FTA 시행 효과를 공동으로 조사·분석·평가해 한미FTA가 양국간 무역불균형의 원인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당당하게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철강업계의 우려 높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한데 대해 자동차·철강업계가 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재협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자동차·철강업계는 미국의 한미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향후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당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체결 이후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공격하며 재협상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또 철강업종의 경우 한국 업체가 덤핑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완성차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미FTA 발효 이후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계속 늘었던 반면,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로 미국의 한국차 수입액(16억8000만달러)의 9배에 달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5년간 한국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증가한데 그친 반면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증가했다. 특히 관세가 완전 철폐됐던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5% 떨어졌다. 미국차 수입은 지난 5년간 2012년 8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30%, 2016년 37% 등으로 매년 크게 성장했다. 때문에 개정 협상이 현실화된다면 자동차 업종이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체들도 덩달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한미FTA 발효로 무관세로 수출하며 큰 수혜를 받아왔으나 여기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7%, 11% 정도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미측이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이는 연비규제는 한국이 유럽, 일본보다 강하지 않고 수리이력 고지도 미국 30여개주에 비슷한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조정된다고 해도 미국차 수입에 크게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향후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해 한국에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통상환경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강업계 역시 한미FTA 재협상 요구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33억달러다. 대미 철강 수출액은 23억달러(약 2조6300억원)로 전체 수출 대비 약 12%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정부는 우리나라 철강업체에서 생산하는 열연 강판, 열연 후판, 냉연 강판 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선재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상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4월엔 현대제철 및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내 철강업계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부과해 이미 피해를 보고 있는데 어떤 조치를 더욱 강화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토로했다. 국내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물량의 2%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 자동차, 철강업계가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에 초긴장 상태인 반면 국내 전자, 반도체 업계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97년부터 WTO(세계무역기구)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반도체·휴대폰·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패널의 경우 무관세인 휴대폰용 패널과 달리 TV용 패널은 관세가 부과되지만,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의 중국·동남아시아 현지공장에 직접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미 FTA의 적용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가전제품 역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수출기업 상당수가 미국이나 멕시코 등 현지공장에서 생산 중이거나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는 등 한미FTA 재협상에 따른 직접적인 득실이 없는 상황이다. 내수시장에서도 국산 가전이 미국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내수시장 진출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생활가전 공장을 짓는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2019년 2분기까지 세탁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11월부터 진행될 듯
한미 양측이 8월 공동위에서 FTA 개정협상 개시에 합의하면 본격적인 협상 진행 시점은 이르면 오는 11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 개시를 위해선 양국 모두 국내법 절차를 밟는 데 최소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개최와 통상조약 체결계획 수립, 대외경제장관회의와 국회 보고 등을 거쳐야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미국 정부도 협정을 전면 개정할 경우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협상 개시 의향을 통보해야 한다. 고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는 그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마친 뒤 한미 FTA 재협상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었다”며 “나프타 재협상이 올 11월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대상으로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 분야를 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과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덤핑 수출 등으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16개 교역국에 대한 무역적자 보고서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 안보 영향보고서 등을 근거로 한미 FTA 개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면 한국이 적자를 보는 지식재산권과 여행 서비스,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부분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 내에서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도시) 등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을 한층 더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FTA 개정으로 큰 이익을 얻어낼 게 없는 우리 정부로서는 결국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FTA에 불만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측 입장에선 미국은 FTA로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 개정협상에 앞서 이를 제대로 양국이 짚어봐야 한다는 게 우리 측의 기조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과연 미국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국이 개정협상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등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미국의 FTA 개정 압박카드는 보호무역에 기초한다. 이에 자국 내 일자리 확충과 연관된 미국 자동차산업 및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철강산업 보호가 한미 FTA 개정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측의 목표다.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비규제 등 비관세 수입장벽, 한국산 철강제품 덤핑 수출 등을 미국은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측의 강점인 법률·미디어·문화콘텐츠 등 서비스업, 제약시장 추가 개방 압박도 예상된다. 한국의 FTA 협정세율(단순평균 1.6%)을 미국 수준(0.3%)으로 낮추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이 FTA 협정을 폐기할 최악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측도 한국과 FTA로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 농산물 등과 지식재산권(2015년 기준 미국 측에 60억달러 사용료 지불) 등 서비스분야에서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자동차 등 대한국 수출(지난 5년간 연평균 37.3% 증가)에 타격을 입게 된다.

개정협상에 앞서 트럼프 정부의 속내 파악해야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앞서 트럼프 정부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협정 종료 시 한국의 대(對)미 관세가 더 높은데다, 개정협상을 하더라도 미국이 얻을 실익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맹공을 쏟는 배경이 따로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대로 미국에 끌려가면 실익은 실익대로 뺏기고,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를 불공정무역의 원인으로 꼽은 것과 달리, 미국 무역적자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FTA 발효 후 한국 수입시장 내 미국 상품 점유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문제 삼는 대한국 무역적자는 양국 교역구조의 상보성과 미국의 산업경쟁력 부진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16년 양국간 교역의 93.4%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가중평균 관세율은 양국 모두 0.1% 수준에 불과하다. 협정 종료시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1.6%, 한국의 대미 관세율은 최소 4%로 한국의 대미 관세가 더 높다. 재협상 또는 개정협상을 하더라도 미국에 실익이 없고,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미국 USTR이 내놓은 공식무역장벽보고서에 보면 한미 FTA로 미국의 대한 교역에 상당한 정도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단 걸 인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지지층 등을 살펴볼 때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에 결국 포커스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보낸 서신에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개정협상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도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 내 업계와 의회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높이고 지지층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협상 요구는 트럼프 정부의 당연한 정치적 수순으로 풀이된다”며 “재협상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정부로선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개정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쌀 시장 개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이 쇠고기와 오렌지, 쌀, 녹두 등에 대한 협정세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와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FTA 개정 협상을 막기 위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등 미국측을 설득해온 정부의 노력도 아쉽게 됐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방미 수행경제인단이 총 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구매를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 카드를 너무 빨리 써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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