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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정부 17년만에 셧다운
역사상 초유의 디폴트 위기 극복 가능할까
2013년 11월 06일 (수) 18:22:49 안상호 기자 press83@newsmaker.or.kr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셧다운)가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권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014 회계년연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로 10월 1일부터 17년만에 연방 정부 셧다운이 시작되자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안상호 기자

   
▲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폐쇄가 시작되면 수백만명의 공무원과 국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폐쇄가 시작 전날인 9월 30일 오후 5시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폐쇄가 시작되면 수백만명의 공무원과 국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폐쇄는 회복단계인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전제하고 “공화당 내 극우파가 건강보험 개혁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예산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입장차 좁히지 못하고 끝내 정부 폐쇄
2014년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권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자정 시한까지 협상 타결이 물 건너감에 따라 17년 만에 연방정부 기능이 일부 중단되는 상황에 처했다. 예산안 진통으로 미 정치권이 10월 17일까지 현행 16조7000억달러의 연방정부 채무 상한을 다시 올리는 데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예산안은 부채 한도 상한 조건으로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삭감과 복원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상(민주장악)·하원(공화장악)의 한 치도 양보 없는 ‘핑퐁공방’이 이어졌다. 양원 줄다리기는 지난 9월 20일 하원이 오바마케어를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으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28일 상원은 오바마케어를 복원해 하원으로 보냈고, 하원은 다음날 오바마케어를 1년 유예시킨 수정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에 다시 넘겼다. 그러나 상원은 이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또 백악관은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이 예산안은 폐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원은 예산안 처리 시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둔 9월 30일 오후에야 전체회의를 열어 결국 지난 3월 발동한 시퀘스터(sequester·예산 자동삭감)처럼 셧다운이 현실화되었다. 미국 예산안 싸움은 진보-보수 ‘이념 논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은 오바마케어 1년 유예안을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은 티파티(보수성향의 유권자 단체)의 무정부주의자들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렌트 프랭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나는 자유시장경제를 믿는다”면서 “오바마케어는 미국을 되돌릴 수 없는 사회주의 경제로 바꾸는 핵심축(linchpin)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셧다운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수정안 표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하원이 행동을 했으니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이제는 상원이 곧장 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일을 끝내자”고 압박했다. 반면 데이비드 스콧 민주당 하원의원은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앞서고 있다”고 비판했고,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하원의원은 “수백만명의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자고 정부 문을 닫는 게 타당한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의 쟁점으로 떠오른 ‘오바마케어’
이번 미 연방정부 셧다운의 쟁점으로 떠오른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행 중인 건강보험 개혁안이다. 정확한 명칭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며 약어로 부담적정보험법(ACA)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4년까지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불법체류자, 종교적 거부자 등 제외),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득의 2.5% 해당하는 벌금 부과, 50인 이상 고용주 건강보험 제공 의무 부과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10월 1일부터 이미 오바마케어 가입의무화가 시작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을 대선 전부터 선언, 실행해오고 있으나 공화당의 경우 미국 재정안정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예산 회기에서도 오바마 케어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과 하원이 충돌하는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오바마케어는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빚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주요한 이유는 바로 세금문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는 오바마케어가 시행될 시 10년간 총 1조 7천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2012년 GDP가 15조 6096천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복지예산중에서도 의료보험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지출하게 된다. 또한 오바마케어는 우리나라나 유럽과 같이 국영으로 의료보험을 하는 것이 골자가 아닌, 전체 의료비용 중 절반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민영보험회사와 미국정부가 나누어 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오바마 케어는 게다가 저소득층과 같이 세수가 투명하지 않은 집단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의무가입인 오바마케어의 가입엔 반드시 소득공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공개를 꺼리는 많은 사람들도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한편  CNN 방송과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ORC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정쟁으로 연방정부 일부 기관이 폐쇄됐을 때 응답자의 46%가 공화당의 책임이라고 답변했다. 36%는 오바마 대통령이 더 잘못한 것이라고 응답했고 13%는 양쪽 다 싸잡아 비난할 것이라고 했다.

