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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甲의 횡포 어디까지 이어지나
유통업계의 ‘밀어내기’ 횡포
2013년 06월 05일 (수) 11:03:24 황태희 기자 webmaster@newsmaker.or.kr

남양유업이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30대 남양유업 직원이 아버지뻘인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대기업 직원의 폭언을 접한 네티즌들은 남양유업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남양유업측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는 한편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사표를 제출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음성파일서 영업관리소장이 대리점주에 폭언
이번 남양유업 사태의 논란은 아이디 ‘김OO’씨가 5월 4일 오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음성 파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2분45초짜리 파일에는 30대 남양유업 영업관리소장이 하청 대리점주와 전화 통화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음성파일을 올린 김씨는 설명글에서 “전화에서 욕을 하는 사람은 34살 남양유업 팀장”이라며 “하청 대리점주는 아버지뻘이다. (남양유업 팀장은) 인간이 돼라. 정말이지”라고 적었다.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남양유업 A 영업관리소장이 물건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대리점주 B모씨에게 시종일관 윽박을 지르며 물건을 받을 것을 강요한다. A 소장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인다. B씨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하소연하지만 A 소장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A 소장은 B씨가 계속 받을 수 없다고 하자 “그럼 망해라”거나 “죽여 버리겠다”, “맞짱 뜨고 싶으면 와라”라는 식의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음성파일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커뮤니티마다 음성 파일이 오르내렸고 네티즌들은 끔찍한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고 내뱉는 A소장에 대해 발끈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A소장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양유업 오늘부터 불매운동이다”라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남앙유업측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사과문에서 “문제의 음성파일은 조사 결과 2010년 초 당사 지점 영업사원과 가맹 대리점주의 통화내용이 맞다”며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사표를 제출했고 당사는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이를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또 “이후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리자를 문책하고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임직원들의 인성교육시스템을 재편하고 대리점 관련 영업환경 전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철저히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남양유업 대리점 업주들은 지난 4월 초 서울중앙지검에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국민 사과에도 남양유업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영업사원 막말 파문과 본사의 대리점 밀어내기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남양유업이 지난 5월 9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중림동 브라운스톤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해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환골탈태의 자세로 영업환경을 재정비해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상생 협력 방안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앞으로 대리점 인센티브 및 거래처 영업활동 지원을 2배 늘려 연간 500억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을 운영하고, 대리점 자녀장학금 지원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밀어내기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목표를 수립하는 등 시스템과 반송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리점의 고충이 즉시 경영진에 전달될 수 있도록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도 운영한다. 김 대표는 “대리점의 영업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대리점 자녀 장학금지원 제도와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를 도입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대리점과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남양유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에 대한 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은 남양유업이 남양유업 피해자들에게 만족할만한 보상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난 5월 20일부터 일제히 남양유업 상품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한국시민사회연합회 등 150여개 시민사회·직능·자영업 단체는 5월 9일 대기업 횡포에 무너지는 서민 자영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남양유업과 경영진, 대주주가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들에게 완벽한 보상을 해줄 것을 공식으로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남양유업이 변명과 형식적인 사과만 고집하는 것에 대해 지난 5월 20일부터 6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동참해 남양유업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대국민 동참 호소문 배포 등도 준비 중이다.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와도 긴밀한 협조를 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5월 9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대리점 자녀 장학금지원 제도 도입, 대리점 상생기금 규모를 현재 연간 2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이날 남양유업의 사과문이 형식적인 선에 그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게 없어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 점주 단체 연합회인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 지난 5월 8일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기는 했으나 이처럼 대규모 불매 운동을 선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유권자시민행동에 속한 회원 중에는 동네슈퍼, 음식점, 노래방 등 남양유업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서민 밀착 업종 종사자가 많아 실제 불매 운동 돌입 시 남양유업에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는 카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삼성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불매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여신전문금융업 개정을 통해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대폭 내렸다. 