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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들, 카타르와 단교 선언
‘테러단체 지원’ 명분으로 카타르 압박
2017년 07월 10일 (월) 15:40:27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걸프 4개국 아랍국가들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지난 6월5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바레인과 사우디의 국영통신사는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카타르와의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중동 국가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단교 이유는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국제법에 의해 보장된 주권 행사에 따라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의 위험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카타르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카타르와의 모든 육상, 해상, 항공 교류를 중단하고 모든 형제국가들과 기업들에게도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카타르의 親이란 태도에 불만 표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임시정부와 예멘, 몰디브, 모리타니, 코모로 등도 카타르와의 단교 선언에 동참했다.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9개국은  카타르와의 국경을 봉쇄하고 해상 및 항공교통편을 모두 중단시켰다. 지난 6월5일 사우디 정부는 “카타르가 테러·종파 단체를 지원하고 이 단체들의 음모를 확산시켰다”며 “국제법상 보호된 국가 권리를 행사하고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해 카타르와 외교 및 영사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무부는 자국민의 카타르 여행과 거주는 물론 경유도 금지한다면서 카타르에 체류 중인 자국민은 14일 이내로 떠나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바레인, UAE, 이집트 등도 동시에 성명을 내고 카타르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지난 6월7일에는 모리타니 정부와 요르단 정부 역시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중동 국가들은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외교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단교 사태가 사우디와 이란의 권력 다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해석한다. 사우디와 이란이 벌이는 권력 다툼은 이슬람교의 종파(종교의 갈래)인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사우디는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시아파가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두 나라는 각각의 종파를 대표하는 국가다. 이슬람 인구의 90%가 수니파, 10%가 시아파다. 카타르가 이란과 가까이 지내자 이란을 견제하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단교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 구조가 형성된 중동에서 중립 외교를 추구하던 카타르에 불만이 사우디를 비롯한 동맹국들에게서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7개국은 또한 국제사회의 이란 적대정책을 비판한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후원하고 내정을 간섭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23일 카타르 관영통신이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정당화할 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잠재해있던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카타르 측은 해킹으로 인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지만 사우디 등은  카타르 언론 접속을 차단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이후 카타르 국왕은 사우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전화를 걸었다. 양국 정상이 “관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우디와 UAE 매체는 카타르를 거세게 비판했다. 한편 이란은 사우디 등 5개국 및 리비아 동부정부의 카타르 단교 결정에 우려하는 입장을 즉각 표명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실의 참모부장 하미드 아부탈레비는 자신의 트위터에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국경을 닫는 건 긴장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공격과 점령 행위는 불안정성 외에 야기하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카타르, ‘중동의 허브’ 위상 상실되나
카타르의 지형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삼면이 바다로 육상 국경인 남쪽은 사우디로 둘러싸여 있다. 사우디가 국경을 폐쇄하면 좁은 걸프 해역을 통해야만 외부 세계와 이어진다. 알자지라 방송은 카타르로 식품을 수송하려는 트럭 수백 대가 사우디 국경의 아부삼라출입국 검문소를 넘지 못해 줄을 늘어섰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보유한 자원 부국으로 지난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6만733달러로 세계6위에 달했다. 다만 자원산업 외에 제조업이나 농축산업은 부진해 수입에 의존하는 편인데 교역로가 막히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단교 조치는 (카타르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매우 놀랍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정당화할 수 없는 불법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단교 조치로 카타르는 UAE 두바이, 아부다비와 중동의 허브 자리를 다투던 위상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하는 중동으로 유입되는 세계 각국의 여객기가 중간 기착지로 거쳐 가는 허브였는데, 중동권 9개국이 단교함에 따라 카타르 노선을 중단시키면서 기능을 위협받게 됐다. 도하에서 열릴 2022년 월드컵 개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카타르 주식 시장은 단교가 발표된 지난 6월5일 7.27% 급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카타르에선 ‘패닉’(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섰고 카타르 증시는 추락하고 국제 유가도 하락했다. 카타르의 위기는 미국의 중동 정책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타르 국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3bp(1bp=0.01%포인트) 뛰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그만큼 커짐을 의미한다. 오는 2026년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카타르 달러 표시 국채의 수익률(금리)은 22bp 올랐다. 국채 가격이 그 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로써 만기가 같은 아부다비 달러 표시 국채와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7개월 만에 최대인 42bp로 확대됐다.