예산법 불통시 정부가 사업비 지출 못해 셧다운
미 연방정부 폐쇄는 1995년 12월16일~1996년 1월6일(21일)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1~2년 만에 한 번꼴로 있었다. 1977년 이후 모두 17차례 발생했다. 미국이 잊을만 하면 한번씩 연방정부 셧다운이 발생하는 것은 한국과 달리 ‘예산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행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을 국회가 ‘승인’하는 형식이지 법률로 다루지는 않는다. 반면 미국은 연방헌법 제1조9항에서 ‘모든 국고금은 법률에 의해서만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부 예산을 법률로 의결하고 있다. 의회의 상원과 하원에서 같은 예산법을 과반수 찬성으로 각각 통과시키고 이를 대통령이 서명해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예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1995년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잠정예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일반법과 동일하게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법률로 확정할 수 있다. 의회가 예산에 관한 한 행정부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회가 정치 싸움 등으로 예산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가 일반 사업비를 지출하지 못해 셧다운될 수 있다. 당장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해 강제 무급휴가(일시 해고) 명령을 내리고, 그 결과 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된다. 이번 사태로 전체 연방공무원 210만명(우체국 직원 제외) 가운데 비핵심 인력으로 분류된 100만여명이 사실상 일시 해고됐다. 심지어 상무부와 노동부에서 경제통계발표를 담당하는 직원이 무급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주요 경제지표조차 발표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이 예산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예산을 법률로 다루지 않는다.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연방정부의 기능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예산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지출되는 예산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세출은 개별 법률에 의해 지출이 정해지는 ‘의무적 지출(mandatory spending)’과 매년 세출법(예산법)으로 확정되는 ‘재량적 지출(discretionary spending)’로 구분된다. 의무지출은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 복지 관련 예산이 대부분이다.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 전체 예산의 62%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노인층을 위한 의료보험 관련 지출은 메디케어법에서 명시하고 있어 예산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메디케어 예산은 자동적으로 지출되는 식이다. 퇴직자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은 정치 투쟁에 휘말리지 말고 안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전체 예산의 31% 정도를 차지하는 재량 지출은 국방비를 비롯해 부처별 일반 사업비를 말한다. 매년 예산안을 따로 편성하고 법률로 확정해야 한다. 예산 편성 과정은 엄밀히 말하면 이 같은 재량 지출 관련 세출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방 예산은 재량 지출이지만 의회가 지난 9월 말 셧다운이 되더라도 국방 예산은 계속 집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법을 통과시켰다. 의회가 예산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가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지출을 허용하는 ‘잠정예산법’을 채택해야 한다. 전년도와 같은 예산으로 당분간 정부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잠정예산법도 합의되지 못하면 셧다운으로 간다. 과거엔 잠정예산이 ‘최후의 선택’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본예산보다 더 많이 ‘애용’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1977회계연도 이후부터 지금까지 1989년, 1996년, 1997년 등 3년을 제외하고 모두 잠정예산으로 버텨왔다. 회계연도마다 잠정예산법을 평균 4번씩 채택했다. 2011회계연도엔 잠정예산을 8번이나 채택했다. 지난해도 6개월짜리 잠정예산을 두 번 채택했다. 미국 의회는 철저히 다수결 원칙으로 움직인다.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예산안 통과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되거나,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갈라지면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예산법을 놓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정치권 교착상태도 사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잉태됐다. 예산안뿐 아니라 총기 규제, 이민개혁법 등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모두 의회에 발목 잡혀 있다. 워싱턴에 정치가 실종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셧다운 반대하는 시위 곳곳서 발생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으로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숨진 미군 병사 17명의 가족에 대한 사망위로금 등이 지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럭 운전자 3000여명은 셧다운 사태와 저임금 등에 항의해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변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강행했다. 10월 8일 미 언론에 따르면 의회가 셧다운 전 군부대에는 예산을 정상 지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순직자 가족에 대한 위로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아프간에서 전투 중 숨진 4명을 비롯해 미군 17명의 가족이 정상적이라면 사흘 안에 주어졌을 10만달러의 사망위로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성조기에 덮인 관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장소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까지 가는 항공요금도 정부가 부담해 주지 못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병사 가족이 장례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셧다운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자들’소속 3000여명은 저임금과 규제, 셧다운 및 부채상한 정쟁 등에 대한 항의 뜻으로 지난 10월 11일부터 3일간 워싱턴 주변에서 점거 시위를 강행했다. 이번 트럭 시위는 미국인들의 분노가 점차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셧다운으로 워싱턴DC내 대부분의 국립공원과 박물관 등이 문을 닫았지만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는 일부 사람들의 출입이 허용되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출입이 통제된 기념비에 들이닥치면서 ‘셧다운’을 집단으로 거부했던 것. 오바마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셧다운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공화당은 여론의 동향이 심상치 않자 국립공원이나 박물관을 다시 개방하기 위해 예산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가 “꼼수를 쓴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권과 협상에 나섰다. 백악관은 10월 9일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또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도 초청장이 발송됐으며,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도 백악관에서 만났다. 