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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 교과서 폐기 수순 밟나
헌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2017년 04월 07일 (금) 01:01:3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조만간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교육부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국정 교과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지난 3월10일 오후 교육부 실국장들과의 화상회의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이 흔들림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소임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공직사회의 동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이지 국정 교과서 등 특정정책의 지속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6월 경 국정 교과서의 운명 결정될 듯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는 지난해 10월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이로 인해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그 추진 동력을 잃어버리며 예견된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3월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되면서 ‘박근혜표 정책’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되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정책 중 하나다. 국정 교과서는 추진 과정에서도 사실오류,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정교과서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곳곳에서 오류가 확인돼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진 가운데 박 대통령의 파면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강행해온 국정교과서 추진도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운명과 함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잃게 되면서 헌법 68조 2항에 따라 차기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선출해야 한다. 대선이 5월9일 경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6월 경 국정교과서도 그 수명을 다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유력한 조기대선일은 오는 5월9일인데, 차기 대통령의 내각 구성 완료시기를 고려하면 이후 대략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며 “바뀐 정권의 새 교육부 장관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취소일 텐데, 이를 감안해보면 국정교과서의 생명은 6월 초·중순쯤 끝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야3당이 국정 교과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는 상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역사교육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역사교과서의 국정 발행을 금지하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정교과서 발간은 원천 금지된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권이 교체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 체제는 사실상 유지하기 어렵고 그 명분도 사라진다”며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여론도 더 거세질 수밖에 없어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도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광장의 촛불이 한국 민주주의가 도약하는 계기(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를 만들었다”면서 “서열화된 입시경쟁과 온갖 교육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교육체제를 수립하는 것 또한 촛불 광장이 부여하는 시대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해 “교육농단에 대한 탄핵”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3월10일 ‘시민명예혁명의 완성은 교육개혁으로’라는 성명서를 통해 “헌정 사상 최초로 성취된 대통령 탄핵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 시민명예혁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국정농단과 교육농단의 책임을 묻는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된 것은 시민들에겐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라며 “교육농단의 폐단이 집약된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도 함께 탄핵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외교‧경제 전반에 개혁이 절실하지만 미래 사회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던져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개혁은 교육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또 “탄핵 인용에 따라 조기 대선 일정이 본 궤도에 올랐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교육 개혁 의제가 매우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라며 “모든 대권 후보자들이 교육 개혁 의제를 꼼꼼히 챙기고 현실 가능한 대안을 폭넓게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탄핵은 실패의 역사이자 성공의 역사”라며 “국가를 재조직하는 거대한 태동이 시작된 이 중차대한 시기에 교육 개혁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이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주시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국정 교과서의 폐기 후에도 혼란의 여지 남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를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기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혼란의 여지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간 논란이다. 중·고교에서는 2018년부터 2015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새 교과서를 사용한다. 다른 교과는 새 교육과정이 적용된 심사본 집필을 완료해 교육부의 검정심사를 받고 있지만, 역사 교과는 심사본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동안 검정교과서 집필진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 집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오는 8월까지 검정 역사교과서 출판사에 심사본을 제출하라고 고지한 상태다. 본격적인 집필기간이 6개월도 채 안 되는 셈이다. 교과서 집필기간은 일반적으로 1년이 넘는다. 양정현 부산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짧은 집필기간은 부실 교과서를 만들어낼 소지가 있다”며 “그동안 국정교과서에 따른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역사 교과에 한해 기존 교육과정을 2~3년 유예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집필기준도 논란거리다. 현재 역사학계는 새 교육과정에 보수성향인 뉴라이트 학계의 역사관이 상당수 반영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항일운동을 폄훼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대한민국 수립’ 등 잘못된 표현이 있는 집필기준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검정교과서는 제2의 국정교과서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 문명고의 문제도 아직 남아 있다. 문명고 관계자는 “애먼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국정·검정 두 교과서를 모두 공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위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의 안정성과 일관성이 훼손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 뿐”이라며 “또 다른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전교조 관계자는 “잘못된 교과서로 배우는 게 학생들에게는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 내부 갈등 심화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고 같은 재단의 문명중학교는 이를 보조교재로 신청하면서 내부 갈등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 3월 입학 예정이었던 신입생들의 학부모 대부분이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명고 학생·학부모·교사들로 구성된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문명고대책위)는 지난 2월27일 오후 7시 30분부터 문명고 소강당에서 신입생 학부모 임시총회를 열었다. 문명고대책위는 이날 신입생 185명 중 86명의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관련 무기명 투표를 했고, 그 결과 84명이 반대하고 2명이 기권했다고 밝혔다. 대책위 공동대표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회의를 마친 학부모와 학생 80여 명은 오후 9시 30분부터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30여 분 동안 교내에서 처음으로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경북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력 시사하면서 학생·학부모와의 대립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어제(2월28일) 교과서가 학교로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기 시작 전 문제없이 교과서가 배포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문명고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하고 수업을 강행하기 위해 기간제 역사교사 1명을 선발하여 임용 직후 국정역사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맞서 문명고 학생 학부모와 교사들로 구성된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문명고대책위)’는 학교에서 집회를 열고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연구학교 철회까지 시위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태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일근 문명고대책위 공동 대표는 “학생들의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집회를 진행하겠다”며 “개학식 이후에는 사람들이 많은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집회를 꾸준히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은 국정교과서 채택 반대뿐만 아니라 교장, 이사장 등의 사퇴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두 번의 교장 면담 끝에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학교 측 의사가 확실시되면서 대책위 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며 “앞으로는 기존 2·3학년 학부모뿐만 아니라 국정교과서로 공부할 1학년 학부모들이 주도해 반대 의견을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무더기로 교과서를 반납하거나 자퇴·전학 등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올해 문명고 신입생 187명 중 2명이 입학 포기를 신청했다. 오 대표는 “신입생 학부모들은 학교가 학부모 의견은 전혀 묻지 않은 채 연구학교 지정을 강행했다는 점에 대해 큰 허탈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신입생 학부모 185명 중 86명이 참석한 투표 결과 84명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했으며 2명이 기권했다.

반대 여론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본인조차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3월17일에는 신입생 학부모들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정지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이날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손현찬)는 본안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과 후속 절차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국정 교과서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이 현실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위헌적일지도 모르는 국정 교과서로 수업을 받는 것은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문명고는 교장,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이 외부 접촉을 끊은 채 법원 결정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 관계자는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어수선한 상황이며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김태동 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본안 소송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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