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손정숙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 후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한 손정숙 화백은 지금까지 총 15회의 개인전과 5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해왔다.

장정미 기자 haiyap@

‘불꽃의 미학’ 시리즈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우주의 신비한 원초적 생명체의 율동력, 생명력의 순환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보편적이고도 현실적인 형상에서 비현실적인 형상으로 추상표현하고 있는 손정숙 화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곡선과 제한된 색만으로 역동감 극대화해

▲ 손정숙 화백

“그림은 나의 모든 것이다. 화실문을 밀고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움을 느낀다. 나의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곳이기에 작업실로 언제나 달려온다. 나를 나와 만나게 하고 나를 순백으로 만드는 곳이다. 때로는 삶의 아름다움과 창작의 고통에서 희열을 느끼게 한다.” 손정숙 화백은 이원론적 법칙 하에서 에너지의 융화와 더불어 시공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즉 예술혼을 전하는 양극과 음극의 윤회적 순환원리 등, 생성과 소멸, 질서와 파괴, 아름다움과 추함, 구조적인 것과 해체적인 것 등을 추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내면세계에 속하는 그림을 추구하고 있는 손정숙 화백의 작품에는 오로지 곡선만이 존재하고 있다. 직선이 딱딱하고 굳어 있고 경직된 죽은 선이라면 그와 상반되는 곡선은 자연이자 생명이자 살아있는 선, 호흡을 의미할 것이다. 실제로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부드럽고 유장한 곡선으로 가득하다. 온통 꿈틀대고 구불거리고 유동한다. 경직과 딱딱함, 수직과 반듯함을 지우고 온통 출렁이는 선들로 이루어진 그림인 셈이다. 우주의 자연순환의 법칙에 따르면 살아 있는 것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것이 생명체의 본성이다. 손정숙 화백은 그 움직임과 율동을, 활력을 역동적인 것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제한된 색만 사용함으로써 역동감을 극대화시켰다.

손정숙 화백은 “붉은색은 태양을 의미하며 즉 에너지이다. 초록색은 생명력, 생성을 뜻한다. 그리고 백색은 천지인을 의미한다”면서 “검정색 선은 생명의 근원과 무의식을 일깨워주는 자아의식이며 묵언의 표출이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손 화백에게 있어 선은 에너지의 표현이며 실존의 호흡이고 자아발산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손 화백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작품이 구체적인 외부세계를 지시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무엇인가를 자꾸 연상시킨다. 또한 보는 이의 눈과 가슴에 파장을 안긴다. 서체적인 흘림과 짧게 끊어지며 이어지는 선들, 쓰기와 그리기, 단순한 선긋기 등이 어우러진 그림이 자꾸만 그러한 환영을 자아내는 것이다. 아울러 그림과 함께 항상 ‘손정숙’이란 그의 한글 사인이 선들과 꿈틀대며 하나로 선회한다. 혁필화나 문자도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몸과 존재(이름)를 화면 안의 색채와 선과 함께 어우러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불꽃의 미학’ 시리즈로 세계의 주목을 받다

▲ 우주론

손정숙 화백에게 있어 그림은 생명체로서의 자신의 몸, 그 몸이 담고 있는 마음을 그리는 일이자 순간순간 박동치는 생명력의 파장을 기록하는 일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 속 화면은 우리들 몸의 울림, 떨림과 박동처럼 진동한다. 단호하고 강렬한 색채가 가득한 화면과 그것들이 암시하는 묘한 이미지가 살아나는 것이다. 이제 그의 작품세계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현대회화 5인전(러시아), 살롱 줴지아 국제전(파리), 국제교류 현대작가 15인전(후쿠오카 문화관), 베트남정부 초청 현대미술초대전(하노이), 인도정부 초청 한국현대미술초대전(뉴델리미술관), 몽골정부 초청 울란바토르전(국립미술관), 2002년 한일월드컵 초대전(도쿄) 등 수많은 해외 초청전을 통해 ‘손정숙’이라는 이름을 세계 미술계에 각인시킨 덕분이다. 손 화백은 “나의 그림의 큰 제목은 불꽃의 미학이다. 불꽃이란 하나의 상징어이고, 나의 예술혼을 의미하는 비밀스런 언어이다”면서 “미학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으나 나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의식이다”고 말한다. 작품을 통해 손 화백이 말하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살아있음’이다. 손 화백이 말하는 ‘불꽃’이란 오늘날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을 향해 외치는 “그래도 우리는 ‘살아있다’”라는 또 다른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