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어·한국 문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처음으로 100 개소를 넘어선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세종학당이 현재 44 개국 90 개소에서 51 개국 117 개소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2007년 3 개국 13 개소로 시작한 세종학당은 최근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크게 확대되고 있다.

▲ 국내에 아직 소개된 바 없는 <월인석보 사전>을 만드는 것이 학자로서의 최종 목표라는 남성우 교수.

우리 민족의 모국어인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운영 체계라는 것이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유네스코는 한글을 인류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인류의 문맹 퇴치 공로자에게 한글 창제자인 세종대왕 이름으로 세종대왕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산업, 문화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특히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이제는 우리의 ‘한글’에 주목해야 할 때다. 중세국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남성우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지속적인 연구로 동북에서 한국어의 위상 제고
한글은 탄생 기록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문자다. 제자원리가 매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다. 문자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소 문자이며, 한글의 모음은 언제나 일정한 소리를 가지고 있고, 소리와 문자의 일치성이 뛰어난 글자다. 때문에 ‘인간이 만든 문자 중 가장 완벽한 문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모든 사람이 단 하루면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아침 글자’라고도 불리는 한글은 10 개의 모음과 14 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 개의 문자로 소리의 표현을 11,000 개 이상 낼 수 있다. 일본어가 약 300 개, 중국어가 40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것에 비하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남성우 교수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유산인 한글은 그 중요성을 모르는 이가 없고, 누구나 공감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이미 국제화되어 있는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그 국제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더군다나 문화 전반에 걸친 국제화와 세계화의 추세는 영어나 제2 외국어의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어의 설 자리를 점점 좁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15세기부터 시작된 훈민정음의 역사를 연구하고 중세국어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남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한국어 교육의 역할을 인식하고 새로운 한국어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대부터 중종대에 사용된 중세국어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중세국어 연구의 대가로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30 년간 재임했으며, 일본 칸다외어대학 한국어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중세국어를 연구하며 동북아에서 한국어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그는 1975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또한 지난 1980년부터 현재까지 각 대학 교수들과 국어사 연구자들의 모임인 ‘국어사 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중세국어 연구·보존에 매진하다
남성우 교수는 “현재 국력 신장과 함께 한국어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면서 “한류가 한국어 보급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다시 한 번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한글의 뿌리가 되는 중세국어를 연구하며 이를 보존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중세국어 문헌의 번역 연구>와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 연구> 등 중세국어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특히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 연구>는 15세기에 간행된 두 의서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에서 확인되는 동의어를 고찰할 목적으로 남 교수가 10여 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남 교수는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 연구>를 통해 중세국어의 올바른 역할을 돕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중세국어 문헌의 번역 연구>는 2007년, <구급방언해와 구급간이방의 동의어 연구>는 2012년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 학술도서로 각각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남성우 교수는 2001년에 간행된 <월인석보와 법하경언해의 동의어 연구>의 증보판을 내기 위한 작업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국내에 아직 소개된 바 없는 <월인석보 사전>을 만드는 것이 학자로서의 최종 목표라는 그는 이 시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기초 학문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월이 흘러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꿈과 능력을 펼칠 기회가 되기도 하고, 끊임없는 한국어 연구를 통해 국가나 민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순수한 것을 돌아보는 젊은이들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