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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럽권, 신대륙 출신의 새로운 교황 탄생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세 선출
2013년 04월 03일 (수) 11:23:50 황태희 기자 webmaster@newsmaker.or.kr

이변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비유럽권, 그것도 신대륙 출신의 새 교황이 탄생한 것이다. 마지막 비유럽 출신 교황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였다.

지난 1523년 네덜란드인 교황 하드리아노 6세가 즉위한 이후 455년 만인 1978년, 비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됐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가 재위한 35년을 제외하고 이탈리아인 교황이 계속됐다.

베네딕토 16세의 사임부터 새 교황의 선출까지
지난 2월 11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에서부터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은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지난 2월 1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의 이유로 전격적인 사임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천주교 역사상 600년 만에 현직 교황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충격과 혼란 속에서 전 세계 12억명의 신도를 거느린 가톨릭계의 시선은 서서히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쏠리기 시작했다. 물러났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이튿날 새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엄정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콘클라베의 소집 시기와 선출절차가 여전히 불투명해 교계 내의 혼란상이 계속됐다. 콘클라베는 교회법에 따라 베네딕토 16세가 물러나는 2월 28일부터 15∼20일 이내에 열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그러나 ‘공백기’가 길다고 느낀 베네딕토 16세는 2월 25일 콘클라베를 앞당겨 개최하는 것을 허용하는 칙령을 발표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의 퇴임 절차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2월 26일 물러난 베네딕토 16세의 호칭은 ‘명예교황’(emeritus pope)으로 결정됐다. 이튿날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신자들과 마지막 알현식을 가진 후 교황청을 떠났다. 베네딕토 16세의 공식 사임일은 2월 28일. 이를 상징하는 의미로 공식문서에 서명 날인하는 데 사용하는 ‘어부의 반지’가 은망치로 파기됐다. 이후 3월 4일 역사적인 콘클라베를 준비하기 위한 추기경단 전체회의가 바티칸에서 열렸다. 매일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의 주재로 새 교황 선출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안들이 공식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성직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 SNAP가 ‘교황이 되어서는 안 될 추기경 12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닷새간의 치열한 논의를 거친 추기경단은 지난 3월 8일 투표를 거쳐 콘클라베 일정을 확정했다. 3월 12일 오전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오후 시스티나 성당으로 옮겨 교황선출 투표를 하기로 한 것이다. 3월 12일 오전 10시 세계 48개국의 80세 미만 추기경 115명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미사에서 라틴어 기도문을 읽는 것으로 콘클라베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선출을 의미하는 흰 연기가 피어 오늘 것이냐, 아니면 교황 선출에 실패했음을 뜻하는 검은 연기가 솟아오를 것이냐를 놓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 구름처럼 몰린 신도와 관광객들은 애태우며 결과를 기다렸다. 첫날은 예상대로 교황 선출에 실패했다. 3월 13일 오전 3시 41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오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아∼”하는 아쉬움이 섞인 탄식들이 나왔다. 이튿날 열린 콘클라베. 모두 다섯 번의 투표를 거친 끝에 14일 오전 3시7분 마침내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을 깨고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새로운 교황에 선출된 것이었다.

