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디지털 대표 / 아라리라예술단 단장 일중 황보 영

▲ 황보 영

삼월이면 봄기운을 받아 만물이 소생한다. 언 땅은 더워지고 새싹이 움트고 모든 생물이 살아 움직인다. 이런 좋은 때에 서로를 폄하하는 일을 그만하기로 하자.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비판보다는 잘 되기 위한 격려부터 하자. 훌륭한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렵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위상은 지난 날 기업과 노동자의 근면하고 성실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 국격은 이제 문화 한류를 통해 더 높아지고 있는 마당에, 작금의 정치는 불신의 골만 깊게 하고 있고, 패거리 정치에 언론까지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인다면, 우리 사회를 혼탁하게 할 뿐이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 자연도 겨울만 되면 조류 독감에 광우병에 감염된 닭과 소, 돼지를 매몰해야 하는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올 봄에는 철새인 제비가 이 땅에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된다.

같은 환경에 있으면 다른 생물에게 일어난 일은 곧 우리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살아 있는 것들은 서로 이어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삭막하고 살벌해가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 본래의 청정한 심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이것은 생활민속예술에 옷을 입혀 배려해주고 액운을 빌어주는 덕담을 노래하는 것이다. 먼저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되고, 나중에 은혜를 받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진정한 은혜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다가 갈 때도 빈손으로 간다. 그러므로 베푼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이웃과 나누는 것이다.

배품은 수직적이지만 나눔은 수평적이다. 나눔으로써 진정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받아서 채워지는 것보다는 주어서 비워지는 행복감은 실천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나무와 돌, 흙과 시멘트, 유리와 쇠붙이 같은 것들은 한낱 건축자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자재가 어떤 건축물에 쓰일 때 자재는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개인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기쁜 일이나 어려운 일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가짐으로써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된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우리 생태계를 파괴하여 매년 수백 수천 종의 생물을 사라져가게 하고 있지만, 우리 생활민속놀이는 나누는 미덕을 일깨우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던져준다. 예전의 정월대보름 속에서 우리 조상들의 앞선 문화를 배워보자.

1. 지신밟기
동네 사람들이 농악대를 조직하여 집집마다 다니며 땅을 다스리는 신에게 인사를 드리고 못된 액운을 물리쳐 한 해 동안 좋은 일만 생기고 풍년이 들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집 주인은 음식을 마련하여 농악대에게 성의껏 대접하였다.

2. 달집태우기
달이 떠오를 때 동네사람들이 넓은 빈터에 모여 볏짚을 쌓아서 만든 달집을 태웠다. 그리고 농악장단에 맞추어 함께 춤을 추고 달집 주변을 돌면서 한 해 동안 마을에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기원하였다.

3. 복조리 걸어 두기
대보름날 아침에 복조리를 사서 걸어 둔다. 이것은 복조리를 걸어두면 복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4. 줄다리기
짚 또는 칡으로 큰 줄을 수십 발이나 되게 길게 꼬고 줄 양 머리에는 수많은 작은 줄을 매달아 몇몇 마을을 둘로 편을 갈라 줄을 서로 잡아당겨 승부를 가린다.

5. 달맞이
달이 동쪽에서 솟아오를 때면 사람들은 달맞이를 위하여 뒷동산에 올라간다. 동쪽하늘이 붉어지고 대보름달이 솟을 때 풍년 들기를 기원하고, 처녀와 총각들은 시집을 잘 가고 장가를 잘 들기를 빌었다. 그러면 소원이 성취 된다고 믿었다. 달빛이 희면 비가 많고, 붉으면 가뭄이 있으며, 진하면 풍년이 들고, 흐리면 흉년이 들 것이며 1년 동안의 농사를 미리 점치기도 하였다.

6. 횃불 싸움
마을의 청년들이 가족 수대로 싸리나 짚으로 횃불 막대를 만들어 농악을 울리며 산 위로 올라가서 서로 마주보고 선다. 달이 떠오를 때 달려 나가 싸우는 경기이다. 진편은 그 해 흉년이 들고, 이긴 편은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7. 쥐불놀이
밤에 들에 나가서 논둑, 밭둑을 태우는데 이것을 쥐불놀이라 한다. 쥐불놀이는 못된 귀신을 쫓아내고 신성하게 봄을 맞이한다는 것과 잡초를 태움으로서 해충의 알을 죽여 풍작을 기도하며, 봄에 새싹이 날 때 거름이 되도록 한다. 또 쥐불놀이를 하면 1년 동안 병이 없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8. 더위팔기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대로 서로 상대방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 하고 말하여 더위를 판다. 이렇게 하면 그 해 1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이 날은 사람이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얼른 <내 더~위, 사!>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1년 동안의 건강을 빌며 불 위를 자기 나이만큼 뛰어 넘는 놀이로 모닥불 피우기와 윷놀이가 있다.

