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은 두 사람이 상대방의 샅바를 잡고 주심의 지시에 따라 서로의 기술과 힘을 겨루어 상대방의 신체 부위 중 무릎 이상이 지면에 먼저 닿는 것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경기다. 한민족 5천년 역사와 함께한 민속 경기로,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는 평화의 스포츠라 할 수 있다.

대담 황인상 국장 his@ / 정리 장정미 기자 haiyap@

▲ 최창식 前 회장은 민속 씨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갈라졌던 씨름계가 화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1983년 ‘민속 스포츠’를 내걸고 프로화한 씨름은 당시 변변한 볼거리가 없던 스포츠 팬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였다. 더욱이 ‘레슬링은 쇼다’라는 충격적 발언 이후 국내에서 프로레슬링이 자취를 감춰 버리자 씨름은 국민들에게 ‘재미’와 ‘대리 만족’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경기였다.

씨름의 재부흥 위해 총력 기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씨름은 IMF시기에 쇠퇴의 길을 걸었다. ▲IMF금융위기로 인한 씨름단 해체 ▲선수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기술씨름보다 무게-힘씨름으로 바뀌면서 이에 따라 작은 체구의 선수가 큰 체구의 선수를 넘어뜨리는 기술씨름의 묘미가 사라지고 ▲X-스포츠, 이종격투기, 온라인 게임 등 보고 즐길거리의 다양화 ▲씨름단체간의 분열로 인한 변화와 개혁 마케팅의 소홀함이 그 원인이었다. 이에 민속씨름을 부흥, 발전시킨 산 증인인 최창식 前대한씨름협회장은 씨름의 재부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창식 前회장은  1983년 민속 씨름을 태동시킨 후 각종 씨름대회를 주관하고 실무 기획을 도맡으며 씨름을 국기로 입법 발의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민속 씨름을 해외에 널리 전파한 주역이다. 씨름으로 국위선양을 도모하고 민족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던 그는 특히 지난 1989년에는 일본 씨름의 메카인 도쿄 국기관에서 천하장사 씨름대회를 개최해 재일교포들에게 민족의 얼과 긍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분열되었던 씨름 단체 통합하고 
            민속경기 씨름의 발전 선도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로 최 前회장이 느꼈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일본 현지에서는 주요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이 경기 사진을 곁들여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도했고, 전국방송망을 갖고 있는 N-TV, TBC에서 녹화 중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최 前회장은 자신의 사재까지 털어 넣었다. 이후 오사카 대회를 2차례 개최하면서 그가 지원한 비용만 해도 3억원을 웃돌았다. 최 前회장은 “씨름이 한국의 전통 스포츠인 만큼 경기요원, 무용단 등 많은 인원을 참가시킬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해외에서 경기를 열어 경비가 더욱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체육발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제15차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던 최 前회장은 민속씨름 부흥을 위한 지원법 제정 등 민속씨름 부활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장기적으로는 씨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들을 추진하고 민속씨름회를 설치, 민속씨름대회를 중단 없이 이어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대한씨름협회 회장으로서 씨름 단체를 통합하고 민속경기 씨름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각종씨름대회 개최로 씨름 재중흥의 발판 마련

▲ 최 前 회장은 씨름인들이 단결하고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고사위기에까지 몰렸던 씨름은 최창식 前회장이 대한씨름협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2008년 당시 최창식 회장이 강력하게 개최를 추진했던 남해통합장사 및 천하장사대회는 씨름의 부활을 알리는 전주곡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2004년 김영현 이후 명맥이 끊겼던 천하장사대회가 재개돼 당시 최강의 씨름꾼 윤정수가 역대 17번째 천하장사로 이름을 올렸고,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으로 모래판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씨름판에 신명과 흥겨움이 살아나기까지엔 오랜 세월이 걸렸다. 1997년 IMF 위기로 한때 8개팀이나 됐던 프로팀은 줄줄이 해체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민속씨름을 주관하는 한국씨름연맹과 민속씨름의 부족한 선수를 공급해주던 대한씨름협회간의 분쟁은 씨름을 끝없는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오랜 동면에 움츠러들었던 씨름은 2008년 씨름 중흥의 발목을 잡았던 걸림돌이 조금씩 제거되면서 재중흥을 맞이할 기미를 보였다. 당시 유일한 프로팀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최근 연맹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연맹이 아직 백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협회를 중심으로 씨름판에 분산된 힘을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사위기에까지 몰렸던 씨름을
            강력한 추진력으로 제2의 도약 위한 초석 마련

