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민경철 해광기획 대표의 고희를 맞아 출판기념회 및 전시회가 열렸다. 해남 출신의 민경철 대표는 디자이너, 사진작가, 화가, 에세이 작가로서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황태일 기자 hti@

해남중·고와 서라벌예대 미술학과를 거쳐 1972년 옛 전남매일신문사 디자인실에서 입사하며 디자인과의 인연을 맺은 민경철 대표는 이후 30여 년 동안 전남일보 출판국 디자인과장, 광주일보 월간국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1997년 명예퇴직을 했다. 이후 해광기획을 설립하여 지난 20여 년간 자치단체의 홍보기획, 중소기업의 홍보 출판물 제작에 몸담고 있다. 민경철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디자인 50년 인생을 회고하다

▲ 민경철 대표

지난 4월 열린 그래픽 디자인전 <그때와 지금>, 회화전 <시간 속 풍경을 탐하다>와 에세이집 <뒤돌아 보면 모다 그리워>, 탐방여행기 <내 멋대로 발길 닿는 대로>의 출판기념회는 민경철 대표의 디자인 인생 50년을 회고하는 자리였다. 1991년 남봉미술관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으로 개인전을 가졌던 이후 25년 만에 열린 민 대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민 대표의 회화 24점, 디자인 24점, 사진 6점 등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전남의 디자인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과거세필로 그린 작품부터 에어브러시,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민 대표가 1974년 직접 그려서 만든 상표인 보해 인삼주 라벨지, 1983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특선을 수상한 한려수도 관광포스터 등도 포함되어 있다. 민경철 해광기획 대표는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며 “디자이너로,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쓴 글이나 그림, 그래픽 디자인, 사진 등을 묶어 기록으로 남기고 인생 70년을 돌아보는 의미를 담았다”며 배경을 밝혔다.

광주전남지역의 디자인 발전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민경철 대표를 두고 전남대 명예교수이자 전북도립미술관장인 장석원 교수는 ‘실전적 감각의 예리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평가한다. 장 교수는 “그의 광범위한 디자인 활동 중에서 유니크한 점은 우선 광고디자인을 들어야 하겠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일러스트레이션(Illustrtion)의 묘화(描畵)솜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회화에서 요구하는 회화성 내지는 예술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미지의 지극히 사실적으로 감각적인 면을 포착해냄으로써 훌륭한 일러스트화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에어브러쉬를 사용한 극미의 공간 속에서 대상을 사로잡는 솜씨를 보게 된다. 마치 사물들이 정교한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디자인, 사진 등 다방면에서 역량 발휘
전남산업디자인협회 창립전, 한국디자이너협의회전, 서울패기키디자인협회전 등 10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해온 민경철 대표는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등에 출품해 연3회 특선한 바 있으며 지난 1990년에는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에 광주·전남산업디자인협회(현 (사)광주전남디자이너협의회)의 이사장, 전남도전 및 광주시전의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사진 부문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전국칼라사진작품 공모전, 촬영대회, 전남도전을 비롯한 각 공모전에 30여 차례에 가까운 입상한 경력이 있다.

현재 (사)광주전남디자이너협의회 추천작가이자 고문, 한국미협 광주지회 회원, (사)광주전남발전협의회 문예진흥분과위원 및 장학생동우회 고문 등으로 활동 중인 그는 동신대, 전남대, 동강대, 송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광주대 예술대학 겸임교수로 9년을 제직하며 후학들을 위해 <디자인을 위한 색채>, <광고의 이론과 실제> 등의 교재를 발간해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민경철 대표는 “‘세월은 삶을 기다려주지 않고, 청춘도 다시 오지 않는다’(盛年不重來 歲月不侍人)는 말처럼 지난 세월을 한탄만 하고 있을 까닭이 없다”면서 “남은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모질도록 열심히 살아가는 제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고향인 해남에서도 전시회를 준비 중인 민 대표. 끊임없이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우리에게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는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