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부자가 많지만 모은 재물을 바르게 쓸 줄 아는 부자는 드물다. 10대를 거치는 300년 동안 만석꾼을 유지했던 경주 최부잣집은 ‘덕이 있는 부자’, 이른바 ‘덕부(德富)’로 불린다. 5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우리 세대가 계승할 덕목이 분명하다. 김문배 문배나눔선교재단 이사장은 “우리가 산업화로 나라를 일으켜 세웠듯, 이제는 나눔의 문화를 확산함으로써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부와 명성을 가진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과 부의 사회적 환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개념으로서 현재 사회지도층의 건전한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약하다. 2014년 영국의 자선구호재단(CAF)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지수는 전 세계 135개 국가 중 60위였으며, 2015년에는 145개국 중 6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GDP 13위)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은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보다 기부 지수가 낮다. 이런 분위기 속에 100억 상당의 상가 임대 빌딩과 3900여만 원의 월 임대소득 등 자신의 전 재산을 기증한 참 리더가 있다. 진정한 나눔의 가치와 의미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선교 활동에 열정을 쏟는 김문배 문배나눔선교재단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 베풀다

▲ 김문배 이사장

김 이사장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야고보서1:27)의 성경에 근거해 2005년부터 나눔을 시작했으며 2015년 11월에 전 재산을 출연하여 재단법인 문배나눔선교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성경에서 말하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 같은 작은 자들(사회적 소외계층)에게 나눔과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참된 사랑을 전파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 가족의 재산으로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유지해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10여년 간에 33억 가량의 사재를 불우학생, 한 부모·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소외계층을 비롯해 호스피스·구제단체, 선교사, 개척교회에 기부했고, 재단 설립 후 매월 150여 불우한 이웃과 단체에 2~3천만원의 후원금이 지급되고 있다. 또 장애인들이 신체활동, 가사활동 및 외출동행 등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대상을 선정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행정자치부의 ‘2014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제결혼 인구는 약 2만6000건으로 이는 전체 결혼의 8%에 달한다. 하지만 결혼이주 여성들은 낯선 문화에 대한 적응의 문제, 한국어 습득 경제적 빈곤, 자녀 양육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단은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 자격증 취득·취업지원을 뒷받침해 다문화 여성의 자립과 한국사회의 조기 정착을 돕는다.

최근 북한 이탈 청소년들의 증가로 이들을 위한 재교육 필요성이 더해지고 있으며, 하나원 퇴소 후 전문 교육 없이 개별 교육을 통해 남한에 정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탈북청소년들은 문화적 이질감과 자아정체성의 상실로 탈선의 위험이 높다. 재단은 하늘 꿈 학교 등 단체 지원,  탈북 청소년 생활비 및 학비 지원 등을 통해 전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한국 정착의 바른 길로 인도한다. “공정한 사회의 구성원은 주변 이웃을 돌아보며 함께 나누는 미덕을 갖춰야 한다.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가진 것을 양보하는 기부와 봉사,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되면 그야말로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경북 청도에서 8남매 중 7째로 태어난 김문배 이사장은 대구의 명문인 경상중학교와 경북사대 부속고등학교를 거쳐 대구 영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백마부대에 입대해 월남전에 참가한 파병 용사로 군역을 마친 후 청도여자중·고등학교의 영어 선생님으로 진로를 택했다. 같은 학교에서 가정 교과를 맡고 있던 수의사의 딸인 아내를 만났으며, 이후 교사를 그만두고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1978년 결혼식을 올린 그는 전세 80만원 짜리 단칸방에서 시작해 현재의 74평 아파트를 마련하는 등 조금씩 재산을 쌓기 시작했다. 김 이사장이 나눔 활동을 펼치게 된 이유는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2005년 10월 성령체험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아내는 약 4년간을 갑상선암과 위암, 난소암으로 고생하다 그의 곁을 떠났다. “지금의 성공은 아내의 내조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아내가 투병중에 ‘내가 죽어서라도 당신을 구원 시키겠다’고 단 한마디의 유언만 남겼다. 아울러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은 다 하나님께로부터 왔고, 이것을 다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는 강력한 성령님의 인도가 있었다.”

김 이사장은 문배나눔활동 외에도 신념에 따라 남북문제를 포함한 정치, 경제 등 다방면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희망코리아의 중앙회장을 맡고 있다. 희망코리아는 2005년 5월에 설립된 순수 민간단체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지부가 조직돼 있고, 회원이 60만 명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 애국단체이다. 여러 단체에서의 활동은 권력과 이름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 경제 등 모든 곳에 정의와 평화가 공존하는 사회를 열망해서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은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이고, 이 기쁨은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는 성경말씀에처럼 나눔이 온 나라와 온 세상 끝까지 불꽃처럼 번져나가기를 소망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