▲ 최창식 前 회장은 앞으로 관심 있는 국회의원들을 서명을 받아 씨름이 ‘국기’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당시 최창식 회장은 “연맹과의 오랜 법정싸움도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두 단체의 갈등 때문에 방송중계권 협상이나 정부측 지원이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 둘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하기도 했다. 여기에 스타플레이어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이러한 낙관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거물급 스타에 목말라하던 씨름계에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이 2년간의 이종격투기 선수 생활을 청산하고 씨름판으로 돌아왔고 ‘들소’ 김경수도 씨름의 부활을 위해 컴백을 결정했다. 90년대 후반 신봉민(현대삼호중공업 코치)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했던 두 선수의 복귀는 스타를 갈망하는 씨름계에선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천하장사 출신의 두 선수의 복귀 결정은 개인적인 이유라기 보다 씨름의 부활이라는 대의명분이 깔려 있는 만큼 더욱 미더웠다. 그러나 이러한 결국 씨름 중흥의 꿈은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하고 사그라졌다. 이듬해 터진 대한씨름협회 고위 간부들의 횡령의혹 사건 때문이었다.

현 대한씨름협회 집행부의 부정행위와 비호세력 규탄
최근 최창식 前회장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다름 아닌 현 대한씨름협회 집행부의 불법과 탈법 횡령 등 부정행위와 그들의 비호세력을 규탄하기 위함이었다. 최창식 前회장은 2009년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대한씨름협회 고위 간부들의 횡령의혹 역시 사실이 아닌, 이들에 의해 자행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9년 1월 23일 대한씨름협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최 前회장은 합법적으로 제38대 대한씨름협회장에 재선되었으나 당시 대한체육회가 이유 없이 취임인준을 불허했다. 최 前회장은 “세월이 지나 알고 보니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급 A씨, 민정비서관 B씨 등 권력실세라 불리던 인사들이 당시 대학씨름연맹 회장이던 C씨를 대한씨름협회장으로 선출하려고 앞장서서 다각적인 지휘를 하였기 때문”이라며 “대한체육회는 조직적이고 편파적으로 법질서를 무시하면서 C씨를 씨름회장으로 취임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대한씨름협회 산하단체인 대학씨름연맹 회장이자 (주)B전자, (주)B건설 대표이사이자 B공사협회 회장이었던 C씨는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으로 정권 실세 중의 실세였던 A씨의 도움으로 대한씨름협회장에 선출되었으나 전기공사협회 횡령사건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씨름대회를 단 1회도 개최하지 못하고 자격상실 되었으며,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사표를 제출하지 않아 씨름협회를 마비상태가 되도록 방치했다. A씨는 2009년 씨름회장 선거 2주일 전 문경에서 대학연맹씨름대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C씨와 골프를 쳤으며 여러 가지 정황상 A씨, C씨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창식 前회장은 “제38대 씨름협회장에 선출되어 인준을 기다리던 시기에 A씨가 당시 대한체육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창식은 씨름 회장 한번 해먹었으면 됐으니 인준해주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으며, 이에 당시 대한체육회장이 ‘당선된 사람을 어떻게 인준을 안해주냐’고 반문하자 ‘내가 이 정권 실세 중의 실세다’라며 위협을 가했다는 말을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협회 고위 간부들이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찰청 특수과가 대한씨름협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그 후의 일이었다. 이에 최 前회장은 “무고한 저에게 범죄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것”이라며 “체육단체장에게 비리가 있다면 일반사건으로 취급하여 처리하면 될 것인데 국가의 중대한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청특수과가 고소고발이 없는 사건에 대하여 특정인의 로비를 받아들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은 나라의 기둥뿌리를 뒤흔들 만큼 엄청나고도 위험한 일이다”고 호소했다. 당시 경찰청특수과는 씨름협회와 민속씨름위원회 사무실의 컴퓨터 및 서류일체, 최창식의 은행통장과 자동차에 있던 모든 물건을 압수하였고 가족까지 소환하는 등 1개월 기간이나 수사를 하는 부당한 처사를 하였으나 결국 애초 횡령사실이 없었던 최 회장에게서 혐의를 찾지 못했지만, 이미 언론에 협회 사무실의 압수수색사실, 횡령혐의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최 회장의 사회적 명예에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 최 前회장은 “이렇게 경찰청특수과가 동원된 이면에는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B씨가 관여되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전에도 C씨가 대한씨름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고검장 지낸 B가 청와대 민정으로 가면 최창식은 수갑찬다’라고 말을 하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씨름협회의 부정부패 척결
