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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 화학무기 공격 감행
민간인 사상자 400여 명 발생
2017년 05월 08일 (월) 02:20:51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지난 4월4일(이하 현지시각) 시리아 정부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시리아 이들리브에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 30여 명을 포함한 주민 10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다쳤다.

이종서 기자 jslee@

현지 구조 단체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숨을 쉬는 것을 힘들어 하고 얼굴 전체에 거품이 일었다. 사건 목격자들은 “미사일이 떨어진 곳에서 뿌연 가스가 퍼져 나왔다”며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면서 쓰려졌다”고 전했다.

민간 공습에 사용된 독가스는 사린가스
전문가들은 사상자들의 증상으로 미루어 보아 염소가스나 사린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사린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사린가스(sarin gas)는 무색·무취의 휘발성이 크고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500배나 높은 맹독성 신경가스다. 특히 매우 치명적이어서 수분 내에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으며, 1.2kg정도 살포되면 반경 33m 지역이 오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 정부는 2013년 10월 화학무기금지협정의 조인국이 된 후, 2014년 6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감독 하에 사린가스를 포함한 화학무기를 폐기했다고 밝혔으나, 반군들이 사용하는 화학무기 일부의 소재가 확인 되지 않아 아사드 정권이 빼돌렸을 가능성을 의심 받아왔다. 뉴욕타임즈는 염소의 위력은 밀폐된 공간에 갇힌 소규모 인원을 살상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살포된 후 빠르게 소멸되기에 염소가스일 확률은 낮다고 보도했다.

한편 시리아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십명을 숨지게 한 화학무기 사용을 두고 서방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소행이라고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는 책임을 시리아 반군 측으로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한 결과 시리아 공군이 테러리스트(반군)의 큰 창고를 공습했다”며 “이 창고엔 독극물이 저장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증상이 반군이 이전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던 때와 같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국방부도 국영 SANA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시리아군은 화학 무기나 독성 물질을 오늘 이들리브 주의 칸 셰이칸에서 결단코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학무기는 시리아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이 사용했다면서, 자신들이 지상전에서 점점 패배하자 관심을 돌리려고 독가스를 정부군이 사용했다는 의혹을 날조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정부가 직접 아사드 정권 징벌
지난 4월7일 새벽, 미국은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했다. 미군은 이날 화학무기 공습으로 민간인을 살상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시리아의 공군기지에 약 60∼70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시리아 정권을 고의로 폭격한 것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이 진행된 지난 6년간 적극적인 군사적 개입을 주저해왔다.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가끔 시리아 동북부에 주로 포진해 있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거점을 표적 타격했을 뿐이었다. 오바마 정부 당시에도 미국은 화학무기 사용이 금지선을 넘어섰다며 시리아 정부에 경고를 날렸지만, 실제 공습을 이행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번 공습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사드 정권이 세계 최대 군사대국인 미국의 타격을 받았다는 것 말고도 트럼프 정부가 처음으로 아사드 정권 징벌에 직접 나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아사드 정권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국인의 과반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4월7~8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시리아 공습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51%로 ‘반대한다’(32%)는 의견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7%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83%가 ‘지지한다’고 응답했고 11%는 ‘반대한다’고 했다. 미국인의 40%는 이번 공습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라고 답했다. 25%는 ‘너무 공격적이었다’고 답했으나 10%는 ‘충분히 공격적이지 못했다’고 답했다. 시리아에 대한 추가 군사 공격 여부에 대해선 ‘해야 한다’(20%)보다 ‘해선 안 된다’(36%)는 답변이 더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4월8일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필요하다면 국익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추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美 시리아 공습 이후 러시아와 갈등 고조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월11일 한 백악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거기(시리아)서 발생한 일을 감추려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국제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시리아가 화학무기가 사용된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 후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시리아가 아사드와 미국 중 한편을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사드 일가의 통치는 끝으로 치닫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바샤르 알 아사드라는 믿을 수 없는 상대과 제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을 탓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틸러슨 도착 전 성명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미국 정부 잘못이 야기한 자극적 요소들이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주권 침략이며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유엔 기구에 진상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차로 지난 4월12일에는 틸러슨 장관이 푸틴 대통령과 두 시간가량 회동했으나 시리아 문제에서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틸러슨 장관은 현재 미·러 관계를 “신뢰가 낮다”고 평했다. 틸러슨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회동 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서 가장 강력한 핵무기 보유국은 이런 관계를 맺어선 안 된다”고 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학무기(독가스) 공격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러시아에 전했다. 또 라브로프 장관에 시리아에 개입하지 말아야 미-러간 관계가 개선된다면서 “우리 시각에서 최종적인 결과물은 미래 시리아 통치에 아사드나 아사드 가족의 역할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 내전 해결안에서 아사드 정권의 축출을 전제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오사마 빈 라덴의 암살이 중동 지역의 테러리즘을 없애거나 중동 불안정성을 막지 못한 것을 상기시키며 “독재자 축출에서 성공적이었던 사례를 떠올리기 어렵다”고 했다. 또 독가스 공격이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이라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양측은 시리아 문제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각국 대선 개입, 미국의 중동 정권 교체 군사 전략 등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유엔 결의안 부결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현장조사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부결됐다. 지난 4월12일 CNN 등에 따르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이날 안보리에 상정된 시리아 결의안의 표결에서 거부권(비토권)을 행사해 채택을 무산시켰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관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막은 건 이번이 8번째이며 화학무기 공격 사태가 발생한 이후 두 번째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5개 상임이사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만장일치를 포함해 안보리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밖에 비상임 이사국인 볼리비아도 결의안에 반대했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은과 비상임 이사국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은 기권표를 던졌다.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는 “러시아에서 온 우리의 동료들에게 말하겠다. 당신은 아사드의 폭격기가 민간인들에게 통폭탄을 떨어뜨릴 때마다 아사드가 또다른 공동체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할 때마다 스스로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너무 실망스러워 경악했다”며 “러시아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틀린 주장을 하는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이번 결의안을 통해) 누가, 어디서나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책임이 있는 국가는 반드시 상응하는 보복성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보리스 장관은 “러시아가 다시 한 번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화학무기 사용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유엔의 전면 조사를 지지하기를 거부했다며 이런 러시아의 행위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주요 7개국(G7)은 시리아의 6년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사드가 더는 시리아의 장기적 미래가 아니라는 점은 합의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현재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아사드 살인정권의 생명줄 역할을 계속할지, 세계 강대국으로서 그 책임을 충실히 고수하며 시리아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해 러시아가 무조건적으로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기 동맹국인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려고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다자간 대응을 조직적으로 반대함으로써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결의안의 목적이 지난 4일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공격의 배후를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조사권을 주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며 러시아가 이번 조사 허용안을 포함해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무려 8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 교체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나아가야만 고통받는 시리아에 평화, 안전, 주권이 찾아올 수 있다”며 “프랑스는 이 같은 길로 계속 힘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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