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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에 있어 ‘진보’라는 것
2017년 07월 09일 (일) 12:33:32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한바탕 격변을 치른 한국 사회에선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논쟁이 한창이다. ‘좌우’를 편 가르던 논쟁에 비하면 진보된 토론 주제인 듯하다. 그러나 좌파니 우파니 하는 개념이 모호했듯,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개념도 그 의미는 꽤나 모호하다. 무엇이 진보며 무엇이 보수인가.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논하려는 건 아니다. 최근의 추세와 관련하여 한의사로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한 가지 기준처럼 등장하고 있는 동성애에 관한 논쟁이다.

동성애와 연관된 사회적 이슈가 점점 늘어나고, 이미 서구 문명사회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관용하는 정책과 제도들이 확산되고 있다. 그 물결이 빠른 속도로 우리 한국 사회에까지 밀려들어와 이미 가시적인 문화현상으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인들은 동성애에 대한 공세적인 질문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몇몇 정치인들은 이미 이 문제로 혹독한 시험을 치른 바 있다. 
질문 공세를 펴는 쪽의 의도는 분명하다. 동성애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진보’고 거부감을 표하면 ‘보수‘라고 채점한다. 이런 질문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하나로 ‘좌우’ 성향을 단정 짓는 방식이나 마찬가지로 단순하며, 대답을 요구받는 정치인에게는 아주 난감한 문제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혜로운 정치인이라면 “과학자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정도로 답변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동성애나 동성결혼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기 이전에 동성애는 왜 등장하며, 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과 의미는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 한의학의 관점에서는 음양의 이치와 그 변증법이 이론의 기초가 되는 것이기에, 음과 양의 기운이 분명하게 자기 정체성과 역할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그것이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하다는 관점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 음과 양의 정체성은 지구가 생기기 이전부터 물질의 변화와 진화를 위한 기본 속성으로서 필요한 것이었다. 주역의 언어를 빌면, 음과 양을 통합하거나 음도 양도 아닌 ‘한 가운데 속성’으로서 평형을 이룬 중간적 상태를 중정(中正)이라 하였거니와, 이 상태는 더 이상의 아무런 변화도 유도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전한 중립의 상태를 이른다. 더 이상 진화할 필요도 퇴보할 동력도 없이 멈춰있는 상태다. 사람으로 말하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충족되고 안정된 상태. 어쩌면 가장 평화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 이윽고 쇠퇴하고 침잠하기 쉬운 상태라 할 수 있다.
근래 많은 선진사회에서 결혼이나 출산율이 낮아져서 인구증가율보다는 감소율이 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정도다. 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거의 모든 필요가 충족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반작용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의식하기도 전에 사회는 이미 생태적으로 (포화상태를 모면하기 위하여) 스스로 더 이상의 확장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혼자 살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라는 데에 변함이 없다. 성적인 결합으로서의 애정이 아니라 정신적 의지로서의 우정에 여전히 목마르다. 인간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 형태로서의 우정과 애정을 나누면서도 인구증가의 위험성(?)은 피해갈 수 있다는 것도 동성애가 발전되는 여러 원인 중의 하나로 꼽을만하다.

동성애에 대한 포용적 태도가 진보적이라는 단정은 성급하다. 인간의 제도를 제외하고 보면 생태계 내에서 동성애적 현상은 광범하게 있어왔다. 개구리 지렁이와 일부 어류들 같이 하등동물 가운데는 자웅동체의 생물들이 무수히 있어서 필요에 따라 일부는 수컷이 되고 일부는 암컷이 되어 생식활동을 벌이거나 자기 몸 안에서 자가 수정을 이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인원류에서는 동성애적 섹스가 화해, 정복 등의 정치적 의미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인간 사회에서도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인류사만큼이나 오래 있어왔다. 기원전 300년도 넘는 옛날의 알렉산더 대왕이나 소크라테스 등 인물과 관련해서도 동성애설(說)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거니와, 고대 이집트의 전설이나 옛무덤에서 발견된 도편에서도 동성애를 추정할만한 흔적들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동성애가 사회적 환경에 의해 확산 또는 억제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사회가 이것을 (군 입대나 동성혼과 같은) 제도로서 허용할 것인가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놀랍지만 동성혼이란 제도의 확산은 서구사회에서도 겨우 10~20여년 정도에 일어난 실험적 단계일 뿐이다.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 이은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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