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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그 공포의 재현인가
실물과 금융 두 부문이 휘청
2008년 12월 13일 (토) 17:31:22 양소의 기자 se@

최근에 발표되는 미국 경제의 지표들을 살펴보면 아직 공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침체에 빠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우선 기업들의 경기 상황이 너무 어둡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제조업 지수가 지난 9월 43.5로 2001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실업률 6.1%에 9월 고용도 예상보다는 훨씬 높은 15만9천명이 감소했다. 여기에 리먼브러더스 같은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줄도산하거나 다른 금융회사에 합병되는 등 금융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10대 도시의 실질 주택가격은 28%나 떨어졌으며 역자산 효과로 내수 소비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양소의 기자 se@

 1929년 10월 주식 시장의 폭락으로 촉발된 대공황이 미국 경제에 전개될 것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잇따르고 있다. 우선 영국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이 불황지수(미국과 영국의 주요 신문에 불황을 다루는 기사 수, Depression index)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보통 이 지수가 높을 때면 어김없이 경기가 나빴다. 현재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불황지수가 높은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경제, 2000년부터 불균형 해소 과정
그러나 시야를 조금 더 멀리하면 미국 경제의 불황은 나스닥 시장의 거품이 붕괴된 2000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그 막바지 국면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까지 이른바 고성장 저물가라는 ‘신경제’를 달성했다.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경제 각 분야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고성장의 그늘은 개인의 허영과 사치, 기업의 과잉투자였으며, 그 결과 미국 경제에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물가 불안 없이 안정된 성장을 했던 것은 바로 중국이 물건을 값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의 국채를 상당 부분 매입했다. 중국은 미국의 물가를 낮춰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채 매입으로 저금리 상황을 지속시켜 주었던 것이다. 저물가 저금리로 미국의 주식과 주택 시장은 호황을 맞았고 이는 다시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소비 증가에 따른 초과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수입은 대폭 늘어났고 이는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했다. 과잉 소비와 더불어 과잉 금융상품은 미국 경제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2006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8,567억 달러(GDP의 6.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경제 불안으로 인해 미국의 실물과 금융 두 부문이 휘청거리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미국 정부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과 공조를 펼쳐 단기 유동성을 거의 무제한 공급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7천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 금융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런 공적 자금과 더불어 주로 아시아 지역의 자금이 미국 금융회사들의 자본을 점차 확충해줄 것이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신속하게 부실을 밝혀 처리하고 중국과 일본 등 풍부한 아시아 자금이 있다는 것은 미국의 불균형 해소 기간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조치로 미국 경제가 단기간에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평균 경상 GDP의 16%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어갔다. 미뤄보면 미국의 경우 약 2조2천억 달러에 해당되며,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선진국의 금융위기 해소 기간이 평균 3년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미국 경제는 당분간 예년과 같은 고성장의 꿈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진배없다.

(1929년 3분기 급격하게 올라갔던 다우지수는 이후 3년에 걸쳐 1/10 수준으로 폭락했다. 나스닥 지수도 2000년 3월부터 2년 반 만에 1/5 수준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주식 시장 측면에서 보면 현재는 1930년 대공황 상황과는 다르다. 오히려 큰 폭의 조정을 받고 대폭 상승한 1938년과 유사하다. 그 당시 다우지수는 3월까지 큰 하락세를 보였지만, 조정을 거친 후 12월에는 56%(월말 기준)나 상승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환경은 반복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긴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대공황에 직면한 것인가?  

새삼 미국의 힘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경제 상황이다. 강대국 미국은 그 힘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에 전 세계가 역사에 유례없이 동시에 금리를 내렸다. 거만한 유럽, 중국, 그리고 이리 저리 눈치만 보며 차이기만 하는 한국마저 슬그머니 금리를 내렸다.

이로 인해 이번 금융위기의 조기 해결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세력이 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문제는 의외로 빨리 해결될 것이다. 한국의 금융위기 때 금융기관의 단체협약으로 대출회수를 막은 것이 위기를 조기 진화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것처럼 전 세계가 동시에 비자발적으로 단체협약에 들어간 것 자체가 그렇다.

자유화와 민영화 추세로 정부통제력과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약해진 전 세계 은행업에 미국의 힘이 먹힐지는 두고 봐야 한다. 즉, 이번 전 세계 중앙은행들을 잡고 벌인 모험은 성공적이었지만 문제는 시중은행들이란 얘기다. 중앙은행들의 공조 이후 전 세계의 이목은 리보금리의 하향 여부에 쏠려 있다. 리보금리가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에 관한 핵심지표이기 때문이다. 은행 간 거래금리인 리보금리는 여전히 고점 경신 중이다. 은행 간 불신으로 자금융통이 안 되면 금융은 여전히 꽉 막혀 있게 된다.

