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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씨앗이 세상을 바꾼다
2017년 03월 04일 (토) 22:38:18 황인상 전문기자 his@newsmaker.or.kr

지구상에서 가장 메마르고 척박한 노르웨이의 북극권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는 ‘씨앗 저장고’가 있다. 세계 각국 정부, 연구기관, 유전자은행 등에서 보내온 종자 88만여 종이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소(Svalbard Global Seed Vault)에 보관돼 있다. 일명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라고 부르는 이곳은 마치 지구의 종말을 다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세계 중요 작물 종자 3분의1이 동면중이다. 이는 미래 식량주권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황인상 기자 his@

우리나라에도 경상북도 봉화군 해발 700m 고지대에 지구상 두 번째로 종자보관소 ‘씨드볼트’가 있다. ‘씨드볼트’는 기상이변이나 예측 불가능한 재난으로 인한 식물 자원 고갈을 대비해 종자를 저장하는 금고이다. 지하 40미터에 위치한 영하 20도의 종자저장소에는 현재 종자 4만병이 들어있으며, 종수로 따지면 2,200종이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에 이어 세계 2번째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조용구 충북대학교 식물자원학과 교수는 “미래 산업의 최종 격전지는 종자산업이 될 수 있다. 종자사업은 확장 가능성이 큰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이다. 또 미래의 식량 문제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종자 주권 시대
▲ 조용구 교수
과거 동서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핵 군비 경쟁 못지않게 치열한 종자 경쟁을 벌였다. 세계 인구가 85억 명에 달할 2025년에는 지금보다 두 배가 넘는 식량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 미국은 100여 년 전부터 세계 식물의 씨앗을 모으기 시작해 야생종을 포함한 40만여 종의 종자를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알의 씨앗이 세계를 바꾼다’는 말처럼 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종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조용구 교수는 “국내 종자 기업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 형태로 생명공학·화학 기업과의 기술 교류가 필요한 실정이다”며 “독자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산학협력 또는 대기업과의 기술개발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식물유전체학, 유전학·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와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한 조 교수는 종자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2011년부터 5년간 (사)한국육종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까지 150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48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2015년에는 ‘한국육종학회-차세대BG21사업단-골든씨드프로젝트사업단 공동심포지엄’의 조직위원장으로 ‘융복합육종기술과 종자산업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그는 지난해 1월 2016년도 (사)한국육종학회 29대 회장에 취임해 종자를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1969년 11월에 설립된 한국육종학회는 현재 48권의 저널을, Plant Breeding and Biotechnology 저널은 4권의 학술지의 발행을 통해 육종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키고 그 지식을 널리 보급해 우리나라 육종학의 발전을 촉진해오고 있다. “종자는 농업의 근간으로서 종자의 품질, 용도 등 특성에 따라 1차 생산에서부터 가공, 소비, 6차산업화에 적용까지 농축수산물 생산 이후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종자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특허권 행사 등 유전자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보다 비싼 우리 종자, 국산화 노력 다각화
국산 종자에 대한 품종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종자산업이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종자원이 최근 발표한 2016년 품종보호 출원 동향에 따르면 1998년 식물의 특허로 불리는 ‘품종보호제도’가 시작된 이래 2016년 말 현재 9,213건이 출원돼 6,528건이 등록됐다. 이는 출원건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난해 종자수출도 2015년 4,700만 달러 대비 15.1% 증가한 5,4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조용구 교수는 수출용 일대잡종 벼품종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의 식량종자사업단(단장 정진철)에서 지원받아 ‘일대잡종 벼 육종효율 증진 분자육종 및 생물검정 체계 구축’이라는 세부 이름을 달았다. 이에 수출용 우량 일대잡종 벼 품종 개발 효율 증진을 위한 분자육종 체계 확립과 재배안정성 확충을 위한 생물검정 기반 구축이 목표다. 또, 조 교수를 비롯해 한경대 강권규·정유진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쌀 전분의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조성을 변화시켜 식감을 향상시킨 벼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고식미 벼는 차세대바이오그린21 GM작물개발사업단, 식물분자육종사업단에서 지원을 받아 수행한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전분대사의 유전자의 조절을 통한 고식미 이벤트 벼 계통을 육성했다. 조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고식미 벼는 농업여건의 악화에 따른 국산 우수 벼 품종의 개발 요구와 쌀 개방압력, 기능성쌀 개발의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켜주고 있다. FTA로 쌀 개방 압력이 증대되는 이때 새로운 품종의 개발과 실용화에도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북대 조용구 교수는 2011년 국내 처음으로 벼 분자 유전자 지도를 작성해 벼 유전체 연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세계 3대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등재된 바 있다. 그는 2030년 종자수출 50억 달러 달성, 1천만 달러 수준의 글로벌 전략수출품종 20개 이상 개발을 목표로 GSP사업을 추진 중이다. “종자를 개량하고 신품종을 개발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 수출품종 개발, 전략품목의 집중 육성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해야 한다. 돈 버는 종자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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