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공공약국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심야 공공약국이란 심야에 발생하는 질병 또는 통증에 대한 약 구입의 불편과 응급실 방문으로 지출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줄이기 위해 약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약국으로 주로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된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의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심야 공공약국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8%는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없다’는 의견은 7.9%에 그쳤다. 또한 ‘야간 및 공휴일 공공약국 제도화’ 동의 여부를 묻는 질의에 92%가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심야에 환자가 발생할 경우 국가에서 해결할 문제로 ‘야간·휴일 이용 가능한의원이 연계된 심야 공공약국 도입’이 74.4%로 가장 높았다.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심야 공공약국 운영

▲ 나정희 약사

심야 공공약국은 EU의 여러 국가에서도 이미 운영되고 있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전국에 약 20개 정도가운영 중이지만 심야 시간대 근무 약사 고용의 어려움 및 적자 운영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이렇게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도 남다른 소명의식으로 심야 공공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어 화제다.

남양주에 자리한 신성약국은 남양주시에서 유일한 심야 공공약국이다. 현재 경기도에는 경기도 약사회가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한 후 6개의 약국이 심야 공공약국으로 운영되고 있다. 약국 6곳에서 1년간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기도약사회의 경우도 심야 공공약국 참여 수 확대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야 공공약국을 운영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소명의식 때문이다. 최근 편의점에서도 의약품을 취급하면서 일반인들이 안전상비약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사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최근 대한약사회가 안전상비약 판매업소가 관련 규정을 어느 정도 준수하고 있는지 편의점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 300개 편의점 중 215개 업소(72.7%)에서 위반 사례가 조사됐고 이중 동일품목 2개 이상 판매가 117개 업소(34.8%)로 가장 많았다.

또 모든 판매점이 POS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2개 이상 판매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각각 결제하거나, 서로 다른 POS 기기에 태그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있었고 종업원은 2개 이상 판매가 금지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판매에 대한 교육은 점주가 받고 실제 판매는 종업원이 함으로써 판매자 교육, 법규 준수 등 안전을 위한 제반 대책이 무용지물인 상태였다. 나정희 약사는 “정부는 늦은 시간에 문을 연 약국이 적어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아지자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팔도록 했다. 그리고 그 품목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안다”면서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파는 것은 일반인에 의해 약이 판매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남용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사들이 운영하는 심야 공공약국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보건의료 차원의 지원책 마련 촉구
현재 심야 공공약국은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제정을 통해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의 경우 2012년부터 시내는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읍·면은 밤 8시부터 11시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총 12개 약국이 참여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경기도로, 2015년 10월10일부터 도내 6개 약국에서 매일밤 10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공휴일 없이 의약품조제와 판매·복약지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대구시에 단 한 곳 만이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다. 최근 들어 심야 공공약국의 운영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심야 공공약국의 운영이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나정희 약사는 “심야 공공약국을 운영하면 시간당 소액의 지원을 받지만 그것 때문에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심야시간에 급히 약국을 찾아온 주민에게 증세에 맞는 복약지도를 하고 약을 건네준 후 다음에 만난 주민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보람과 함께 심야 공공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KBS 퀴즈대한민국 왕중왕 타이틀을 얻기도 했던 나정희 약사는 “심야시간대 의료 공백을 메우고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으로 의료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이나 지자체 등에서 공공보건의료 차원의 지원책이 강구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