9. 새 후치기
첫닭이 울면 집집마다 아이들이 일어나서 삽짝문 앞에서 ‘새야 세야 파랑새야 우리 밭에 않지 말고 멀고 멀리 넒은 평야 가서 너도 배불리 먹고 우리도 풍년들어 다 함께 살자’는 소리를 크게 외치기도 하였다.

10. 강강술래
보름달이 휘영청 훤하게 뜨면 동네 여성들이 모여 손에 손잡고 좌우로 뛰고 돌며 허리를 구부려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원을 만들고 맨 뒷사람이 등 위에 또 다음 사람이 계속 올라가서 등을 밝으며 선창과 후창을 하며 돌아가는 놀이다. 겨울동안 움츠려든 허리마사지 역할과 친목도모와 고부간의 갈등, 시누간의 배려도 함께 만들어가고 끈끈한 민중의 집단무의식을 만들어내는 놀이였다. 지금도 오곡밥에 귀밝이술도 한 잔 하면서 생활민속을 이야기하고, <내 더~위, 사!>라는 놀이가 행해지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놀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역사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이란?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시조(始祖)인 단군의 건국이념”이다. 한자를 보면 앞의 두 글자가 핵심이다. 홍익(弘益), 넓을 홍(弘), 더할 익(益)으로, 넓게 더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군역사에서 환웅이 아버지 환인의 허락을 받아서 땅에 내려왔을 때,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곰과 범 에서 성적이 좋은 곰을 아내로 맞아 단군을 낳는다. 이것은 지도자를 만드는 하나의 방식이다. 곰과 범에게 빛이 들지 않는 굴속에서 마늘과 쑥만으로 100일 동안 지내라는 것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 3개의 차원을 삼신(三神)이라 부른다. 신(神)이 하나가 아니고 셋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신관(神觀)은 우리민속에서 찾아보면 셀 수 없이 많다. 전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올까? 이것이 우리 국사학계가 파헤쳐야 할 가장 큰 과제다. 3대 유물인 셈(數), 우리말(言), 그리고 글자(한자) 속에 우리가 나아갈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동거울의 의미를 아는가?
대구에 가면 근대화골목이 있다. 이 근대화골목은 근대화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인데, 이를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만들어낸 것이 일명 ‘근대화골목투어’다. 대한민국 관광10선에도 선정되었고 홍보도 많이 한다.

이 근대화골목투어의 출발점은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 주택이다. 이들 주택은 주로 의료선교를 하러 온 선교사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그 안에는 그들이 생활하면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진열해 놓은 박물관이 있다. 주로 의료와 역사에 관계되는 물건들인데, 이 중에 특이한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청동거울이다.

이 청동거울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기(神器)다. 환웅이 아버지 환인으로부터 재가를 받고 땅으로 내려올 때 하나의 자격증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이름하여 ‘천부인’인데, 3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청동거울이다.

청동(靑銅) 거울이란 것을 과학적으로 이해를 하면 그 본래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청(靑)자는 색깔로 치면 그 파장이 짧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오행(五行)에서 마지막을 향해서 간다는 의미가 된다. 그것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면 소통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된다. 동(銅)은 구리(bronze)라는 의미이지만, 이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그 글자 속에 같다는 의미의 동(同)자가 들어 있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한 마디로 나중에 보니까 좌와 우가 같다는 의미다. 즉 방정식을 풀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2개의 음양으로 이루어진 태극시스템에서 돌아가면 같게 되는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다시 ‘마음’과 ‘머리’의 관점에서 해석을 하면 ‘돈다’는 의미가 되는 데, 이것을 윤회설의 관점에 풀어보면 반야심경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거울은 빛의 반사를 이용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도구다. 자기 얼굴에 비친 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다시 내 눈에 들어옴으로서 자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얼굴을 볼 수 있게 되는 논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빛이다. 즉 빛 속에 내 얼굴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거울 속의 자기모습을 보면 좌우가 바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푸는 것이 수학의 방정식이다. 수학의 방정식을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면 앞에서 설명한 동(銅)자 속의 동(同)의 의미를 이해했다는 것이 된다. 이 청동거울을 통해서 수학의 방정식 개념과 물리학에서의 빛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청동거울을 통해서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에 빛이 무엇이며, 방정식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이 거울이 빛의 속성을 이용한 것으로서 거울의 관점에서 보면 반사시키는 것이고 이 반사를 우리말로 바꾸면 ‘마주 비추다’가 된다. 빛이라는 것이 신의 전령으로서 먼 우주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빛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기 위한 도구가 거울이라는 것을 알면 왜 우리 조상들이 청동거울을 신물(神物)로 여겼는지, 왜 기독교 선교사들이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빛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이는 신(神)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정창수, 빛의 원리를 통한 청동거울 이야기에서 재인용함).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