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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위기에 처한 전경련 해체 수순 밟나
빅4 기업에 이어 소속 기업들 릴레이 탈퇴
2017년 03월 06일 (월) 21:32:3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56년간 이어져온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961년 출범한 전경련은 현재 600여개의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한 해 예산은 400억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정미 기자haiyap@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의 단초가 된 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모금책 구실을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경유착의 진원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빅4 그룹의 탈퇴 및 활동 중단 선언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LG는 국내 빅4 가운데 가장 먼저 탈퇴했으며, SK도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이후 회비 납부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전경련 활동을 접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경련 내부 규정에 탈퇴원을 별도로 제출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비를 내지 않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탈퇴한 것과 다름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도 공식 탈퇴원을 제출함에 따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탈퇴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부터 전경련 회비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전경련 해체 조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지난 1월 “전경련의 기존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만큼 앞으로 현대차가 전경련에서 통상적인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전경련 탈퇴를 결정하기에 앞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은 “전경련 탈퇴가 그룹 차원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며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전경련 해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수하라’는 요구에 손을 들지 않은 것은 찬성했다는 뜻이 아니라 유보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평소에도 전경련이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지난 1월4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좋은 사람들이 모여 더 좋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CJ의 전경련) 탈퇴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경련에서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2015년 기준으로 전경련 연간회비 492억원 가운데 77%가량인 378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그룹이 탈퇴하고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전경련은 사실상 존속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현재 전경련 소속 600개 기업 가운데 전경련 탈퇴를 저울질하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전경련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사실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회비만 내온 회사가 적잖다.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계속 남으면 전경련에 돈을 대는 비도덕적인 회사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는 만큼 기업의 전경련 탈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정황 드러나
1961년 ‘한국경제인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쿠데타 이후 재계 1세대인 故 이병철 삼성 회장 등의 기업인 13명이 ‘일본경제인연합회(게이단렌)’를 벤치마킹해 만든 사단법인이다. 지난 1961년 ‘한국경제협의회’를 전신으로 활동을 시작한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경제 성장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부터 9대에 걸친 정권과 함께 하며 정부의 경제정책과 재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현재 국내 600여개 기업이 속한 대규모 단체로 거듭났다. 그러나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 재단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는 등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정경유착의 의혹을 받아왔다.

그동안 전경련은 친재벌적인 경제·노동 정책을 제안하는 등 경제민주화와 어긋난 행보를 걷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국가를 혼란의 늪으로 빠뜨린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우회지원 의혹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의 시발점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출연금 강제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결정타였다. 박근혜 정권의 요구에 따라 주요 기업에서 774억원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모금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재단 설립 자금 모금이 자발적이었다고 말했다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을 뒤집은 바 있다.

경실련, 기자회견 통해 전경련 해체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월6일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특검 수사를 통해 전경련의 보수단체 지원 의혹이 더욱 커져가는 가운데, 전경련이 2013년부터 3년간 38개 보수·우익단체 및 개인에게 총 61차례에 걸쳐 25억여 원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전경련의 해체를 강력히 요구했다. 경실련은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우익단체들은 민생법안처리촉구·세월호특별법 반대 등 친정부적 시위를 주도하며 사회갈등을 조장한 바 있는데, 이제 그 배후가 전경련이란 사실이 더욱 명백해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설립목적 위반과 심각한 공익훼손을 일삼은 전경련 설립허가취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경련은 설립목적과는 달리 보수단체 지원 및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으로 정치개입과 정경유착을 주도했다”면서 “특검 수사와 각종 증거를 통해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명백해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전경련 설립허가 취소를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경유착 근절에 나서야 할 본연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검팀에도 “삼성·SK·LG·현대차 등 4개 재벌기업이 전경련을 통해 친정부 성향의 보수·우익 단체에 7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근혜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추가적인 범죄를 공모한 사실이 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경련은 해체를 촉구하는 비판 여론을 외면하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더 이상의 의미를 상실한 구시대의 유물이자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전경련의 조속한 해체 절차 돌입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다음날인 2월7일에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경련의 관리·감독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정경유착·정치개입 등을 저질러온 전경련을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경련 정관 제1조에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 촉진’이라고 나와 있다”며 “그러나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모금 및 직접지원과 보수단체 지원을 통해 국론분열 등에 나서며 공익을 심각히 훼손해 정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제38조에 따라 산자부는 전경련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산자부는 ‘전경련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전경련 해체 문제는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전경련) 공식 탈퇴를 선언하고 현대차는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재벌 회장단조차도 전경련의 목적을 부정하고 있는 마당”이라며 “산자부는 전경련 해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경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회장 선출에 난항 겪어
전경련은 회비 총액, 기업별 납부 금액 등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기점으로 발을 빼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경련 150여 개 회원사가 참석하는 이사회는 보통 정기총회 2~3주 전 열리는데, 이날 회원사들은 정기총회에 올릴 안건을 의결하고 한 해 예산 및 기업별 회비에 대해 논의한다. 정기총회에는 600여 개 회원사가 참석하며 1년에 한 번 열린다. 정기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과반 참석자 중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이번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의 후임 선임과 전경련 쇄신안 마련이다.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온 허 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올해 정기총회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차기 회장 후보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차기 회장이 제대로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각계에서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차기 회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에 10대 그룹 오너 중에서는 차기 회장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대 그룹 외에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료나 전문경영인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 역사상 오너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회장을 맡은 인물은 유창순 전 국무총리가 유일하다(1989~93년 재임). 최근 전경련 일부 회장단 회원사는 비공식 모임을 갖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고위 경제관료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기 회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전경련 임원이 사무국을 운영하는 ‘비상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 건강상 문제로 회장직을 그만뒀을 때도 6개월 넘게 비상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쇄신안을 주도할 차기 수장이 공석인 만큼 쇄신안 마련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경련 측은 “회원사들의 탈퇴 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쇄신안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회원사들에게 인정받는 조직으로 탈바꿈해 회원사들이 다시 찾는 조직이 되겠다”고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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