가톨릭교회의 중심이 유럽 벗어나나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로는 개혁 요구와 현대화의 흐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교회 전반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콘클라베를 앞두고는 비유럽권 교황이 선출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지만 지난 35년간 비이탈리아인 교황이 재위한 데 이어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서 다시 이탈리아인 교황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비유럽권 교황이, 콘클라베 시작 이틀 만에 선출된 것은 추기경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이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될 당시에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유력한 후보여서 비교적 짧은 이틀 만에 선출됐다. 비유럽권 교황 배출은 가톨릭 내부의 변화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의 가톨릭 신자는 2억7천700만명에 불과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합치면 3억명이 넘는다.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는 브라질이다. 교황을 배출한 아르헨티나는 전체 인구 4천만명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70%를 넘는다. 비유럽권 새 교황 선출을 계기로 가톨릭의 무게 중심 자체가 로마, 그리고 유럽을 벗어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럽 중심의 가톨릭교회의 보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미 출신 교황이 선출됨에 따라 바티칸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유럽 중심의 바티칸 세력이 교황 다음 서열인 교황청 국무원장 자리를 내부 인사로 채우는 대신 유럽 이외 지역의 인물을 교황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이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3) 추기경이 아니라 그동안 후보로 주목받지 못하던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뜻을 이어 교회에 청빈과 봉사의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 1세는 지금까지 주로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사목 활동을 했으며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해왔다. 그는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 등 청빈한 생활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그가 바티칸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교회 개혁을 위해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266대 교황으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타임스(NYT)는 프란치스코의 선출은 가톨릭 교회의 개혁 움직임을 반영하지만 새 교황이 교리 측면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어 바티칸의 변화도 ‘교권’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1세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부 이탈리아 출신의 철도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상대적으로 늦은 22세의 나이에 예수회에 입문했다. 신학만큼이나 ‘세속’ 학문인 심리학·문학 등을 즐긴 자유로운 사고의 인물이다. 현재 교계에서 그는 ‘겸손과 청빈’의 상징으로 통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1년 추기경에 선출된 직후에도 로마행 비행기를 타는 대신 국가부도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 빈민을 위해 비행기 값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회 행사에서는 늘 뒷자리에 앉았고 화려한 관저 대신 허름한 아파트에 묶었으며 직접 요리를 해 먹었다”며 “스캔들 없이 소임에만 정진해온 새 교황이 갖가지 도전에 직면한 가톨릭계에 신선한 파장을 던질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지난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에도 해맑은 표정으로 성베드로성당 발코니에서 신자들과 만나 “추기경단이 지구 끝에서 교황을 찾아내 내가 여기에 섰다”는 위트 있는 발언을 남기는가 하면 ‘교황’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로마의 주교’라는 표현을 지속했다. 역대 교황 사상 최초로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프란치스코는 평생 청빈한 삶을 일관, 세속화된 중세 가톨릭 교계에 충격을 던지며 지금까지도 많은 교인들의 사랑을 받는 성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추기경보다 ‘파더 호르헤’라는 이름을 사랑하고 축구·탱고를 즐기지만 이면에는 ‘보수적인 교리주의자’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BBC는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동성 결혼을 공식 금지했을 만큼 교리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인물”이라며 “여성사제 서품, 동성결혼, 낙태 등의 문제에 좀 더 유연한 교회의 시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아르헨티나 태생이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이주민 후손으로 독일에서 공부한 점 역시 보수적인 바티칸 중심부의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1970년대 군부독재 시기를 보내는 동안 세속 정치와 무관한 시각을 견지, 젊은 예수회 신부 2인을 포함해 독재 당시 사라진 3만명의 죽음에 침묵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당면과제
지난 3월 BBC는 서방에서 가톨릭 교회는 각종 비리 및 성추문과 신도 수의 감소에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복음주의 교회의 급격한 성장으로 일부 지역에서 종교적 무관용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톨릭 교회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독신제도에 대한 대화 요구를 거부했다. 여러 서방 국가에서 평등법에 대해 논의했으나 베네딕토 16세는 안락사, 낙태, 동성애에 대해 카톨릭 교회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그것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새 교황으로 선출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무엇보다 성직자들의 성추문으로 위상이 추락한 카톨릭 교회를 바로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바티칸 내부 문서의 유출은 교황청이 심각한 기능 장애가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외부에 노출시켰다. 바티칸의 전문가인 클리포드 롱글리는 “고위직에서 부패가 자행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롱글리는 “바티칸의 개혁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분권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새로운 교황은 이를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패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관이 구성돼야 하며 바티칸의 금융 거래는 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해설가인 오스텐 이브레이는 “평등법은 서방에서 다른 모든 쟁점들을 덮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브레이는 “프랑스와 영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 논란, 영국의 가톨릭 입양 기관 폐쇄, 미국 법원에서 성적 평등을 놓고 진행되고 있는 주정부와 가톨릭 기관 사이의 다툼 등은 가톨릭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종교적인 분쟁이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카톨릭 신자들의 보호도 새 교황이 챙겨야 할 부분이다. 성지의 기독교인들이 잇따라 이주하고 있는 가운데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무슬림 및 유대인들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새 교황은 가톨릭 신자층이 두터운 아프리카 및 아시아에서 무슬림과의 갈등이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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