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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 재연되나
7년 만에 구제역 위기 단계 ‘심각’으로 격상
2017년 03월 06일 (월) 21:35:38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지난 2월9일, 정부는 구제역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심각 수준의 구제역 경보는 지난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구제역 확진 판정 이후 전국의 가축시장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으나 이미 바이러스가 넓게 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태희 기자hth@

지난 2월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제기되는 구제역과 관련하여 “소, 돼지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전수조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전국 우제류 가축시장 일시 폐쇄(9일~18일) ▲생축 이동 금지 ▲농장 출입제한 등 방역조치의 철저한 실행을 당부했다.

O형과 A형 바이러스 동시에 발생해
지난 2월1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 보은 한우 농가에서 신고가 들어온 구제역 의심축을 정밀검사한 결과 ‘O’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5일 새 4번째 구제역 확진이다. 앞서 보은의 젖소 농가와 충북 정읍 한우 농가, 경기 연천 젖소 농가에서 연이어 구제역이 발생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의심 신고는 100% 확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구제역의 경우 서로 다른 바이러스 유형(O형과 A형)이 처음으로 동시에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위기 경보 격상도 전국에서 세 번째 구제역 발생지인 경기 연천 젖소 농가에 앞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 전북 정읍과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구제역 확산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총 7가지로, 중국에서 꾸준히 발현하고 있는 A형의 경우 2010년 경기 연천·포천에서 6건 발견된 것 나타난 사례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잘 발견되지 않았던 유형이다. 이 때문에 대비도 충분하지 않다.

그간 백신 정책을 O형 바이러스 대응 위주로 세운 정부는 새로운 사태 전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국은 애초 지난 2월 8일부터12일까지 전국 소 330만 마리 중 제외 대상(접종 후 4주가 경과하지 않은 소 등)을 뺀 283만 마리에 대해 백신 일제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O형인 보은이나 정읍과 달리 A형으로 확인됨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A형 구제역에 적합한 ‘O+A형’ 백신 물량 부족 등으로 신속한 백신 접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O형과 A형 바이러스에 동시 대비하는 O+A형 백신을 구비하고 있지만, 보유 물량이 190만마리분 정도라 백신 일제 접종 대상인 소 280만마리에 모두 접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직 연천 구제역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보유 중인 O+A형 백신의 효능도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당국은 A형 구제역에 대해 보유 중인 O+A형 백신과의 적합성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O형 백신만 우선 접종하기로 했다. 다만 A형으로 확진된 연천 지역 내 소에 대해서는 시급성을 고려해 유전자 분석 결과와 상관없이 보유하고 있는 O+A형 백신을 접종한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영국 메리알사 측에 O+A형 백신 물량 확보를 긴급 요청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수입 백신이 들어오는 데는 일주일가량 소요되고, 소에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최소 3주 이상이 걸려 그 사이 구제역이 더욱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갑작스런 구제역 발생으로 방역당국도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하고 AI때와 마찬가지로 단계별 늑장 대응을 하는 중이다. 지난 2월6일 관련 브리핑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소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지난해말 기준 전국 97.5%라고 밝혔으나 실제 발병 농가의 항체율이 10% 미만으로 나오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특히 백신 수급과 재고량 유지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A형 구제역이 나오면서 뒤늦게 백신 수입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2010년 구제역 확산 당시와 진행 유사해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컸던 6년 전에는 2010년 11월 말부터 2011년 4월 말까지 구제역이 11개 시·도, 75개 시·군으로 퍼져 소 15만여마리 등 가축 347만9962마리가 살처분됐다. 국가 재정만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의 O형과 다른 A형 구제역이 연천에서 발생하면서 축산 농가와 육류 식당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2010년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구제역은 ‘구제역 악몽’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피해가 컸던 2010~2011년과 흐름이 비슷하다. 2010년 1월(A형)과 4월(O형) 구제역 첫 발생지는 올해처럼 모두 소 농가였다.  농가에서 출발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대단지 돼지 농장으로 번지면서 수조원대 피해를 냈다.

