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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6년 만에 무산
건설업계와 지역사회에 후폭풍 거세게 불 듯
2013년 05월 02일 (목) 17:29:54 황태희 기자 his@newsmaker.or.kr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6년만에 무산됐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난항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1·2대 주주 간 다툼, 정부와 서울시의 소극적인 태도로 백지화를 피하지 못해 건설업계와 지역 사회에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무산은 코레일 주도의 정상화 방안에 반대하는 민간 출자사들이 전격 백지투항할 경우 청산절차 돌입을 재논의 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주이자 최대 주주인 코레일은 지난 4월 8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사 13명의 전원 찬성으로 이 사업의 토지매매계약과 사업협약 해제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치열한 법적공방 및 줄소송 전망
   
 
사업비가 30조원이 넘어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렸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지난 4월 8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토지매매 및 사업협약 해제’ 결정으로 청산 작업에 들어가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는 등 메가톤급 후폭풍이 우려된다. 사업에 참여했던 코레일과 30개 출자사는 파산 책임의 귀책사유를 놓고 3조원대 소송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개발 지역 대상으로 포함돼 재산권 침해를 당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민간 출자사는 물론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를 상대로 2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지난 4월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토지매매 및 사업협약을 해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지난 3월 12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연장 이자 59억원을 내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뒤 한 달여만에 스스로 파산 결정을 내렸다. 드림허브는 만기연장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6월 12일까지 ABCP 원리금 1조10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모두 2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만약 드림허브가 민간 출자사와 합의한 뒤 차환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 최종 부도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최대주주이자 토지 소유주인 코레일은 더 이상 29개 민간 출자사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사업추진 주체인 드림허브 스스로 청산을 결정한 셈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 정상화 방안에 협조하지 않는 민간 출자사들과 더 이상 사업을 끌고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자금 상환 기간이 몇 달 남아 있는데 사업 추체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건 개발 사업에서 드문 경우”라고 맞받아쳤다. 민간 출자사들은 국토교통부 산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중재자일뿐 강제력은 없어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당장 1조원의 자본금을 날린 출자사들은 코레일 대 민간 출자사로 나뉘어 서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소송전을 펼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출자사는 코레일을 상대로 최대 3조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코레일도 협약이행 보증금 2400억원 등 역시 민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전망이다. 해외설계회사 역시 소송 전에 가담해 국제적인 망신도 예상된다. 드림허브는 현재 103억원을 해외 설계비로 썼는데 아직 주지 못하고 있다. 용산개발 구역에 포함됐던 서부이촌동은 사실상 공황상태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집단 반발은 제2용산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재철 11개구역대책협의회 총무는 “당초 소송은 이번사업의 파산을 전제하지 않고 계획됐다”며 “향후 소송 규모는 사업의 초기단계까지 소급된 피해액으로 산정돼 가구당 2억원 이상씩 총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현재 서부이촌동의 가구당 평균 부채는 2년 3억4000만원에서 최근 4억5000만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찬종 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한우리의 ‘손해배상소송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의 소송규모는 당초 예상된 2000억 수준에서 5000억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드림허브 출자금 가운데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1000억원, SH공사 490억원 등 공적자금도 이미 들어있다. 이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게 뻔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용산개발에 대해 간여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철도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코레일에 지침은 내렸다”며 “용산 개발에 간여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향후 예상되는 토지반환금 2조4000억원 외에도 소송 결과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조원을 돈을 민간에 배상해야할 수 있다. 자본잠식 가능성도 커 구조조정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우려도 나온다. 안정적인 철도운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국 서일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사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용산 사태는 철도 운영 문제뿐 아니라 건설, 부동산 대책, 서부이촌동 주민 대책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토지대금 반환으로 청산 절차 밟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최대주주이자 부지 원소유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땅값 반환으로 실질적인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코레일은 지난 4월 11일 오전 철도정비창 부지 땅값으로 받은 2조4천167억원 가운데 5천470억원을 은행들(대주단)에 입금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레일이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와 체결한 토지매매계약이 4월  22일자로 해지돼 사실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용산개발은 다수의 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닌 만큼 소송 등 피해를 감수하고 접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은행에서 연 2.8∼3%의 저리로 단기 대출을 받아 6월 7일(8천500억원)과 9월 8일(1조1천억원)에 나머지 자금도 돌려줄 방침이다. 