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선 작가의 주제는 상념이다. 하나의 생각이 또 하나의 생각으로 이어지는 상념의 흐름을 점선으로 나타냈다. 점과 점, 혹은 점과 점 간의 경계를 통해 상념에 대한 의미를 다양하게 풀어냈다.

신선영 기자 ssy@

상념의 미

▲ 송윤선 작가.

송윤선 작가는 줄곧 <상념>이라는 연작을 선보여 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모여 상념이 되듯 수십 개의 점을 모아 <상념>을 완성했다. 가장 완성됐다고 할 수 있는 점의 형태로 가장 안정됐다고 할 수 있는 수직 교열을 한 작품이다.

“상념을 한자로 풀이하면 생각할 상(想)에 생각할 념(念)이에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명제를 토대로, 우리가 하고 있는 생각이 세상을 만들고 삶을 지속시킨다는 뜻에서 제목을 <상념>이라고 정했어요. 작품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이에요.”

생각을 점으로 형상하고 점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공간으로 삶을 환기시킨다는 열린 전개는 감상의 여운을 지속시킨다. 그 여운을 배가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번짐 기법이다. 번짐 기법은 틀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자유로움의 의지와 관계있다.

“번짐은 의도성과 비 의도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캔버스에 떨어진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지면서 점마다 자기만의 조형성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멀리서는 점을 보고 가까이에서는 번짐을 보라고 얘기해요.”

생각이 한없이 지속되다가 어느 지점에 머물게 되듯 번짐도 물기가 다할 때까지 외연을 확장해 나가다가 어느 지점에 머물게 된다. 이것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번짐을 찍고 말리는 과정을 네다섯 번 반복한다. 반복을 통해 번짐의 응집력을 높이는 것이다.

“색 층을 쌓아 올릴수록 점은 더 도드라지게 돼요. 그만큼 점과 점 간의 간격이 유지되면서 드러남과 드러나지 않음도 공감각적으로 연출되고요. 작품을 통해 점만으로도 단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무궁무진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 상념(想念),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cm (x2).

상념의 단서 
초기작이 점만을 이용한 비구상이었다면 근작은 다양한 그림을 추가한 반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구상이 어렵다는 관람객과의 벽을 다소나마 허물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격자무늬 창살을 시작으로 대나무, 달항아리, 꽃 등을 어렴풋하게 그려 넣었다.

“저는 제 그림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관람객과의 벽을 허물어서 소통이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못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 그렇다고 관람객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서 작가적 정체성을 잃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추구하는 것은 저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감상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구상과 구상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거예요. 이 균형이 잘 맞아 가는지 지난 전시에서는 ‘누구도 닮지 않은 현대적인 사실화를 창출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어요.”

▲ 상념(想念),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cm (x2).

그래서 그가 그린 근작은 낮 빛이 새어드는 격자무늬 창살, 흙빛이 어린 둥근 달항아리, 새벽 혹은 해거름 속에 피어난 꽃의 이미지가 점과 박히고 번짐과 어우러져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다. 대상의 외형적인 미와 점의 형식적인 미가 교차된 아름다움이다.

“특히 최근에 작업한 항아리가 반응이 좋았어요. 이제 막 발굴한 듯한 청동의 녹난 느낌이 점의 결속에 의해 아름답게 도드라졌거든요. 이걸 시리즈로 엮어서 다음 개인전을 열 계획이에요. 색채도 기법도 소재도 다양하게 해서 더 해방된 느낌을 실어주려고요.”

▲ 상념(想念),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cm (x2).

그래서 근작으로 갈수록 물질적이나 비물질적이고 실재적이나 비실재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점이라는 고유한 상징성과 한국적이라는 정서적 이미지가 어우러져 독특한 기품으로 발전됐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제 전시는 갤러리뿐만 아니라 시의회와 복지시설에서도 열리고 있어요. 찾아가는 미술관으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온/오프라인에서 제 작품을 소개하는 곳 많아지고 있어요. 계속해서 흥미로운 장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서고자 합니다.”

▲ 상념(想念),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cm (x2).

송윤선 작가는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미누현대미술관, 파란네모갤러리, 라메르 등에서 여덟 번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고, 스위스, 일본, 중국, 베트남 등 국내외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미술가협회, 홍미연 회원이다. 한국조형예술교육학회 연구위원과 한국현대미술가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인사동 JH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NM

▲ 상념(想念), mixed media on canvas, 72.6×60.6cm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