최근에는 일본의 독도 망언과 관련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 일본 담배 ‘마일드세븐’ 등의 매출이 급감하기도 했다. 그만큼 단체 행동력이 강해 이번 남양유업 불매운동 역시 말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이날(5월 9일) 대국민 사과는 급한 불을 꺼보자는 꼼수로 국민을 속이려는 남양유업의 행태에 분개를 금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남양유업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상이 진행될 때까지 남양유업 사태에서 눈을 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남양유업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해 슈퍼갑의 위치에 있는 모든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피해 보상과 엄중한 처벌, 분명한 해결책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밀어내기 실태 조사 착수
최근 공개된 음성파일에서 비롯된 막말파문과 밀어내기 영업으로 인한 남양유업의 매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이 시장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분유에서의 매출 감소폭이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분유의 매출 감소는 남양유업에게 우유나 커피 이상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A마트의 지난 5월 6~8일 지난 사흘간 남양유업의 전주 대비 일별 매출을 보면 -12.3%, -13.5%, -14.3%로 나날이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주력 분야인 분유의 일별 매출 감소세가 -1.4%, -5.7%, -8.2%로 한층 빨리 커지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경쟁업체 매일유업의 일별 매출은 전주 대비 1% 안팎의 증감하며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B마트에서는 우유의 매출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5월 5~8일 B마트의 남양유업 우유 매출은 2주 전인 지난 4월 21~24일(전주는 의무휴업일이 포함돼 있어 2주 전과 비교)에 비해 25.41%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분유(-5.8%), 커피(-3.7%) 등의 매출 감소폭을 4~6배 웃도는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기에게 먹이는 분유는 고객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우유가 불매운동 등의 영향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양유업이 분유에 비해 우유 판매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우유 매출 감소세가 한층 가팔랐던 이유로 지목했다. 남양유업은 분유 시장에서는 부동의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유유 시장에서는 특별히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논란을 빚은 유업계의 ‘밀어내기’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제조감시국 등에서 3개팀을 구성, 서울우유와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대리점 관리 현황을 비롯해 마케팅과 영업 관련 자료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기업의 한 관계자는 “오전 10시부터 공정위에서 직원들이 나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리점 관련 자료를 비롯해 영업과 마케팅쪽 자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업체든 과거에는 어느 정도 밀어내기 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공정하게 관행을 바꾸자는 분위기지만, 현장의 상황은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시발이 된 남양유업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날 조사한 3개사 이외에 전체 유업계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남양유업 일부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이 전산 데이터를 조작해 제품을 강매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 회사 홍원식 회장, 김웅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과 관계자 1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4일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내용을 담은 음성 녹취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확산됐다. 폭언 파일 유포와 관련해서는 전 영업사원 이모씨가 경찰에 유포 경위 조사에 대한 민원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남양유업 뿐 아니라 유업계 전체로 문제가 확산된 데다 공정위 조사까지 시작돼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 같다”며 “밀어내기가 이제까지 관행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앞으로 어찌될지 우려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업체도 물량 밀어내기 관행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상면주가 측은 지난 5월 15일 ‘선입금 후출고’라는 독특한 주류 거래 시스템 때문에 물량 밀어내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행태가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다고 주장했다.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는 “예전에는 배상면주가가 한 달에 대리점 별로 2천500만원어치 판매 목표량을 줬다”며 “그러나 판매실적이 좋은 대리점도 한 달에 2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팔다가 못 판 물건은 재고로 쌓이는데 유통기한이 지나면 본사가 반품을 안 받아주기 때문에 목표량 미달 금액만큼 빚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배상면주가가 ‘지역제한 해제’라는 미명 아래 대리점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회사 대리점에도 물품을 공급하겠다며 대리점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리점주는 “이렇게 되면 독점으로 팔던 구역에서 다른 회사 대리점이 권리금 없이 들어오는 꼴이 된다”며 “우리는 수천만원씩 내고 독점 판매권을 산 것인데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리점주도 배상면주가 측이 설정한 판매 목표량의 물품 대금을 선입금하지 못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점주는 “본사 영업부에서 판매 목표량을 설정하면 목표수량의 물품 대금을 입금시켜야 한다”며 “현금이 없어 입금을 못할 처지를 호소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박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살한 대리점주 이모(44)씨가 유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촉행사를 많이 했다’고 밝힌 것처럼 많은 대리점주들이 자구책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 판촉행사에 뛰어들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본사의 월 목표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미니어처 술, 물병, 술잔, 비누 등 판촉품을 술집에서 손님들에게 선물하고 무료 시음행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원래는 판매량의 2∼3%를 판촉비로 본사가 지원하는데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판촉비는 대리점이 토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슈퍼甲 기업들 내부 관리 강화에 나서
