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 최송대 화백은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총 28회의 개인전 과 파리, 호주, 러시아 등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을 330여회 참가한 중견 작가다.

장정미 기자 haiyap@

한국화 쪽에서는 드물게 극사실주의 작가로 꼽히는 최송대 화백은 지난 50여 년간 자아 생성의 이미지와 인간의 삶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2006년까지 모든 만물의 생명체를 극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통해 인체에 비유했으며 2007년부터 꽃술의 형태를 재구성하고 꽃의 씨앗과 열매를 통해 생로병사를 강렬한 단색조로 추구해 오고있는 최송대화백을 만나본다

꿈과 사랑, 생명의 혼을 꽃에 불어넣다

▲ 최송대 화백

“모든 만물은 생성하고 소멸하며 다시 태어난다. 그것은 하나의 색으로 종결되어 묻혀진듯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끝내 드러내며 이어진다. 난 이 모습을 매 순간 느끼며 다시 일어나는 그 끈질김에 놀란다.” 최송대 화백의 주요 소재는 다름 아닌 ‘꽃’이다. 유난히도 꽃’이라는 소재에 집착하는 그는 꿈과 사랑, 생명의 혼을 꽃 그림에 불어 넣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그리는 꽃은 흔히 동·서양화에서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일반적인 꽃만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그가 꽃의 외형이 아닌 꽃의 내부를 그리기 때문이다. 최 화백이 표현하는 꽃의 내면은 일상적인 꽃의 표현에서 벗어나 대상의 본질 표현보다 꿈 속 같은 느낌이 주는 비현실적인 의미와 시각성에 더욱 많은 무게를 보인다. 그것은 이전의 색채가 통일된 인상을 주면서도 리얼한 힘을 내보이고 있는데 비하여 근작들은 구체적인 형상과 환상적인 무드가 조화를 이룬다.

원색적이기보다 혼합색들을 통해 더욱 그 환상성의 농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다양한 컬러로 덮어 놓은 듯한 아련함, 그 가운데 홀로 고고하게 자태를 드러내는 꽃의 환상적인 느낌들이 빚어내는 몽환적이며 신비감의 추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꽃이 지니고있는 생명의 질서 같은 그 풍부한 감정들을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어쩌면 그가 그리는 꽃의 내부에는 삶의 구체적인 모든 인생의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최송대 화백은 “추상은 대체로 단순미를 지니고 있다. 저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 중에 없앨 수 있는 내용을 과감히 줄이고 단순한 구상 위에 같은 톤의 색을 수도 없이 덧칠한다”면서 “그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감정의 색, 한 가지의 단색은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느낌이고 완성도를 높이고, 관객도 그 느낌을 같이 공감하기를 기대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심미에서 삶의 성찰로 이어지는 상징적 화면 표출

▲ 삶의모습, 생노병사

“작가는 늘 자신만의 세계의 새로움에 도전하고 많은 이야기를 단순한 표현으로 나타낼 때 보는 관객마다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작가와 관객은 기쁨, 슬픔, 아픔과 서로 소통하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송대 화백이 꽃을 주제로 한 시기는 이미 1990년대부터로, 원색의 꽃술에 집중되어졌다. 비교적 사실적인 묘사가 대부분이었던 2006년까지의 작업경향과 달리 2007년 전시에서는 화면의 재구성을 추구하면서 꽃술에 집중된 재해석을 시도한다. 단순히 인간 신체의 음양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 조화로부터 펼쳐지는 향연을 찬미하는 생명의 노래와 같은 의미를 동시에 포괄하였다. 2011년 이후 그의 작업은 다시 한 번 변화를 보인다.

붉은색과 흑색, 보라색을 전면적으로 사용하면서 명상적이고 관류적인 흐름이 전면에 펼쳐진 화면을 연출하며, 모든 사물들의 리얼리티가 응축되고 극도의 단순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는 그간 심조해온 꽃의 형상적 차원에서 심미적 차원으로, 심미에서 삶의 성찰로 이어지는 상징적 화면을 표출한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최송대 화백은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거듭하는 중이다. 더불어 그가 말하려는 생로병사의 조형언어는 지속적으로 간결성으로 진화한다. 최근 하루의 상당시간을 삶의 사유와 마음의 성찰로 보내고 있다는 그는 “대상을 그대로 그리기보다 느낌이 오는 대로 원에서부터 선, 삼각, 시각으로 정리하고 바라보고 나머지는 생략으로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살아 숨 쉬며 과거를 역사로 만들고 미래를 꿈꾼다. 인간은 끊임없이 감추어짐과 드러냄을 반복하며 존재한다. 그 안에는 슬픔과 기쁨의 추억이 있고 보람과 힘겨움의 현재가 있다. 최 화백은 “시간과 함께 존재하는 나와 타인의 이야기는 나의 그림 안에서 기물의 형태를 매개로 은유되어 표현된다. 평면 위에 색이 중첩되는 과정은 세월이 되고 얻어지는 결과물은 존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여 사람의 진정한 삶의 길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면서 “아름다움은 선함과 상통한다. 나의 작업이 세월의 아름다움으로 공감되어 시간 안에 사람들이 타고난 선함을 놓치지 않고 찾아가는 미래를 희망한다”고 전한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춘추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최송대 화백은 현재 서초 미술협회 고문, 춘추회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