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덕 작가는 도시를 그린다. 도시에 존재하는 빛과 소리를 모티브로 <dream city>와 <composition>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다. 재현적인 그림에서 볼 수 없는 세련되면서도 경쾌한 조형 감각으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전해주고자 한다.
신선영 기자 ssy@
리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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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윤덕 작가. |
해가 지면 도시는 낮과 다른 풍경을 갖게 된다. 거리를 가득 매운 네온사인과 가로등, 속도감 있게 지나가는 자동차 전등이 도시를 새롭게 조성하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으로 부서지는 빛의 산란이 또 다른 형태로 가시화되며 감정을 증폭시킨다. 이것이 송윤덕 작가의 기본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도시를 그대로 그릴 때보다 구성과 배열을 다르게 했을 때 오는 시각적 즐거움이 더 크더라고요. 쉽게 볼 수 없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그렸다는 희열에 감동이 배가돼요. 일테면 칸딘스키의 <콘서트>같이 악상감이 넘치는 작품이요.”
<콘서트>는 칸딘스키가 쇤베르크의 콘서트를 보고 그린 작품이다. 콘서트홀에서 느낌 전율을 대략적인 묘사만으로 전달한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가치를 평가받으며 인정받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추상화에 대한 자양을 얻었다고 한다.
“칸딘스키 작품이 누가 봐도 질리지 않고 언제 봐도 새로운 이유는 이미지에서 소리, 냄새, 맛과 같은 다른 영역의 감각까지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공감각적인 원리로 우리가 사는 도시를 다채롭게 그리고자 했어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리드미컬하게 연결되고 자유롭게 분출하는 그런 도시요.”
삼십여 년 간 사실화를 그려온 작가가 돌연 추상화의 길에 들어선 것은 어떤 틀을 벗어나려는 자유로움과 관계있다. 추상화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점, 선, 면이 언뜻 보기에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서는 자기 주도적인 사고가 녹아나 있기 때문이다. 형태적으로나 기법적으로나 규격화된 것에 대한 일탈이다.
“추상은 내 속에 내재된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발현하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래서 형태는 직선과 곡선으로 단순화 시키고, 색채는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으로 대비를 시켰어요. 대비에서 오는 반전 효과가 어두운 도시를 리듬감 있게 살려주거든요. 그만큼 색채의 감각적 언어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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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 city, 116.8x80.0cm, mixed media on canvas. |
도시의 색채
송윤덕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색은 검정이다. 검정이 화면을 장악하는 힘이 있거니와, 붉거나 푸른색을 강조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바탕색으로 쓰기도 하고 윤곽선의 경계로 쓰기도 하며 색채에 내재된 은유와 상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원래부터 강렬한 색을 좋아했어요. 강렬한 색이 시선을 끌어당기면서 정신을 압도시키잖아요. 그래서 단번에 매료되는 직관적인 색, 언제 봐도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색, 누가 봐도 미학적 즐거움이 느껴지는 색을 만들기 위해 색채간의 조화와 대비, 밝음과 어둠에 대해 연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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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 city, 116.8x80.0cm, mixed media on canvas. |
기하학 형태로 평면상에 공간감을 실어줬다면, 색채 대비를 통해서는 그 형태에 운동감을 실어줬다. 그리고 그 위에 얇게 그려진 미세한 선 또는 얼룩과 번짐을 상응시켜 부피감을 조절했다. 작품의 진일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칸딘스키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자유분방함으로 표현의 가능성을 넓혔듯이, 저도 저만의 경쾌함과 재기발랄함으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치 리듬이 느껴지고 선율이 들리는 듯한 추상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밤낮으로 작업실에서 그렸는데 꼬박 오년이 지났어요. 추상으로 전향하면서 제 삶에도 새로운 활력이 생긴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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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eam city, 116.8x80.0cm, mixed media on canvas. |
그 결과 <dream city> 시리즈에서 도시적인 프레임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면 <composition> 시리즈에서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추상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순수 추상의 원칙으로 충실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작가의 정체성도 놓치지 않았다.
“추상이기는 하지만 연꽃이나 정물 같은 것들을 알아볼 수 있게 그려 넣었어요. 우리의 동양적 시정을 집어넣은 거죠. 우리의 장소, 우리의 정서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삶에서 집적해낸 의미 있는 것들을 가미해서 한국의 추상을 더 독특한 것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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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position, 116.8x80.0cm, mixed media on canvas. |
송윤덕 작가는 지금까지 3번의 개인전과 13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했다. 제 35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하고 현대여성미술대전에 특선했다. 제17회 인사동아트페어전에서 올해의 작가상, 대한민국현대여성미술대전에서 예총회장상,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사)마포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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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position, 116.8x80.0cm, mixed media on canv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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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y@newsmaker.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