지난 2009년 5월경, 최창식 회장은 전 민속씨름위원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C씨, D씨 밑에서 4년간 대학연맹 전기공사를 맡아왔던 E에 의하면 대학씨름 연맹 전무였던 D씨가 10억 넘게 대학연맹 돈을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E씨에 말을 근거로 민속씨름위원회 사무총장은 경찰청에 진정서를 넣으려고 했으나 사무총장은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진정서를 내어본들 별다른 파괴력이 생길 것 같지 않아 최창식 회장의 이름도 함께 올리는 것이 파급력이 있을 듯하여 결국 사무총장은 E씨의 진술을 토대로 자신과 최 회장의 이름으로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 진정 사건은 송파경찰서 수사지능3팀 정일현 경사가 담당했는데, 당시 정일현 수사관은 대학씨름연맹 구좌 4500개를 추적한 결과 대학연맹 4년 동안 돈이 움직인 것이 큰 것은 3000만원, 작은 것은 100만원까지 모두 다 찾아냈다. 최 회장이 경찰청에 진정을 하고 대학연맹의 계좌추적하기까지 약 1년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D씨는 모든 사실을 부인하며 장부는 소각하고 없다는 주장하여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을 즈음 대학연맹 사무국장의 차안에 대학연맹의 은행거래통장과 노트북 3개를 가지고 다닌다는 제보가 들어와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최 회장은 대학연맹 사무국장의 자동차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난 후 정일현 수사관을 만나 수사 진척상황에 대해 물었고, 수사관으로부터 “8억 이상은 더 찾았다. D씨는 곧 구속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며칠 후 지능3팀의 수사관은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되었고, 그로부터 “씨름 관련 수사는 종료되었다. 더 이상 수사 안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 회장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최창식 회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권력 상층부 비호 없이 가능한가? 정치권에서도 100만원 이상 금품이 오간 사실이 밝혀지면 그 자격이 상실되기도 하는데, 체육단체에서 8억이 넘는 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한 수사관에게 포상을 하진 못할지언정 수사관을 경질하고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는 사실은 정권 실세의 개입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은 아마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수긍할 것”이라며 “씨름협회 비리 사실에는 정권실세였던 장차관인 A씨와 B씨, 경찰치안감, 총경, 경정, 경감 등이 무수히 개입되었다고 들었다. 세월이 지나고 그들이 권력의 중심에서 떠났다 하여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부정과 부패의 몸통과 실체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밝히고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씨름 지도자 양성 및 씨름의 세계화 도모
현 대한씨름협회의 부정부패, 비리를 척결하고 나아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씨름의 중흥기를 맞이하기 위해 최창식 前회장은 씨름 지도자 양성에 헌신하는 한편 민속 씨름의 활성화를 통해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 前회장은 “씨름인의 역량과 씨름이 가진 매력은 경쟁력이 굉장하다”면서 “태권도가 민족의 스포츠라고 말하지만 씨름은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신 운동으로서의 스포츠적 강점 또한 대단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가 간의 친선과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차원에서 한중, 한일 씨름대회를 주관하여 호평을 받았고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최 前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 100여 개 도시에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파견해 시범경기를 벌이고 붐을 조성하며 룰을 개선하는 등의 준비로 늦어도 2020년까지는 12체급의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 중이다. 한편 최 前회장은 씨름인들이 단결하고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다시 한 번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최근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씨름대회를 유치하려고 나서고 있어 벌써부터 부활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관심 있는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씨름이 ‘국기’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교육인적자원부에 학교 체육 활성화를 건의해 초·중·고내 씨름부 창단을 유도, 저변을 확대한다는 마스터플랜은 이미 세워놓은 상태다. 최창식 前회장은 “민속 씨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갈라졌던 씨름계가 화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씨름계의 단합을 반드시 이뤄내 과거 씨름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