원수도 친구, 이웃도 사촌?

자본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 구분 없이 전 세계가 동시에 미국에 보조를 맞춘 것은 미국 금융기관의 파생상품을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이 나누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 세계는 “미국의 파생상품이라는 괴물”에 치여 한 배를 탄 친구가 되어 버렸다.

G7재무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G20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다고 난리법석이지만 이번 사태로 보면 세계는 미국, 일본, 중국의 G3시대다. 이 난국에도 환율이 안정되고 미국에 돈을 더 빌려주겠다는 나라는 중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금융기관을 통해 이미 미국의 금융위기가 옮아붙었고 전 세계는 아시아로까지 전이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시아는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인가 치명상은 없다.

한 나라의 경제는 환율, 금리, 주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금융위기 때는 금리나 주가는 별 의미가 없고 결국 환율만 보면 된다. 이미 망한 리먼브러더스를 사들인 일본, 미국 금융위기의 불을 없애려고 나선 중국, 아시아의 금융맹주를 두고 다투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선방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근 10개월간의 주가 폭락으로 비관이 가득하고 시장에는 한국경제와 증시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넘쳐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 우리 증시의 과거를 돌아보고 여타 국가들의 증시상황을 살펴보면 한국 증시는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선방하고 있다.

<주요 증시의 주가 하락률 비교>


 
자료: 불룸버그

 
80년대 이후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한국 증시가 폭락한 경우는 총 7번이 있었다. 하락폭을 보면 IMF금융위기 때 72%, IT버블 붕괴시 54%, 미S/L사태 때 40%, 이번에 직면한 미국발 금융위기로는 35%대의 하락을 보여주고 있다. 역대 4번째로 큰 하락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인 쇼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가하락 수준을 보면 대만, 홍콩, 일본, 미국S&P500보다 훨씬 낮다. 한국이 선방하는 이유는 수급과 기업의 펀더멘털,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수급 측면을 살펴보면 이미 IMF 사태를 경험했던 학습효과를 들 수 있다. 금융위기가 완전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담겨있다고 보기보다는 IMF라는 금융위기를 겪은 경험이 내국인의 매도를 막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의 힘이 매년 30조원씩 팔아 치우는 외국인의 매도를 받아줄 정도로 커졌다.

기업의 펀더멘털 측면을 보면 미국 금융위기에 의한 한국 금융기관의 피해는 다른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즉,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제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IMF 사태 이후 한국의 주력 제조업인 반도체, LCD, 휴대폰, 철강, 자동차, 화학, 조선 등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서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고, 상장기업의 부채비율도 80%대, 즉 부채가 없는 구조라서 중견 이상의 기업은 금리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자라가 아닌 솥뚜껑으로 분류, 이미 겪었던 큰 경험이 내성을 안겼기 때문에 이 정도 위기는 기다림이 약이라는 투자 심리가 은연중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의 아킬레스건- 환율폭등, 5-6주만 지나면….

현재 한국증시는 유혈낭자한 환율 폭등의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고환율 정책의 오판으로 인해 달러 보유량이 대폭 적어진 것이 주이유이지만 너무 오른 환율로 인해 재력이 없는 우량 중소기업들은 흑자 도산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안 통과 이후 자금집행까지는 통상 5~6주가 걸린다. 이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나 부실 시중은행들은 부도가 날 확률이 높다. 위기에 몰린 미국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해 매일 매일을 연명하는 게 고작이다. 

즉, 5~6주, 길게는 3개월이다. 이후 향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금년 4분기에는 미국의 대선이 있고 주요 경기지표가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이다. 위기의 사이클로 보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증시로 보면 4분기에 이번 사이클의 주가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상수지에도 조만간 청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부 업종에서 노사분규타결에 따른 수출정상화가 기대되고 환율절하에 따른 수출금액의 상승효과로 경상수지가 11월이나 12월에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환율문제는 향후 5~6주 정도면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 이다.
 
20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을 자부하는 미국의 힘은 잘 짜인 국가 운영 시스템의 힘이다. 그런 시스템이 금융 파생상품 하나로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레임 덕”이 어떻다 “죽은 오리”가 어떻다 말을 하지만 백악관의 파워는 여전히 강했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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