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피아노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이는 피아노 연주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아노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비단 피아노 연주자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아노에서 더욱 아름다운 소리가 날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피아노 조율사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그 건반 아래 연결된 작은 나무망치가 피아노선을 쳐서 그 울림으로 소리가 나는데, 오래 방치하면 장력이 줄어들어 조금씩 미묘하게 느슨해진다. 다시 말해서 뒤틀리게 되고 정확한 음의 고저와 음계의 소리를 못 내게 되는 것이다. 정기적인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피아노는 같은 모델이라도 피아노선의 길이·직경·장력이 다르기 때문에 조율도 달라진다. 뛰어난 조율사는 수학적으로 순정한 것과 음악적으로 기분 좋은 것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낸다.

‘소리의 빛깔 구현’에 심혈 기울여

▲ 정재봉 대표

국내 최고의 기술자들이 포진한 갤러리피아노는 앞서가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악기의 소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국내 최고의 피아노 조율사로 손꼽히는 정재봉 갤러리피아노 대표는 독일의 예술적인 감각을 더한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피아노 기술의 향상을 도모하고 ‘소리의 빛깔 구현’이라는 꿈을 실현하고자 세계 최고 명품 악기로 손꼽히는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피아노의 복원과 수리를 위해 매진해온 인물이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악인이자 독일 국가공인 피아노와 쳄발로 제작자 자격증을 가진 정재봉 대표는 대학교 3학년부터 거의 독학으로 배워온 피아노 조율이 자신의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후 전공하던 바이올린 음악활동을 그만두고 피아노 기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독일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쾰른국립음대에서 무보수로 일할 정도로 피아노 조율에 강한 열정을 가졌던 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6개월 만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쾰른음대에서 취업 제의를 받아 정식 조율사로 근무하며 11년 동안 쾰른국립음대의 피아노 조율 및 수리를 담당했으며,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사의 특별연수와 뉴욕 스타인웨이사의 기술자 세미나 등을 거쳐 독일 국가 피아노, 챔발로 제작, 수리, 조율자격증을 획득하며 피아노 조율사로서의 전문성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국내 주요 연주자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의 피아노 소리를 직접 책임지는 한국 클래식 공연계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정규 서울대학교 피아노과 명예교수는 이런 그를 두고 “정재봉, 그는 나의 사랑하는 피아노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도사이며, 피아노라는 악기의 음이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소리임을 알게 만들어주는 예술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재봉 대표를 필두로 갤러리피아노는 국산 피아노는 물론, Steinway&Sons, Boesendorfer, Bechstein, Schimmel, KAWAI,  YAMAHA 등 연주가들이 열망하는 피아노가 고유의 음색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작업을 거쳐, 세계 굴지의 악기사들이 생산하는 새로운 피아노도 업그레이드된 소리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정재봉 갤러리피아노 대표는 “갤러리피아노의 기술력은 외국의 복원기술과 비교해도 뛰어나다”면서 “최고의 소리는 연주자와의 대화를 통해 얻는 것이다. 연주자들이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실제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율의 중요성 강조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
최근 정재봉 대표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학생들에게 ‘피아노 구조론’을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중이다. 음악, 기술, 체험의 신개념으로 이뤄진 그의 강의는 음악전공 학생이 아닌 타 전공과 학생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매학기 가장 먼저 마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정재봉 대표는 “특히 일반인들은 피아노 관리, 복원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다”면서 “연어가 치어 때의 물맛을 기억하고 생의 마지막에 다시 찾아오듯 배움의 시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피아노는 더없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어린 시기의 음악적 감각에 대한 기억을 평생 간직하며 음악적 성장, 성숙의 토대로 삼기 때문이다”고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대로 갖춰진 기술로 피아노 수리, 복원 분야의 발전과 한국 클래식 공연을 위해 힘쓰며, 좋은 피아노 보급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겠다는 정재봉 대표. 피아노 복원과 수리 기술 선도에 헌신하고 피아노 가치 재창출로 예술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