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킨 정통 사극의 명맥을 이을 영화 <대립군>이 온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2015년 <사도>를 이어 <대립군>이 다시 한 번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사극의 새로운 주자로 나선다. 영화 <명량>(2014)이 이순신이란 한 명의 명장에서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라면 <대립군>은 오랜 시간 동안 조명 받지 못한 이름 없는 민초, 백성이 곧 나라의 주인이자 역사를 이끄는 영웅들임에 주목한다.

신세영 기자 syshin@

▲ 대립군_메인 포스터

대한민국에 뜨거운 화두를 던진 영화 <대립군>(5월 31일 개봉)이 마침대 베일을 벗었다. 지난 22일 오후열린 영화 <대립군> 언론시사회에는 정윤철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이솜, 박원상, 배수빈 등이 참석했다. 이날 광해를 통해 진정한 리더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했던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의 이정재는 “광해가 백성들과 함께 보리밥을 나눠먹는 그 장면이 참 많은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결국 그도 같은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진정한 리더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광해를 연기한 여진구는 바람직한 군주상에 대해 “이번에 광해를 연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해에게 '왕이 되고 싶지 않냐'고 물었을 때 광해가 ‘내 백성이 되고 싶은가?’라는 대사를 한다. 그게 광해를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했다. 백성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진정한 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타 작품의 광해와 차별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역할이 광해이고 신분이 왕세자이지만 굳이 차별점을 신경 쓰면서 연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해를 연기 했지만 왕이나 왕세자의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역할 자체가 보통의 왕세자의 모습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가슴 구슬피 울리는 노래 장면과 액션 장면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김무열은 “곡 선정을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나뿐만 아니라 왕의 춤을 소화한 여진구의 연기가 더욱 탁월했다. 액션은 실제로 무술 고증을 통해 전통 무술을 익혔다. 활 쏘는 장면 연습을 위해 빨리 자세를 잡고 쏘는 장면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정재는 “칼 액션이 얼마나 적에게 치명적인지 사실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관상>의 수양대군과 다른 면모, 천민의 자리에 있는 토우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 발성 등을 사전에 연구했다”며 캐릭터 소화 과정을 설명했다.

있는 자들의 군역을 대신 치르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돼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그린다. 1592년 4월(선조 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외세의 침략에 미처 준비가 돼있지 않던 조선은 국가적 공황 사태에 빠진다. 당시 선조는 왜군의 침입에 도성을 버리고 명나라로 피란하기로 결정하는데, 이를 ‘파천’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역사 관계자들이 선조라는 임금에 대해 조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애민정신’이 부족했던 왕 중 한 명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사실에 기인한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에 관계된 각종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립군’이라는 소재 역시 실존했던 이들에서 착안했다. ‘대립군’은 주로 험준한 국경에서 남을 대신해 군역을 치렀던 이들로 천민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속 “나라가 망해도, 우리 팔자는 안 바뀌어!”라는 토우의 대사가 그들의 낮은 신분을 대변한다. 이들이 조선시대 의병의 시발점이 됐을지 모른다는 흥미진진한 상상력이 스크린 위에 펼쳐지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정윤철 감독은 <말아톤>(2005)으로 영화 속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 당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이어 <좋지 아니한가>(2007),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를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관점과 집요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심기일전한 정윤철 감독이 스크린 컴백작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대립군>이다. 각색부터 분장, 소품, 전쟁 시퀀스 등 하나하나 감독의 손을 거쳐 섬세하게 다듬어졌다. 정윤철 감독은 역사 속 사실들을 리얼하게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실제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힘들지만 올 로케이션으로 지리산을 비롯해 여러 군데에 가서 찍고 싶었고, 실제로 부러 촬영하기 힘든 곳들을 찾아서 리얼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이라는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선조의 파천, 분조 등 실제 존재했던 사건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이름 없는 영웅 ‘대립군’, 지금까지와는 다른 광해의 모습까지 갖췄다.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은 물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소재의 조화로 탄생한 <대립군>이 관객들과 뜨겁게 소통할 예정이다. 특히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이솜, 박원상, 배수빈 등 연기력은 물론 개성으로 뭉친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시나리오에 완벽하게 매료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Q. 그동안 충무로에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나온 영화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임진왜란을 선택한 시대적인 배경과 다른 전쟁신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 임진왜란을 소재로 하지만 전쟁 위주의 영화는 아니다. <대립군>은 광해라는, 어쩌다가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세자가 '대립군'을 만나 산전수전을 겪고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가를 깨우쳐 나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 영화가 아니기에 그런 지점을 버리고 궁극적 의도인 백성과 왕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게 되는지 그 여정에 더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2017년 대한민국, 현 시대가 원하는 가장 중요한 ‘소통’이라는 키워드와 난세의 상황을 가장 영화적으로 대비시켜줄 소재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대립군>은 광해의 성장드라마를 갖고 있다. 혼자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립군’이라는 밑바닥의 백성들, 멘토 역할을 하는 토우를 만나 성장해간다. 백성이 왕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 완성된 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완성된 왕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Q. 새로운 리더를 뽑게 됐는데,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진정한 리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지금 많이 느끼고 계실 것 같다. 그전과 많이 비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영화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여러 가지 모습이 보여 지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무작정 끌고 가는 것이 아닌, 가까이 다가가서 백성들을 껴안아주고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억울한 것이 있으면 같이 싸워 주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이 진정한 리더가 아닌가 싶다.

