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회화의 조류를 모방하여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實用畵)를 말한다. 때로는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격외적인 민화는 민중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윤담 기자 hyd@

민화는 제도적으로 강제성을 가지고 보급한 것이 아닌, 서민들의 삶 속에서 저절로 이루어진 회화양식으로 자유로움이 그 특징이다. 서민들의 삶의 정서를 매개로 하는 일종의 생활화로, 장식 같은 그림이 아닌 집안의 평온과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마치 부적과도 같은 것이다.

민화 통해 전통문화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지키다
“민화는 우리 민족(민중)과 수백 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문화적 상징체계이다. 따라서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장구한 역사와 정서와 염원, 즉 정체성이 담겨 있다. 아울러 당대의 시대상과 사회상, 개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문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민화’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메커니즘 속에 작동되고 있는 코드들에 대한 천착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주요한 기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경희 관장

최근 민화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김경희 도계민화박물관장의 행보가 화제다. 무형문화재 민화장(民話匠) 1호 고안(古岸) 김만희 선생으로부터 사사받은 이래 40여 년간 민화의 외길을 걸어온 김경희 관장은 방대한 전통화의 영역에 새로운 체계와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1월, 김경희 관장은 도계민화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도계(萄甄)란 이름은 ‘포도송이같이 후학양성에 풍성하라’는 뜻을 가진 김경희 관장의 ‘호’에서 따왔다. 충남 천안시에 자리한 이곳은 김 관장이 그간 개인적으로 꾸준히 수집해 온 민화와 자료, 작품 등 약 200여 점의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거나 소장하고 있다. 현

재 충남도에는 30여 개의 사설박물관이 등록되어 있지만, 민화박물관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김경희 도계민화박물관장은 “생활양식이 급변하고 우리의 전통이 점차 퇴색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는 민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하며 전통문화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지켜내고자 한다”고 개관 배경을 밝혔다. 현재 도계민화박물관은 조상들의 진솔함이 담겨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민화와 민속품 전시 외에도 매년 특정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민화 강사의 지도 아래 다양한 민화그리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민화아카데미도 운영, 천안지역의 초·중·고등학교의 방과후 체험 학습장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김 관장은 “앞으로 기획전시를 통해 민화작품을 바꿔주고, 민화 외 작품전시 등 다양한 운영방식을 통해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구성적 민화로의 발전 도모
우리 선조들이 더불어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내는 행복 추구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민화를 통해 전통의 한류를 전파하고 있는 김경희 관장은 “민화란 세상에서 복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벽사진경(?邪進慶)의 염원, 신앙과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낸 전통사회의 산물”이라며 “이러한 매력이 저를 민화의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말한다. 민화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민화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김 관장은 제4회 대한민국 명인미술대전 서예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민화·불화·화조·산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작품은 대부분의 민화 작가들이 고정된 틀에 한정된 전통만 고착시키는 반면, 전통 민화의 바탕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나감으로써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구성적인 민화로의 발전을 보여준다. 현재 전통공예협회 천안·아산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 관장은 “도계민화박물관에서 40명 남짓한 제자들과 함께 민화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데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여건이 되면 더 큰 공간으로 이전해 멋진 민화박물관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도계민화박물관은 민화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작품을 기획전시하고, 민화를 비롯한 예술전파의 중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