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옥 교수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은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사건의 발생국인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김정남은 북한 정찰총국에서 파견한 암살조가 제3국인들을 사주하여 벌인 신종 암살테러에 의해 살해되었다.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과 반인륜성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지난 5년 동안 공포정치를 일관하며 1인 독제체제에 장애가 되는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해 왔다. 고모부 장성택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 내각부총리 등이 피의 숙청의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해외에까지 나가 암살극을 벌이는 만행을 서슴치 안았다. 김씨왕조 유일 지배체제의 반인륜적이고 패륜적 잔학성이 드러나는 편집증적 광기가 섬뜩하다.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실상 북한정권을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암시했다. 말레이시아 언론도 앞서 경찰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비밀요원들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보는 질문에 대해 남성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말해 북한의 개입을 시사했다. 지난 17일 체포된 이정철(47)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요원인데, 바로 이 정찰총국은 남한과 해외에 대한 북한의 첩보·공작 활동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북한 정권의 호전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외국에서 그것도 인파로 붐비는 공항에서 백주대낮에 테러를 가하는 김정은 체제의 잔학성은 정권의 말기증상 외에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제 김정은에게는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고립은 안중에도 없다. 이는 앞으로 북한정권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를 향해 어떤 예측 불가의 돌출 행동을 더 할지 예단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체제는 김정은 집권 5년에 접어들었지만 정권 내부가 계속해서 불안해 지고 있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공개 처형한 데 이어 이복형까지 살해한 것은 북한 내부 권력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현재 태영호 공사와 김정남을 돌보던 백두혈통의 탈북사태에서 보듯 체제의 핵심계층의 동요로 체제불안이 가중되고 경제난과 폭압정치로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이를 억압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 강도를 고조시키고 핵 불장난을 계속하고 있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날로 잔혹성과 광기를 더해가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고립만 자초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내부저항과 체제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에 비례하여 체제의 말기적 증상으로서 김정은의 광기는 너무도 우려스러운 부문이다.

김정은은 미사일 도발을 한 다음 날 김정남을 암살했다. 이런 광기가 있는 김정은의 북한이 조만간 핵무기를 손에 쥐게 되는 날이 임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탄핵정국이라는 국정의 혼미속에서 보수와 진보 양진영으로 나뉘에 개인적 대권욕에 골몰한체 권력탐욕에 매몰되어 서로가 싸우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북한체제를 전보다 엄밀하게 규정하고 대북정책도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현실정치를 보면 지지율이 높은 야권 대선주자들의 진보적인 안보관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들이 계승한다는 햇볕정책 즉 진보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북 사이에 교류와 협력에 전향적인 정책은 안보환경의 변화와 현실에 맞게 보다 합리적이고 세련되게 조정되어야 한다. 그들은 이전의 진보정권들이 남북 사이에 교류와 협력의 과정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과정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신햇볕정책을 설정해야 한다.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정권은 교체될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햇볕정책 재개가 곧 현실화될 개연성이 있다.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그동안 줄곧 집권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후보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안보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입장이 다수를 이룬다. 물론 사드문제가 정치와 외교 그리고 경제 등 국익과 관련하여 입체적 접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사드배치는 실전배치가 임박하여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어수단이다. 

경제문제와 안보문제가 충돌할 때 국가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안보는 만분의 일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며 우리는 경제문제에 대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안보우선적인 정책대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보문제는 당리당략이나 대권욕을 위한 포를리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작금에 우리의 안보상황은 북핵의 위기가 선제타격을 통한 해결외에 대안이 없는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안보라인에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결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궁지에 몰려 이복형을 살해할 정도로 독기를 보이고 있다. 그의 손에 핵과 미사일이 쥐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나는 상황이다. 특히 금번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등 탈북 인사들의 신변 보호는 우리에게 발등의 불이 되었다.

우리의 내부혼란과 분열을 노리는 북한의 테러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만시지탄이나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야권 주자들이 안보정책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이 선거전략을 위한 구호로 끝난다면 나라의 불행이다. 이제는 대선주자들도 수권자적 견지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나라를 지킬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 요구의 목소리가 야권 대선주의자로부터 나올 때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햇볕정책의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솔직히 시인하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력 있는 후보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하나가 될 때만이 북한의 핵과 김정은의 광기에 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