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세계 최대 단일 산업인 동시에 지식정보산업, 환경산업 등과 함께 21세기의 대표적인 성장 동력산업이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질 좋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관광지 치안과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관광경찰이 공식 출범했다.

신세영 기자 ssy@

▲ 관광경찰이 일본인 관광객에게 한국을 여행하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묻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세계 1위의 관광대국 프랑스를 비롯해 20위까지의 나라 중 관광경찰대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 터키, 러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그리스 등 6개국이다. 서유럽국가 중에는 세계 4위의 스페인이 유일한 가운데, 10월 16일 우리나라에도 101명으로 구성된 관광경찰대가 출범했다. 지난해 2월부터 제주자치경찰기마대가 관광경찰 활동을 겸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관광객 천백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바가지요금과 불법 콜밴 영업 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관광 경찰이 도입돼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외국인, “한국 관광 너무 불편해” 이미지 퇴보
관광에 대한 불만 사항은 관광객 수에 비례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연 2012년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외국인 관광객 불편 신고 건수는 897건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9% 늘어났으며, 4년 전인 2009년의 468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 숫자도 2010년 519건, 2011년 724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불만 증가는 한국의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2년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보고서의 [한국 여행 후 한국 이미지 개선 여부] 항목을 보면 2008년 3.83점, 2009년 3.84점, 2010년 3.85점으로 점증하던 점수가 2011년 오히려 3.78로 뒷걸음질 쳤고, 2012년의 경우 3.83점까지 회복했다. 5년 전과 비교해도 이미지가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방문율 역시 답보 상태다. 관광 목적의 향후 재방문 의향 점수 항목을 보면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3.86점→3.91점→3.95점→3.97점→4.05점)하고 있지만 이웃나라 일본과 홍콩의 6.0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7년 외래객 1600만 명, 수입 240억 달러 목표

▲ 경복궁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기마대와 관광경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열린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관광산업은 대표적인 융·복합 산업이고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관광산업을 우리 경제의 중요한 신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관광산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1114만 명(2012년)에 이를 정도로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관광수지 적자가 15억60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관광산업 경쟁력도 133개국 중 25위에 그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7년까지 관광수입 240억 달러, 외래 관광객 1600만명, 관광 분야 일자리 100만개 달성을 위한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이 대대적으로 펼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완화 25건, 제도 개선 29건 등 총 54건의 과제를 확정하고 각종 세제 감면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관광산업 불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전략 관광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육성방안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 여행 단계별로 출입국 및 여행사, 숙박, 쇼핑, 관광지에 대한 불편사항을 적극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 중국 유수 대학 재학생, 북경 및 상해 거주자, 국내 콘도회원권 구매자 및 복수비자 소지자의 배우자와 미성년자녀에게도 복수비자 발급대상에서 추가하기로 했다. 이 경우 복수비자 발급 대상층이 3000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아 여행객에 대해서는 복수비자 발급대상을 연 소득기준 1만 달러에서 8000달러로 완화하고, 유효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은 외국인의 호텔 숙박비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조치다. 외국인 호텔 숙박료에 붙는 10%의 부가세를 귀국 시 공항에서 돌려주는 것으로 과거 상품 구입에만 해당됐던 것을 호텔 숙박이라는 무형의 서비스에 처음 적용한 것이다.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며 “아무리 좋은 관광자원이 있어도 바가지나 불친절 등으로 관광객들이 불쾌감을 느낀다면 다시 오고 싶지 않고 결국 좋은 관광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관광 환경 개선을 위해 바가지 택지, 무자격 가이드, 불법 콜밴 등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관광경찰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 외국인 대상 관광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한, 저가 수수료를 받는 여행사를 퇴출시키기 위한 [우수여행사 지정제도]도 강화하며, 등급결정 신청을 하지 않거나 허위 표시하는 호텔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호텔의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호텔업 등급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바가지 요금 꼼짝마!” 관광경찰 10월 16일 출범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에서는 제복을 갖춰 입은 경찰이 길을 잃은 한 관광객에게 다가가 유창한 외국어로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준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일부 택시의 바가지 요금 단속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10월 16일부터 서울의 관광명소 곳곳에 배치된 관광경찰의 모습이다. 지난해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섰을 만큼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지만 크고 작은 불편 사항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외래 관광객 불편 신고 중 환불 거부, 가격표시제 미실시 등 쇼핑과 관련된 불편 신고가 2008년 23.6%에서 2012년 34.7%로 급증했다. 이 외에도 택시 바가지 요금, 콜밴 불법 영업 등 교통 관련 불편 사항도 전체 불편 신고의 15~20%를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더 많은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광경찰을 출범시켰다. 10월 16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관광경찰 출범식 행사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이성한 경찰청장 등 주요 인사와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전후로 경찰의장대와 공연 전문팀의 축하 공연도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새로 출범한 관광경찰은 현직 경찰 52명, 의무 경찰 49명 등 총 101명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언어 소통이 원활하도록 영어, 중국어, 일본어 능력이 우수한 인력 중에서 선발됐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의 협조로 한 달 동안 관광 기본 소양 및 외국어 교육을 이수해 관광경찰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을 높였다.

▲ 101명의 관광경찰

관광경차 101명, 명동·이태원… 서울 명소 곳곳에 배치
관광경찰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이태원, 동대문, 인사동, 홍대입구, 청계천, 시청 주변에 배치된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관광지 범죄예방 및 기초질서 유지 외래 관광객 대상 불법행위 단속·수사 ▲외래 관광객의 관광불편사항 처리 ▲유관기관과 연계한 관광치안서비스 제공 등이다.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바가지 요금이나 환불 거부 등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인근에 있는 관광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각 지역별 관광경찰 거점센터를 방문해 외국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체부와 경찰청은 관광경찰을 운영하고 있는 그리스, 태국, 말레이시아 등 20여 개국의 사례를 수집·분석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10회가 넘는 실무협의회를 열면서 제도 도입을 준비해 왔다. 여러 부처와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 관광경찰 도입을 준비한 점에 의미가 있다. 파란색 재킷과 검은 베레모가 인상적인 관광경찰의 복장은 가수 싸이의 미국 록펠러광장 공연 의상을 만들었던 김서룡 디자이너가 재능기부로 제작했다. 문체부와 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외래 관광객이 관광안내전화 1330을 이용해 관광경찰에게 편리하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외래 관광객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우리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은 외화획득, 고용창출, 투자촉진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유발하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교통과 정보통신 발달로 관광산업을 둘러싼 각 국 간 경쟁도 치열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1985년부터 관광경찰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태국의 휴양지 푸껫에서도 관광경찰이 ‘1155’라는 관광객 안내전화로 관광객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14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저가여행 바가지요금 등 ‘관광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돼 왔다. 이번에 공식 출범한 관광경찰이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