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모티브로 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금보성은 한글을 현대 회화코드 로 담아내는 작가다. 그는 한글을 기호나 문자로 소통하는 의미를 넘어 21세기의 새로운 미술 사조인 ‘퓨전주의’에 접목시켜 퍼즐과 같은 조합을 통해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그가 그려내는 한글회화는 시인으로 등단한 금보성의 작가적 심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한글에 대한 그의 사랑이고, 문학에 대한 열정과 동일선상에 서있다.
 “시를 쓰던 나에게 한글은 항상 익숙한 존재였다. 어느 날 문득 한글이 문자로서 해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한글을 테마로 작품을 한 작가는 없더라. 내가 한글 회화의 원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벌써 25년째를 맞았다. 한글회화 개인전도 29번을 가졌다.”

▲ 시인으로 등단한 금보성의 작가적 심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한글에 대한 그의 사랑이고, 문학에 대한 열정과 동일선상에 서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29회의 개인전을 가졌다면 중견 반열에 들어 모자람이 없겠지만 작가  금보성은 화단과 친하지 않다. 전공자도 아니고 미술을 정식으로 아니 어깨너머라도 배운 적이 없다. 어떤 형상이나 이미지를 모눈종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혼자 그려보기 시작해, 지금도 모든 작품을 그런 자기 방식으로 그리고 색을 입힌다.
 “그림 공부를 따로 해본 적은 없다. 실은 난 그림은 따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정신에서 나오는 거라 본다. 그 정신을 캔버스에 옮기는 법을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구상, 비구상뿐만 아니라 극사실주의 회화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같은 그림을 천 번 이상 그리기도 하는 금보성은 물감도 아낌없이 사용한다. 물감위에 물감을 올리고 또 올리고... 그 과정 중에 색감이 바뀌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다. 그래서 그는 관람객이 그가 만들어낸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그림은 만져보라고 한다. 보통의 작가나 전시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한글을 통하여 한국인의 문화 DNA를 깨우고자 한다. 이것은 예술에 있어 한국적인 것이 풍경이 아닌 정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글은 누구나 작품의 소재로 차용할 수 있지만 금보성 만큼 다양한 작업과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자극적이다. 무질서 한듯하지만 그 속에는 자로 대며 계산을 통해 자리하고 있는 질서가 숨어있다. 

21세기에 일어나는 모든 크고 작은 일들에 있어 우연이나 과장은 없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퓨전현상이라 한다. 퓨전이란 라틴어로 (FUSE 섞다)뜻을 가지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퓨전이라 하며, 퓨전은 고유의 영역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상생을 말하며 또 생명이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퓨전은 본래의 의미, 가치, 기능을 가지고서 또 다른 고유의 것과 만나는 공간이며 새로운 영역이다. 본질이 변하거나 사라진다면 퓨전이 아니다. 금보성은 모국어인 한글 문자와 얼굴 이미지를 해체하지 않고 본질을 유지한 채 퓨전주의 작품인‘자화상’을 만들었다.
또 그가 즐겨 그리는 소재 중 ‘그릇 시리즈’는 한글과 도자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그릇시리즈의 특징은 음각과 양각으로 나누는데, 양각은 판화기법이고 음각은 목판화 기법이다. 석채(돌가루)를 사용하여 새로운 재작방법을 만들어 내고, 기존의 미술사 영향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과 이론을 가지고서 금보성식 미술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가 25년 전 처음 ‘한글그림’ 을 그릴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멈춰 선다고 한다. 이렇게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기까지 25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전시를 할 때 마다 매번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대중들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한글작업을 위해 작업실로 사용하려고 마련한 평창동 작업실은 본래 40여 년간 갤러리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다. 주변의 권유가 빗발쳐 갤러리로 꾸몄다. 작가로 25년을 지내면서 느꼈던 좌절과 비애감, 실망, 아픔들이 많았던 만큼 작가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갤러리로 운영한다. 그가 만든 ‘갤러리 평창동’ 은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어 전시 중 작가가 기거할 수 있도록 하고, 전시기간도 한 달 이상이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알리고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통 일주일인 전시 기간으로는 불충분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전은 3개월 동안 전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시 작가들도 재야 작가들 중 선정하려 한다. 기왕에 유명세를 탄 작가들은 ‘갤러리 평창동’ 이 아니어도 전시할 기회가 많을 터.

▲ 금요비,한글,2010-31,유화

“대관은 하지 않고 초대전으로만 운영한다. 내가 배울 수 있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싶다. 또한 비교적 접하기 힘든 작가들도 모셔서 대중과의 소통의 관계로서도 운영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갤러리 평창동은 내겐 교실 같은 곳이다. 치열한 작가정신을 지닌 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작가정신은 물론 그림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동 주민들이 집 근처 거리를 걷는 시간은 저녁 이후 시간이다 보통 갤러리가 7시 문을 닫는데 누가 와서 그림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해서 갤러리 평창동은 11시까지 혹은 새벽까지 갤러리 문을 열어놓는다. 산책하다 언제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주민의 동선과 시간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 금보성은 미술계의 ‘이단아’ 일수도 ‘기린아’ 일수도 있다.
 그의 작품은 제법 잘 팔리고 있고, 2008년 올해의 작가, 200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가 하면, 2010년에는 올해의 인물 대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서도 2011년 독일 평론가 금상, 2012년 프랑스 작가상 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 심사위원장이었던 조순 부총리는 금보성을 미술대상 작가로 선정하면서 “퓨전주의 한글회화의 젊은 거장” 이라 평했다.  글ㅣ유창림 미술세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