Q. 이 영화는 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국가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각색에 감독을 포함해 네 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시나리오 초고를 2년 전쯤에 받아서 읽었는데 그때의 시나리오는 지금과 달리 조금 더 대립군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가족들도 많이 나왔다. 그것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광해와 토우, 대립군들의 이야기로 몰아갔고 갈등들을 만들었다. 초고 시나리오에서도 꽂혔던 점은 광해라는 어떻게 보면 세자 수업이 전혀 없는, 도저히 나라를 맡을 수 없는 존재가 이걸 맡아서 해나간다는, 결국 성군의 길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좋았다. <대립군>은 남 대신 군역을 사는 아주 비참한 사람들이 가는 길의 고생 속에서 서로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점차 하나가 돼가는 왕과 백성이 결국 진정으로 힘을 합쳐 침략한 적과 싸우는 이야기다. 그 어려운 고행길, 고된 행군 속에서 세자 광해가 처음으로 백성의 삶에 맞닥뜨리게 되고 그 안에서 ‘진짜 왕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길 위에서 깨달은 리더십,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솔직히 대립군이라는 존재도 몰랐다. 이것이 요즘으로 치면 비정규직 노동자나 계약직 노동자 같은 존재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지금 사회의 모습들과 아픈 현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Q 영화가 전국 방방곡곡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는데, 이야기가 와 닿으면서도 풍경이 좋았다. 장소섭외를 했던 과정을 설명해 달라.
- 실제 광해가 풍찬노숙하면서 강계와 황해도 지역까지 내려오면서 돌아다니며 임시정부 역할을 했다. 어렵게 그 기간을 보냈기 때문에 병에 걸려 죽을 뻔 했다. 당시 결혼을 했는데 자기 아이도 죽고 그런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최대한 재현하고 싶었다. 세트장이나 CG합성보다는 실제로 다큐멘터리 찍듯이 가보자고 생각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 150명 정도가 산에 올라가 서있으면 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씁쓸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그 안에서 담아내야 했고 배우들도 동의했기 때문에 더 현장감 있고 생동감 있는 장면을 찍은 것 같다.

Q.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 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가장 고난이었나?
- 모두가 다 “여기서 찍을거냐?”라는 여러 압박과 어떤 증오감을 느끼면서 찍었다. 전쟁은 1년 반 동안 길에서 자고 노숙을 하며 지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위해서는 실제로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보여 지는 배우들의 모습과 감정이 중요할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힘들게 찾아가서 작업했다. <대립군>은 험난하고도 잔인한 전쟁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생을 생생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영화의 후반부에 보여줄 인물들의 감정에 관객들이 이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실제 길 위에서, 산 속에서, 들판 위에서 연기 그 이상으로 배우들이 느끼는 실제 고통과 고생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Q. 실제로 분조가 현재의 북한으로 이동했던 동선인데도 불구하고 이 장소를 섭외한 가장 비슷한 점이 있었나?
- 실제로 북한 지역에 가서도 찍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불가능해 개마고원 등 최대한 험난한 지형이 연상되는 곳을 찾으려 노력했다. 저희가 거대한 예산의 백억이 넘는 영화도 아니고 짧은 기간에 그걸 담아낸다는 것은 굉장한 무리여서 동선을 잘 짰다. 하지만 남한 땅에 있는 모든 곳을 돌아다닌 것 같다. 실제로 이런 공간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곳도 많이 갔다. 거기에 우리 배우분이 땀 흘려서 자연과 인물이 엮였을 때 나름 생생한 화면이 나온 것 같다. NM

▲ 대립군 언론시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