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악기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30년 이상 현악기 제작에 전념해 온 사람이 있다. 이종대 현악실의 이종대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우연한 계기로 현악기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굴지의 현악기 제작가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이 대표는 자신의 가업을 이어 현악기 제작에 참여하려 하는 막내아들을 통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 이종대 대표는 “처음 재료 선택부터 완성 조립까지 한 사람이 작업해야만 좋은 악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저 바이올린의 형태와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 좋았지만 악기를 완성하고 소리가 나자 생명의 신비로움과 소리의 무한성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이종대 대표는 처음 현악기 제작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평생 악기 만드는 일에 종사해도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 현악기 제작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내 현악기 분야는 많이 낙후되어 있었고 거의 개발이 되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키기에는 환경과 조건이 매우 열악했다. 주변의 반대도 심했지만 그가 이 일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회사 중책도 뿌리치고 오직 악기 만드는 일에만 전념
처음에는 살던 동네의 작은 현악기 공방에서 일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던 중 좀 더 다양한 기술을 접해보고 싶은 생각에 이 대표는 그 당시 국내 제일의 현악기 제조 회사였던 삼익악기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바이올린 부서에 근무하면서 많은 부분에 있어 개인적으로 기술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그가 삼익악기사에서 배웠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분업화와 조직화를 통해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들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 국내는 물론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대량으로 현악기를 생산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은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큰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현악기를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시점에 때마침 동해종합통상(심로바이올린)이라는 곳에서 현악기 공장 설립에 동참해 기술 지도를 하고 생산라인 총책임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은 이 대표는 그 곳에서 공장 설계, 건축 업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현악기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이 대표는 이곳을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대량 생산은 물론, 그 품질 면에서도 해외에서까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가 크게 성장을 하고 안정세에 접어들자 그는 회사로부터 중책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나의 목표와 꿈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라며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는 이종대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만들고 대량 생산을 하기 보다는 좋은 질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이후 35년 동안 악기 만드는 일에만 몰두해 온 그는 15년 전부터 지금의 이종대 현악실을 차리고 악기 제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왔다.

악기는 꼭 한 사람만이 제작해야 좋은 작품으로 탄생
악기 제작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종대 대표는 “처음 재료 선택부터 완성 조립까지 한 사람이 작업해야만 좋은 악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분업화된 형태로 한 사람은 전판만, 한 사람은 후판만, 또 한 사람은 측판만 제작하도록 나누어서 작업을 해도 악기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소리는 난다. 하지만 한 사람이 오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자재를 직접 선택하고 전판, 후판, 측판, 네크 작업과 칠, 완성 조립에 이르기까지 150여 가지에 이르는 힘든 공정을 거쳐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내야만 악기의 각 부분들이 하나의 악기로 조화를 이루게 되고, 그렇게 모든 부분품들이 제작자의 의도대로 하나를 이루었을 때야 비로소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주로 자재는 유럽의 알프스산을 사용한다는 이 대표는 같은 메이플이라도 건조가 잘 되고 질감이 좋은 자재를 선별한 후 볼록한 아칭 형태로 깎아서 제작하는, 그렇기 때문에 공이 많이 들고 제작기간이 매우 긴 카브드(Carved) 공법을 고집한다. 또한 칠은 음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나무와 칠 재료들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재료를 선택, 직접 붓으로 칠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후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각 부분들이 제작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강도의 균형을 갖도록 조절한다. 이때 재료 자제의 강도에 따라 같은 공정이라도 높이, 길이, 넓이와 각도에 적절한 차이를 두게 되는데 이는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악기가 소리를 낼 때 장애 없이 소리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조립, 세팅하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악기 제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악기 제작자의 정성과 혼이 깃들어야 한다.” 즉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혼이 들어가야만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 제작자의 의도가 살아 숨쉬는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이종대 대표는 이야기한다.

제작학교 입학을 위해 오는 7월 외국 유학을 떠나는 막내아들과 함께 세계적인 현악기 제작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 대한민국 현악기 제작 수준과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자 목표라고 말하는 이종대 대표는 “국내 유명한 연주가들 혹은 세계 유명한 연주가들이 우리나라 악기를 사용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도 말한다. 그의 가업을 잇고자 유학을 떠나는 막내아들의 든든한 지원이 더해져 이종대 대표의 그러한 꿈이 머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