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화는 대상이 되는 인물을 오랜 시간 기억하고 보존하는 방법이다. 인물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초상화는 말 그대로 실제 사람을 그리거나 역사적인 인물을 복원하여 형상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황태일 기자 hti@

사람의 얼굴은 그가 걸어온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이러한 얼굴을 화폭에 옮겨놓는 초상화는 단순히 그 사람의 모습 뿐 아니라 삶의 깊이까지 짐작케 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대상의 감정과 인생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

▲ 오동희 화백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초상화 작가로 평가받는 오동희 화백은 차별화된 기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40여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초상화 외길을 걸어온 그는 국내 최고의 사실주의적 인물화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사우디아라비아 소장),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캐나다 소장), 카다피 대통령(리비아 소장), 최규하 대통령(한국)의 초상화를 비롯하여 김수환 추기경(교구청), 만해 한용운(인제군 소장), 대우증권 역대 CEO(대우증권 본관) 등 문화·예술계 및 정·재계 유명인사 다수의 인물화를 제작한 바 있는 오동희 화백은 화폭에 깊게 배인 조형의 언어, 수천 번의 터치로 완성되는 오롯한 삶의 초상, 매끈한 표면 대신 셀 수 없는 덧댐이 만들어낸 투박한 질감으로 대상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인생을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재)바보의 나눔에 故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를 전달해 귀감이 되기도 했다.

▲ 시베리우스

바보의 나눔에 전달한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는 서울대교구의 승인을 받아 선종 당시 사용된 영정사진을 그린 초상화 1점과 자신의 작품전에 전시했던 생전 추기경의 따뜻한 모습을 그린 초상화 2점등 총 3점이다. 오동희 화백은 “초상화는 사실적인 표현 속에서 인물의 특징을 강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극사실주의 표현의 선명함과 생생함 속에서도 눈가의 주름이나 속눈썹의 음영과 각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그 인물이 지닌 표정과 성품을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40여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그의 작업과정도 크게 변화했다. 초창기 옛 사진을 복원 작업하는 정도의 ‘단순 초상화’에서 벗어나 두꺼운 캔버스에 유화를 이용한 인물화로, 신체의 골격과 근육에 대한 연구가 바탕이 된 누드크로키와 누드화를 거친 후 현재는 인물의 정신을 화폭에 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과 예민한 감각들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들은 인물들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인물화의 주된 요소인 신체의 비례, 얼굴 표정, 자세뿐 아니라 대상의 성격과 향기까지 담아내고 있는 그의 작품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터치로 이미지화하여 감상자들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작품 통해 ‘화합’의 메시지 전달
지난해 4월, 오동희 화백은 서울 서초구에 ‘오동희 초상화 갤러리’의 문을 열었다. 김수환 추기경, 프란체스코 교황, 이병철 삼성 창업자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는 오동희 초상화 갤러리는 오 화백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자 총 30여 평 규모의 4층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오 화백은 “3층은 갤러리로, 4층은 저의 작품세계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강의교실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교황 바오로 6세, 성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프란치스코, 마더 테레사, 수원교구 어농성지에 전시된 8명의 순교자들, 천태종 단양 구인사의 1대 큰스님을 비롯한 2대, 3대 큰스님 등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종교인으로서 그 인물이 지니는 의의를 화폭에 담고자 노력해온 그는 작품을 통해 ‘배척’이 아닌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간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붓을 들 수 있는 한 혼신의 힘을 다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면서 “한국의 루시엔 프로이드(Lucian Michael Freud)로 인정받으며, 죽는 날까지 초상화만을 그리다 잠든 화가이고 싶다”는 오동희 화백.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