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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행동하는 양심
2013년 04월 03일 (수) 17:09:35 황인상 전문기자 his@newsmaker.or.kr

최근 우리 사회 만연에 퍼져 있는 교육계 비리는 대학 교수 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은 관행처럼 되어 버렸고, 대학 교수의 연구 비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해당 대학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거나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지 않고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였다.

   
▲ 이 시대의 행동하는 양심’이라 일컬어지는 김이섭 교수는 소박한 양심과 긍정의 힘이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대학 교수의 비리는 비단 이공계 교수들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인문계 대학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에 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에 지난 2004년, 인문대학 교수들의 비리 불감증을 사회에 고발함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론화 시켰던 김이섭 명지대 인문교양 교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비 횡령 의혹 폭로
김이섭 교수는 지난 2004년 연세대 독문과의 비정규교수로 재직할 당시, 연세대 홈페이지에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을 연속으로 올려 독문과 문과 교수들의 학술진흥재단 연구비 횡령 의혹을 폭로했다. 김 교수가 주장한 교수들의 비리행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은 대부분 발주의 연구용역이 많이 몰리는 이공계 학과에 만연한 현상으로 알려졌으나 김 교수의 고발로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이러한 연구비 횡령이 공공연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 당시 김 교수는 독문과 교수들의 학술진흥재단 연구비 횡령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김 교수는 비리의혹이 있던 교수들이 모두 11억원의 연구비 가운데 10%가 넘는 1억 2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했으며, 교수들은 가족을 연구자로 둔갑해 연구비를 빼돌리거나 기부금 명목으로 연구원들로부터 돈을 송금하도록 하거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의 명의를 이용해 연구비를 지급받게 하고 자신의 통장에 입금하게 하는 수법 등으로 연구비를 횡령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생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었고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등 여러 단체가 김 교수에게 지지를 보냈다.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모금운동도 전개되었다.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으며 학술진흥재단에서도 한 달여에 거쳐 해당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혐의를 확인, 폭로 내용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이에 법원은 동해 12월 독문과 교수 3명의 ‘연구비 유용 혐의’를 인정하고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 벌금 500만원, 기소유예 판결을 내렸다. 연세대 측은 이들에게 각각 정직 2개월, 견책, 구두경고의 처분을 내렸다. 김이섭 교수의 폭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학술진흥재단은 연구윤리강령을 제정했고 대학들도 연구비의 운용과 집행을 관리하는 제도를 개선해나갔다. 그러나 징계가 끝난 해당 교수들은 3월부터 또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오랜 투쟁 끝에 문제제기에 대한 정당성과 공익성을 인정받고 반부패국민연대가 선정한 ‘올해의 투명사회기여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정작 김 교수는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정든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 중국대학 강연
‘이 시대의 행동하는 양심’이라 일컬어지는 김이섭 교수는 소박한 양심과 긍정의 힘이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유태계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희망의 원리’를 집필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무엇보다 희망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고요. 호주의 지체장애인 닉 부이치치는 ‘가장 큰 장애는 당신 안에 있는 두려움이다’라고 말합니다. 에디슨은 ‘많은 인생의 실패자들이 포기할 때 자신이 성공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살벌한 기와집보다 살가운 초가집에 깃든다고 믿는 김 교수는 행복의 조건을 따르는 사람보다 행복의 조건을 바꾸는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헬렌 켈러는 ‘내 인생에서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나폴레옹은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날은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행여 우리는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불평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헬렌 켈러처럼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교수는 명지대 학생들과 희망의 미학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긍정의 힘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라틴어에 ‘Dum spiro spero’라는 말이 있습니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이 있다’라는 뜻이지요.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희망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는 법입니다.”
연세대 문과대학 독어독문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한 김이섭 교수는 독일 자르브뤽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아산사회복지장학재단과 독일 하인리히 뵐 장학재단의 장학생을 거쳐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EBS라디오방송에서 독일어 회화 강의, 독일 콜 수상 방한 당시 독일대사관의 요청으로 통역 및 자문을 수행했던 그는 현재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공익제보자모임 운영위원, 좋은사법세상 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20여 권이 넘는 저·역서를 출간했으며, 70여 편에 이르는 연구논문을 집필한 김이섭 교수는 최근에는 ‘휴먼3부작’으로 휴먼 에세이 ‘행복누리’, 휴먼 아포리즘 ‘지혜상자’를 출간한 데 이어 조만간에 휴먼 커뮤니케이션 ‘소통마당’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400쪽이 넘는 방대한 헤세 평전을 번역하고 있으며 한국하인리히뵐학회의 여러 학자들과 함께 폭력과 평화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 중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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