이번 회동은 높아지는 비난 여론과 연방정부 부채상한 초과에 따른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부채상한 단기 증액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협상 여지를 내비쳤다. 계속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대화 요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정부 운영이 정상화되고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협이 사라진다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악관측은 10월 8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내고 “이날 오전중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이 해결되고 디폴트 위협이 사라진다면 이후에 공화당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베이너 의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에서 어떠한 정치 이념적인 공방을 벌이지 않고 정부 부채한도 증액 여부를 묻는 표결을 제 때 허용해달라”며 베이너 의장에게 거듭 요청했다. 또 “부채한도 상한을 증액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의회만 가지고 있는 것이며, 만약 의회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중산층 가정은 물론 전체 미국 경제로부터 엄중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앞서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요청하는 것은 앉아서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베이너 의장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오바마 대통령과 재정 현안들과 관련된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다”며 “나는 어떠한 한계나 제약도 미리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美 의회 합의안 극적으로 가결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폐쇄 중단과 부채한도 증액을 위한 합의안을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부시간 10월 17일 오전 0시 30분 경 미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부채한도를 늘리기 위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일단 미국은 16일간 지속된 셧다운 사태에서 벗어나고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상· 하원은 16일 오후 연달아 상원이 마련한 초당파적안을 가결했다. 상원이 81대 18로 합의안을 가결한 후 하원도 285대 144로 미 상원에서 넘어온 초당파적안을 승인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중 144명은 반대를 고수했지만 87명이 찬성하며 무사히 합의안이 가결됐다. 상원이 16일 1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마련한 합의안은 9월 끝난 지난 회계연도 수준으로 내년 1월15일까지 예산을 집행하고 내년 2월7일까지 정부의 차입권한을 연장해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16일 간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를 불러온 미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서 누가 승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 의회의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연방정부 폐쇄와 디폴트 위협은 이제 종료된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0월 16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협상이 결국 타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0월 16일 이번 협상에서 승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 틀리지 않다. 양보 없는 미국 정치권의 협상은 미국인들의 외면을 받았다.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그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도 떨어졌다. 정치 전문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4%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상원에서 타협을 통해 공화당이 얻어낸 것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이것을 민주당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미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시퀘스터 수준에 묶여 있으며 이는 민주당이 희망하는 수준에 비해 매우 낮다. 이번 합의안은 내년 1월15일까지 정부 차입 기능을 유지하고 2월7일까지 부채 한도를 한시적으로 증액하는 것이어서 내년 초 다시 정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번에 벌어진 불쾌한 일에 대해 최소 정치적인 분쟁과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연계하는 공화당이 그 전략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예산안 및 부채한도 증액 협상의 패배자로 기록될 수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임기 수행 중 급속도로 늙는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비판하면서 상원에서 21시간 넘게 반대 연설을 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제 텍사스에서 가장 유명한 공화당 의원이 됐다. 티파티를 대표하는 의원 중 한 명인 크루즈는 민주당 의원들을 두렵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크루즈는 지니치게 독단적으로 행동했고 당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는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연단에서 발언을 할 때 상원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1995년 연방정부가 장기간 폐쇄됐을 때 많은 공화당 의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프라이머리에 참여했지만 저조한 지지율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크루즈가 깅리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연방정부 폐쇄가 길어진 것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베이너가 오는 2014년 중간선거 때까지 하원의장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매코넬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이면서 합의안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베이너는 의원총회에서 당을 결집시키지 못했으며 원활한 협상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편 미국발 훈풍에 아시아 주가지수 선물이 상승했다. 그동안 증시 발목을 잡았던 디폴트 우려 악재 해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10월 17일 일본 오사카 증시에서 오전 3시까지 거래된 닛케이 평균주가 선물은 1.1% 올랐다. 홍콩 항셍지수 선물도 0.5%, 호주 A&P/ASX 200 지수 선물은 0.4% 상승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17일 7시 39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07% 오른(엔화 가치 하락) 98.84엔을 기록했다. 전일 미국 뉴욕증시는 상원이 부채한도 일시 증액과 임시 예산안에 합의함에 따라 1%대 상승했다. 미국 상원이 부채한도를 일시적으로 증액하고 정부운영을 재개키로 합의한 게 증시에 힘을 실어줬다. 상원의 합의로 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BTIG LLC의 댄 그린하우스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협상이 마지막 순간에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올 연말에 또다시 이런 바보 같은 협상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합의로 크게 기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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