업계는 용산사업 청산으로 인한 코레일의 손실과 자금조달 부담이 7조3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했다. 토지원금 2조4천167억원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자산유동화증권(ABS) 발생이자 2천690억원을 드림허브에 돌려줘야 한다. 또 토지 소유권 이전비(재취등록세) 3천680억원·자본금 2천500억원·전환사채(CB) 375억원 등 2천875억원의 투자액도 날리게 된다. 아울러 땅을 돌려받아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8조원에 매각한 사업부지는 4조원대로 평가될 것으로 추정돼 대략 4조원의 감정평가 손실도 볼 전망이다. 민간출자사들과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액도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소송 기간도 5년 넘게 걸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최종 청산되면 평균 3억원의 대출을 받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대출 상환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주민들 가운데 파산에 이르거나 집을 경매로 내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사업을 계속 추진해 10조원대의 미분양 사태가 발생해 할인분양을 한다고 해도 코레일은 땅값 8조6천700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출자사들은 주장했다. 이는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중에선 최대 규모이다. 민간 출자사들은 사업계약 해지 여부가 4월 29일 가려지기 때문에 사업이 청산됐다고 보기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사업이 정상화하면 토지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에 참여한 한 출자사 관계자는 “코레일이 땅값을 챙길 수 있는 사업 추진이 아닌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 청산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며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은 주민 피해와 손실 최소화를 위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코레일 측은 “우리가 마련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특별 합의서 등에 반대한 민간 출자사들이 이제 와서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 출자사들은 용산개발을 할 의지가 있다면 코레일 자금이 아닌 자력으로 자금을 끌어와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용산 개발사업 디폴트의 근본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
전문가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무너진 원인으로 부동산경기 침체를 꼽았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리먼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져 용산 등 대형 개발사업이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특히 용산사업은 글로벌 프로젝트라 더 타격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 상암 DMC에 133층 높이의 랜드마크빌딩을 세우는 프로젝트와 인천 용유·무의도에 관광·문화·레저 복합도시인 에잇시티(8city)를 조성하겠다는 프로젝트 등도 자금난으로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용산사업이 파국을 맞기까지는 비싼 땅값, 취약한 자본구조, 무리한 사업부지 확장 등 내부적인 모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레일 자체 분석에 따르면 용산 철도정비창 땅값은 당초 8천억원대에 불과했지만 부동산 거품과 건설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10배인 8조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이 부지의 가치는 3조8천억∼4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겸임교수는 “용산은 예상 땅값이 4조원이었는데 8조원을 썼다”면서 “땅값이 비싸니까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싼 상업시설을 많이 넣어 전체 사업성은 더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내외에서 성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은 자기자본비율이 최소 10∼20%인 반면 용산사업은 3.77%에 불과해 태생적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도 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용산사업을 연계해 서부 이촌동 일대를 개발 계획에 끼워넣어 보상비 3조원이 추가되고 반대 주민들이 집단 민원에 나선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는 입장을 180도 바꿔 주민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인허가를 보류했다. 이에 더해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주요 주주들은 자금 조달을 둘러싸고 의견을 좁히지 못해 끊임없이 서로를 비방하고 반목했다. 코레일은 금융위기 이후 자금을 추가 조달하기 위해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사들에 PF보증을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지분만큼만 책임을 지겠다고 반발하다가 2010년 9월 대표주관사 지위를 반납, 사실상 발을 뺐다. 이후 삼성물산 지분 45.1%를 임시로 넘겨받은 롯데관광개발이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70.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발돋움하자 코레일과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 코레일은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했고,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 출자사들은 당초 계획대로 일괄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용산사업은 지난 3월 12일 만기를 맞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천억원에 대한 선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했고, 이는 사업 청산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이들은 스스로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민간 부동산개발사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코레일은 9일 드림허브에 돌려줘야 할 토지반환대금 2조4천억원 중 5천400억원을 곧바로 반납하기로 했다. 이 돈을 반환하면 드림허브는 사업 시행사 자격을 잃게 돼 사업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어 6월까지 나머지 땅값을 모두 갚고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의 소유권을 되찾는 한편 이달 말까지 드림허브에 협약이행보증금 2천400억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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