우월한 지위를 내세운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들이 갑(甲)으로서의 처신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승무원 폭행, 남양유업 영업관리 직원의 막말 사건 등이 알려지면서 갑의 안하무인(眼下無人)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루된 기업은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폐업에 이르거나 불매 운동에 직면하기도 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갑을은 계약서에서 당사자를 약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계약자를 ‘갑(甲)’으로, 그렇지 못한 계약자를 ‘을(乙)’로 표기하는 관행 때문에 지위의 차이나 불평등한 관계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임직원이 유사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힘쓰고 있다. LG 계열사는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금품을 받지 못하게 올해 초 윤리규범을 변경했다. 5만원 이하라도 허용하지 않는다. ‘을’의 처지에 있는 협력업체 임직원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다. LG디스플레이 5월 6일 파주공장에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소통 등을 주제로 임직원을 교육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22일 인천 송도에 있는 그룹연수원에서 정준양 회장이 주재하는 전체 임원 워크숍에서 반성의 뜻을 담아 윤리실천 다짐대회를 개최했다. 350명에 달하는 계열사 임원 전체가 참여해 윤리실천 결의문을 채택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서약·선서했다. 삼성 계열사는 2011년 4월 ‘준법 경영’을 선언하고 금품 수수 금지, 공정경쟁, 법규 준수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임직원에게 준법 교육을 하고 자체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불법·부정 행위, 법규 위반 사항 등을 반영해 지수를 산정하고 이를 임원평가 때 활용한다. 이른바 ‘감정 노동’을 하는 직원이 많은 유통업계도 잔뜩 움츠리고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말 여직원의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던 롯데백화점은 매장 관리자 교육 과정에 ‘갑을 관계’를 되돌아보도록 하는 강의를 5월부터 도입했다. 판촉사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을 신중하게 대하고 예의를 지키도록 당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역지사지의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매장관리자와 판촉 사원의 역할을 서로 바꿔보는 ‘롤플레잉’(역할 연기)도 실시한다. 판촉사원 대부분이 여성인 점을 고려해 단순한 지원책보다 즐겁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기업 임원회의에서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갑을 관계가 단연 화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경제 민주화’ 입법으로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와 여러모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력공사가 5월 7일 발표한 ‘권위주의 타파 14계명’에서도 비슷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전은 지나친 반말이나 하대를 하지 말고 자기가 마실 차는 스스로 준비하자는 내용 등을 반영했다. 또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를 하자’며 지위의 높낮이를 지나치게 따지는 문화를 지양하자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불공정 거래 근절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갑(甲)의 횡포’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이 추진된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지난 5월 14일 국회에서 ‘대기업-영업점 불공정 거래 근절 정책간담회’를 열어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경실모는 이 자리에서 이종훈 의원 대표 발의로 이른바 ‘갑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 제도 도입 ▲공정위 결정에 대한 고발인(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 5대 개선사항을 반영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 의원은 남양유업을 통해 드러난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밀어내기 ▲금품요구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파견사원 임금 부담 ▲재계약 해지 압박 ▲증거은폐·데이터 조작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관련해 “공정위가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신고자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며 “불공정 거래행위 피해자들에게 배상액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장은 간담회에서 “경제 정의에 역행하는 악덕 대기업의 횡포에 힘없는 서민들은 억울함조차 하소연할 곳이 없는 지경”이라며 불공정한 갑을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김진택 농심 특약점 전국협의회 준비위 대표는 매출목표 강제부과, 이중가격정책, 협박에 가까운 채권 독촉, 일방적 계약해지와 재계약 거부 등 농심의 특약점 정책을 거론하며 “농심의 착취와 횡포에도 특약점들은 영세 상인이다 보니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특약점이 ‘밀어내기’ 물량을 소화할 수밖에 없도록 한 농심과의 거래약정서·자금이체약정서·판매장려금 지급약정서는 ‘현대판 노예계약서’”라며 “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농심 임직원을 검찰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 언론사에서 공개한 이른바 ‘농심의 삥처리’ 녹취록과 관련해 그는 “현재 농심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된 녹취록과 영상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약정서는 상호 합의에 따라 체결한다. 관련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라 현재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녹취록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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