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망원인 통계’에 의하면 작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만3,75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7.6%를 차지했다.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 것이다.

▲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교수

암은 한국인 사망 원인 중 1위로 암 경험자가 100만명에 달한다. 2010년 말 현재 생존한 암 유병자는 총 96만654명이었기 때문에 올해는 암 경험자가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인 50명 중 1명이 암 경험자고 암이 잘 발생하는 65세 이상에서는 14명 중 1명이 암 경험자라는 뜻이다. 과거에 비해 암 발병률이 높아졌지만, 암 완치율 역시 높아져 암 완치 판정을 받은 경우가 평균 64.1%에 달한다.

바른 먹거리 알리는 ‘태초먹거리학교 설립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교수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사랑하는 딸을 유방암으로 잃은 이 교수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게 하고자 2010년 태초먹거리학교를 설립했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 교수의 딸은 2006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암조직 절제수술과 고통스러운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복학했으나 미술대 특성상 졸업작품 준비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어느 날 갑자기 암 재발로 발병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금지옥엽으로 아끼던 딸을 잃고 난 후 이 교수는 암 치료를 마친 딸을 왜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하게 방치한 자신을 자책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딸과 같은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암치료 후 면역력 회복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암의 가장 큰 원인인 먹거리에 주목, 태초먹거리학교를 세웠다. 태초먹거리학교 설립을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하여 체험농장 4,000평과 대지 700평을 마련하고 안식년을 기해 60평의 2층 규모로 직접 지을 만큼 이 교수는 태초먹거리학교에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다. 이계호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암환자 중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가고 있다”며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더 늦기 전에 먹거리에 대한 아이들의 습관을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초먹거리학교는 상업성과 편리성에 기대어 변질돼가는 현대 먹거리를 전체식(whole food), 균형식(balanced food), 거친 음식(wild food), 여유식(slow food)으로 바꾸어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던 초창기에는 수강생들이 주로 암환자들이었는데 현재는 절반 가량이 일반인이다. 국내 최초로 좋은 먹거리가 무엇인지를 사회운동 차원에서 전파하고 있는 태초먹거리학교는 일일프로그램과 숙박프로그램, 리더 양성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옥천에 위치한 학교에 거리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대전에도 먹거리학교의 문을 열었다. 일일프로그램 수업은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둘째 주에는 옥천에서, 넷째 주에는 대전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전도할 지도자 양성

▲ 국내 최초로 좋은 먹거리가 무엇인지를 사회운동 차원에서 전파하고 있는 태초먹거리학교

이계호 교수는 최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지식과 이론을 알릴 수 있는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학수업과 자신이 운영하는 (주)한국분석기술연구소 일을 병행하면서 태초먹거리학교의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전국적으로 많은 강의를 다니고 싶어도 교수의 신분상 시간 제약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내 것이 먹거리리더 양성이다”고 덧붙였다. 서울·경기지역부터 시작해 전국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전도할 지도자를 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화학과 교수이자 음식·농약 등 성분분석을 하는 분석기술연구소 대표이기도 한 이계호 교수는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어떤 음식이 몸에 나쁜지를 이론과 체험 등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알리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와 착한 먹거리에 대한 정보와 일상에서의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태초먹거리’를 최근 출간한 이 교수는 “몸에 가장 좋은 농산물은 사계절의 변화에 맞춰 농약과 화학비료,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생산한 것”이라며 “이렇게 생산한 먹거리는 모양이나 빛깔 등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에게 유익한 성분이 자연스럽게 축적돼 먹으면 면역체계를 강화, 암은 물론 각종 성인병으로도 안전하게 지켜주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모양과 빛깔이 좋은 것을 최상품이라 생각하고 제철이 아님에도 신선한 농산물이면 무조건 최고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최근 먹거리의 겉모양이 아니라 내용을 중시하면서 유기농업이 확산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농업인들이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들도 이를 선호한다면 농업은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