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가 괴테는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민족 고유의 특성을 소중히 지키고 간직하는 것이 세계의 공감과 인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미다.

황인상 기자 his@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정작 옛 조상들의 이야기가 담긴, 진정한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점차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지포토’ 통해 전통한지 산업의 중흥 도모
일본 특허 받아내고 중국도 기대
지난 11월 부산 국제시장 6공구에 부산시가 명품시장 글로벌 육성 지원 차원에서 모든 예산을 지원하여 공들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지숨이 당당히 초대를 받아 입점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부산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지숨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특히 세계화를 꿈꾸는 기업으로서 해외 특허를 진행하여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본의 기술특허를 재도전 끝에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중국도 곧 결과가 나온다. 황용운 대표는 해외 진출을 통해 한지의 우수성을 사진인화 시장에 소개하고 사업적 성공을 일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황용운 대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지숨갤러리의 황용운 대표는 한지의 재발견을 통해 잊혀져가는 한지에 숨을 불어넣어 그 찬란한 한지문화의 르네상스를 이 시대에 다시 재현해내고 있는 인물이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내구성에 과거 갑옷 재료로 사용될 정도의 강도를 지니고 있는 한지는 자연을 이해하고 그 특성을 살리는 독특한 기법을 찾아낸 선조의 지혜로 탄생했다. 하지만 산업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쉽고 편리하게 종이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백여 번의 공정을 거쳐 탄생하는 전통 한지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대부분은 이름만 한지일 뿐 중국이나 태국에서 들여온 수입지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황용운 지숨갤러리 대표는 사양길에 접어든 전통 한지산업의 중흥을 도모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선택한 방법이 다름 아닌 ‘한지포토’다.

황용운 지숨갤러리 대표는 “우리 종이인 한지가 점차 그 본래의 쓰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한지에 글이나 그림을 넣어 본래의 쓰임을 되찾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개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한지에 사진을 인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부 화학성분을 첨가한 한지인화지와는 달리 표면에 전혀 코팅을 위한 화학 성분을 넣지 않아 잉크의 양이 많이 소모되고 쉽게 번지는 애로를 완벽하게 극복한 기술력이 핵심이다. 숨 쉬는 종이 한지에 담긴 사진들은 일반 인화지와 달리 풍부한 감성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우아한 색감을 머금고 있으며 한국적 정서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한지포토의 우수성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동북 3성의 중심인 선양(沈暘)에서 연례적으로 열리는 제 14회 한국주간 행사에 초청받아 200여 전시 작품과 1만점에 가까운 상품을 선보였던 황 대표는 요녕성 학계와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주최측의 요청으로 한 달 간 작품 전시를 연장하기도 했다. 또 스타몰 매장과 세계농업박람회에 전시 요청도 받아 들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중앙채널 요녕TV 경제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한류를 주요 테마로 한 컨벤션과 콘서트의 결합행사인 ‘2016케이콘(K-CON)에 참가하여 사람의 따스함까지 옮겨 담은 한지 사진을 비롯해, 옛 것의 풍미와 현대의 감각이 조화를 이룬 한자엽서, 한지책갈피, 미니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리의 것’ 지키기 위한 노력 기울여야
“옛 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옛 것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는 황용운 대표. 최근 그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지숨갤러리가 자리한 전주한옥마을에서 자리를 내줘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 지숨갤러리는 세계 최초로 운영되는 한지 포토 문화공간으로서, 한지를 활용한 문화 상품의 개발과 사진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전시장과 판로 거점으로 자리 매김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촌이 밀집해 있는 전주 한옥마을은 고유의 전통미와 다양한 문화들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지만 수 년 사이 이곳에는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철저하게 상업적인 공간이 점령하고 있다.

황용운 대표는 “50% 이상을 차지하던 문화공간은 현재 9%도 채 남지 않았고 그 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정작 이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져야만 하는 현실에 문화적 가치마저 사라질까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젊은 세대의 친구들은 한지가 우리 종이라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우리 종이가 사라져 가는 이 현실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지포토와의 만남을 통해 한지의 ‘불편한 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늘날, 세계는 지금 이 순간도 시간과 공간의 영역, 국가·민족·지역 간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으며 하나의 범세계적 체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급증하는 외래문화의 홍수와 소비문화의 변화 속에서 스스로에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민족 정체성을 자각하고 우리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천년을 지켜온 우리의 한지, 다시 천년동안 지켜가는 마음으로 부단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지숨갤러리.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지숨갤러리를 마음에 품어주고 크게 격려해 주어야 할 때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