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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으로 피운 유년의 기억
2017년 07월 04일 (화) 02:21:00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빨간 꽃신을 신고 치맛자락을 너르게 둘렀다. 가는 손끝이 다가오라는 듯 바람결에 천천히 일렁인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를 부르던 어머니의 모습 같다. 따뜻하고, 고요하고, 고아한 멋이 깃든 남선화의 모란이다.

신선영 기자 ssy@

모란에 대한 향수
지난 5월, 인사동 갤러리 루벤에서 남선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입구에 들어서 보이는 커다란 모란 작품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유년에서부터 품어온 모란인 만큼 아름다움에 대한 무구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 남선화 작가.

“이제야 알게 됐어요. 어릴 적 시골집에 피어있던 모란을 제가 좋아했었다는 걸요. 모란을 그릴 때 알 수 없이 동요되던 마음이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었더라고요. 모란을 그린다는 것은 내 안에 잠재된 어떤 서정을 깨닫는 거였어요.”

시골집 대문을 열면 눈앞에 환하게 펼쳐지던 모란이 그의 손끝에서 열기를 품고 되살아났다. 수없이 붓질을 덧대가며 모란의 재현에서 모란의 본질로 도달해 가는 것이다. 없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란을 되살리기까지, 작가는 수많은 붓을 망치고 손을 상해가며 새로운 상징으로써 모란을 피워냈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저와 언니를 시골에 맡겨두고 도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셨어요. 그래서 늘 어머니를 그리워했어요. 이따금 오시는 어머니께서 곱디고운 비단치마를 입고 오셨는데, 이제 보니 화중왕(花中王)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엄과 품위를 갖춘 모란이 어머니와 닮아 있더라고요.”

   
▲ 오월의 향연, oil on canvas, 130X162cm.

풍경화를 그리다가 모란화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할 무렵, 작가는 자신의 이름 끝 자를 딴 <화야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이슬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이 늘 마음의 그늘이었던 것을 써내려간 자전적 수필이었다. <화야 이야기>를 쓰던 시기와 모란을 그리던 시기가 맞물려서 작품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화야 이야기>를 쓰면서 어머니에 대한 애달픔을 씻어버릴 수 있었고, 모란을 그리면서 유년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제 인생의 화양연화를 열어준 꽃인 만큼 가장 아름답게 펼치고자 모란의 만개 속으로 더 파고든 거 같아요. 그 탄성과 환희로 생명력 넘치는 삶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 꽃의 향연, oil on canvas, 91X116.7cm.

모란의 화양연화
작가는 오월이면 만개한 모란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모란 중에서도 고목(古木)에 속하는 가지가 굵고 봉우리가 큰 것으로 봤다. 시점과 각도를 사방에서 파악한 뒤 시각차에서 오는 변화를 다양하게 나타냈다.

“캔버스에 그릴 때는 꽃과 가지를 제 나름대로 조형해요. 여기에 햇살과 바람을 불어넣어서 조형성을 발휘시켜주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선가 보았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모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작가는 모란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구도로 조형한 뒤, 가장 빛날 수 있는 색채로 생기를 더했다. 그래서 화면에 정지돼 있으나 영상같이 흘러가는 모란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이 불 때 일렁이는 꽃잎의 모양, 햇살이 움직일 때 나타나는 조도(照度)의 변화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한 잎 한 잎 결속시켰다.

   
▲ 님의 꽃이 되어, oil on canvas, 45.5X53cm.

“우선 색채에서 오는 감흥이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까지 십 단계로 나눈 뒤 스무 번에 걸쳐서 올렸어요. 그러면 색채에 깊이감도 생기고 촉기도 생겨서 오래도록 싱그러울 수 있어요.”

관람객들은 촉촉하고 생기 있는 모란 앞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첫 눈에 색감에서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물감을 칠하는 데도 꽃잎이 점점 더 가벼워지고 생기 있어지니 신기한 노릇이다.

“모란이 만개한 시기가 일주일도 안돼요.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잠깐 오셨다 가는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거예요. 그걸 붙잡아 두고 싶던 심정이 작품이 오롯이 배어 있어요. 앞으로도 순수성이 드러나는 모란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환희를 꿈꾸며, oil on canvas, 90.9X72.7cm.

남선화 작가는 파리애꼴보자르(파리 국립미술대학) 소묘과 수료, 파리애꼴드 보자르 회화과 수료, 파리그랑슈미에르건축학교 미술 수학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 K아티스트회 회장, 한국창조미술협회 이사다. 대한민국회화제와 동대문미협 회원이다.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남선화 작가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모란회의 모란전이 오는 9월 6일부터 14일 인사아트플라자 4층에서 열린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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