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567주년 한글날을 맞아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글들이 많았다.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한글날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글들이 많았고 연예인들도 한글의 소중함을 알리며 SNS에 글을 남겼다.

▲ 중세국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남성우 교수

하지만 실제로 SNS에서 언어 파괴는 또 하나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친구와 주고 받던 손 편지, 쪽지 문화는 스마트폰 메신저, SNS에 자리를 내주면서 줄임말로 대표되는 언어 파괴 사례가 많아지고 또래 사이에서 쓰는 알 수 없는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한글의 뿌리 보존과 가르침에 앞장서 온 남성우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맞춰 새로운 한국어 발전 선도
유네스코가 한글 창제의 뜻을 기려 문맹 퇴치에 성공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 이름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화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다. 2009년에 열린 제1회 세계 문자올림픽에 이어 2012년에 열린 제2회 대회에서도 1위에 오른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숫자만도 영어 알파벳이 300여 개에 불과한 데 비해 한글은 9000여 개, 타이핑 속도에서도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7배 정도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초성·중성·종성을 한 글자 안에 모아 놓으니 가독성이 높고, 이는 결국 독서의 속도에서뿐만 아니라 이해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세계 언어학자들의 한글 예찬은 우리의 기대 이상이다. 남성우 교수는 “한글은 세계 2,900개의 언어 가운데 독창적인 탄생 기록을 가진 유일한 문자다. 우리 역사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은 그 중요성을 모르는 이가 없고, 누구나 공감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이미 국제화되어 있는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그 국제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더구나 문화 전반에 걸친 국제화와 세계화의 추세는 영어나 제2 외국어의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어의 설 자리를 점점 좁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세국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남성우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한국어 교육의 역할을 인식하고 새로운 한국어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대부터 중종대에 사용된 중세국어는 현대국어의 뿌리로, 남 교수는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중세국어의 의미론적 연구에 주력, 우리말의 가치를 역사 그대로 보존하고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 온 그는 <중세국어 문헌의 번역 연구>,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연구> 등 중세국어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출간했다. 특히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연구>는 15세기에 간행된 두 의서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에서 확인되는 동의어를 고찰할 목적으로 10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이 저서를 통해 남 교수는 중세국어의 올바른 역할을 돕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중세국어 문헌의 번역 연구>와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 연구>는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남 교수는 2001년 간행된 <월인석보와 법화경언해의 동의어 연구> 증보판을 내기 위한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남 교수는 “국내에 아직 소개된 바 없는 <월인석보 사전>을 만드는 것이 학자로서의 최종 목표다”고 전했다.

동북아권에서 한국어의 위상 제고하다
중세국어 연구의 대가로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30년 간 재임했던 남성우 교수는 1992년 4월부터 1993년 3월까지 일본 칸다외어대학(神田外語大學) 한국어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동북아에서 한국어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그는 1975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교수로 재직할 당시 선배 교수의 강한 추천으로 한국어교육과 학과장을 계속 9년 간 역임했으며, 지난 1980년부터 현재까지 각 대학 교수들과 국어사 연구자들의 모임인 ‘국어사 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남성우 교수는 “한국어가 진정한 세계의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한류와 같은 흐름도 힘이 되지만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국력 신장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도 우리말이 가진 힘과 가치를 제대로 알고 지키려면 국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노력을 계속해 정작 국내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는 한국어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영어를 틀리면 창피해하면서 한국어를 틀리는 것에는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우리의 모순된 자화상이 바뀌려면 어렸을 때부터 국어사전을 가까이 하는 생활 습관을 갖고, 학자들은 계속적인 학술 연구를, 사회와 국가는 이러한 연구의 실용화에 대한 노력과 한국어 교육자들을 위한 학업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깊게 배인 노력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기초 학문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월이 흘러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자신의 꿈과 능력을 펼칠 기회가 되기도 하고, 끊임없는 한국어 연구를 통해 국가나 민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순수한 것들을 돌아보는 젊은이들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