카타르의 고립은 미국의 중동정책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중동에서 미국의 안보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기지는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국 공군기지로,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은 이곳을 근거지로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공중전을 펼친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도 마찬가지다. 이에 미국 ABC뉴스는 카타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며, 쿠데타로 정권이 바뀔 경우 카타르 내 미군 기지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 역시 “이번 사태로 카타르가 터키와 이란 쪽으로 기울 수 있다”며 “이는 트럼피 미국 행정부의 ‘아랍 나토’ 구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美, 카타르 단교 배후에 러시아 해커 지목
미국 정보당국이 카타르 단교 사태의 배후로 러시아 해커들을 지목했다. 지난 6월6일 CNN방송은 “미국 정보당국은 카타르 국영 통신사 QNA를 해킹해 가짜뉴스를 내보낸 것을 러시아 해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QNA는 지난 5월23일 카타르 국왕이 한 군사학교 졸업식에서 “카타르 정부는 미국과 긴장 관계며 이란을 ‘이슬람 강대국’으로 인정한다”고 연설했다는 허위 뉴스를 내보냈다가 삭제했다. 이 가짜뉴스를 계기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수니파연합 7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수사관들을 카타르 도하로 보내 카타르 정부의 해킹 사건 조사를 돕고 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도 공조 수사 중이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FBI가 국영통신사 해킹과 가짜뉴스 송고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모든 위기가 오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NN은 “가짜뉴스를 보낸 러시아 해커들과 러시아 범죄조직 또는 러시아 안보당국과의 연관성을 FBI등이 확인했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수니파 중동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쿠웨이트가 중재에 나섰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난 6월6일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과 관련된 모든 국가와 대화를 이어가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외교·국방장관(2+2) 회담 참석차 호주를 방문 중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단교 사태가 중동 국가들의 ‘반(反) 이슬람국가(IS)’ 동맹에 틈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극적인 상황을 야기할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도 중재에 나섰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단교 조치에 따른 중동 내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쿠웨이트가 중재에 나섰다고 밝혔다. 알타니 장관은 알자지라 방송에 “쿠웨이트 국왕(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이 6일 오전 셰이크 타밈(카타르 왕)과의 전화회담에서 사태 해결을 중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국영통신 KUNA는 “셰이크 사바(쿠웨이트 국왕)가 전화로 ‘카타르 군주에게 형제애를 발휘해 이번 긴장을 완화할 기회를 마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립 위기 카타르, 전방위 외교전 펼쳐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의 단교 결정으로 고립 위기에 놓인 카타르가 전방위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11일 AFP통신에 따르면 카타르 외교부 소속 대태러·중동 특사 무트라크 알 카흐타니는 단교 결정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것도, 테러 자금 지원에 대한 것도 아니다”라며 “카타르의 독립 외교정책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orchestrated campaign)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흐타니 특사는 “지배와 통제를 위한 정책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타르는 테러단체를 과거에도, 현재도 지원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카흐타니 특사는 알 자지라에 “(테러조직) 탈레반을 받아들인 건 미 정부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며 “카타르는 미국과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정부 간 대화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가 그동안 테러단체를 지원했다”고 비난한 데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타르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한편 중재국을 통해선 단교를 선언한 걸프·아랍국에 대화를 제안하고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카흐타니 특사는 “더 많은 친구들이 있다”며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재국으로 나선 쿠웨이트의 외무장관 셰이크 사바 칼리드 알사바는 지난 6월11일 카타르는 분쟁 해결을 위한 대화에 참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알사바 외무장관은 “중재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갈등의 근원을 설명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로코도 중재 역할을 자처했다. 모로코 외무부는 “건설적이고 중립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솔직하고 사려깊은 대화의 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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