2010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소 16만 마리, 돼지 336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돼지 농가에 ‘한 번 뚫리면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이유다. 소는 돼지보다 항체형성률은 높지만 구제역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강한 바이러스가 퍼지면 이를 견디는 힘은 돼지보다 약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소는 돼지에 비해 구제역 발생 시 피해가 마리당 10배 이상 크다. 돼지의 살처분 보상금은 마리당 30만원 안팎인 반면 소는 4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올해 구제역 등 살처분 예산은 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항체형성률이 높다고 하는 만큼 일단 사나흘 정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며칠 후에 다시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구제역 발생 열흘만에 도살 처분된 소가 1400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 2월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경기 연천, 전북 정읍 등 3개 시·군에서 도살 처분된 소는 모두 21개 농장, 1425마리다. 올해 겨울 들어 지난 2월5일 국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총 9곳이다. 추가 발생 농장을 중심 삼아 지금의 양상처럼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구제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게 된다. 구제역 발생이 방역대 내 마로·탄부면에 집중되는 원인으로는 이 일대에 101농장이 밀집돼 있는데다 차량, 야생동물, 바람이 매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도 25호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소 사육 농장이 집중된 만큼 경운기 등 농기계가 오가며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고, 사료 운반 차량에 의한 확산 가능성도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일단 국도 25호선를 폐쇄하지 않고 전문가 점검 후 소독·통제시설 재배치 등 차단 방역을 강화했다.

돼지 ‘A형’ 구제역 바이러스에는 취약해
최근 돼지 구제역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정부는 과거 구제역 피해가 컸던 돼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방역이 이루어졌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구제역이 발생하면 돼지에 피해가 집중됐던 것을 감안해 백신 접종 등을 평소 충실하게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소의 구제역 항체형성률이 정부의 판단과 달리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정부의 구제역 방역대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데다 초기 방역대책이 소에 집중돼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소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돼지농가로 퍼질 경우 2010∼2011년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던 구제역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 당시 구제역은 전국 6241개 농가를 휩쓸었고, 소·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며,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로 토양이 오염되는 등 심각한 2차 오염 피해도 잇따랐다. 돼지가 구제역에 취약한 이유는 사육방식 때문이다.

돼지는 공장식으로 밀집 사육해 한 마리만 구제역에 감염돼도 바이러스 전파가 빠르다.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생기는 비율도 소에 비해 낮다.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해부터 돼지에 대한 구제역 준비를 철저히 실시해 왔다. 돼지 농장마다 10마리당 1마리씩 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일제 백신 접종도 진행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12월 검사 결과 75.7%의 백신항체 형성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어 무턱대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돼지 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다시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돼지는 소와 달리 사육 수가 1000만마리나 되어 소처럼 단기간 백신을 접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돼지는 소보다 구제역 확산 속도가 빠르다. 돼지의 구제역 전파력은 소의 100배에서 최고 3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빽빽하게 가둬 키우는 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하기 때문에 한 마리가 걸리면 농장 내 모든 돼지로 순식간에 전염된다. 문제는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돼지는 항체 형성률이 소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돼지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소농가보다 크게 떨어진다. 백신의 효능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형 바이러스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젖소농가의 A형 항체 형성률은 52%로 추정된다. 보은·정읍에 비해 비교적 높은 항체 형성률에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돼지는 A형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돼지에게선 그동안 O형 구제역만 발생해, 지금까지 O형 전용 백신만 접종해 왔다. 더군다나 소에 접종하기 위한 백신도 부족해 긴급하게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돼지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하게 된다면 백신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월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구제역·AI 일일점검회의에서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농가 규모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조치를 해야 한다”며 “소규모 농가는 방역기관이 직접 백신 접종을 하고, 자가 접종을 하는 대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접종 이행여부 점검을 강화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황 권한대행은 “AI 발생에 이어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농가피해와 국민들 걱정이 크다”며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는 방역활동에 조그만 구멍이라도 있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선제적인 대처를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농가들이 백신접종 시기·방법, 보관요령 등을 잘 순주해 백신접종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수 있도록 교육, 지도 등의 조치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며 “특히 돼지는 사육두수가 많고 밀식사육으로 인해 바이러스 전파가능성이 높으므로 백신접종과 항체형성 여부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구제역이 발생된 경우 살처분을 신속히 실시하고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매몰지 관리도 철저히 해 달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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