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경희대 혜정박물관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혜정 관장은 지난 12월 11일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문화유산보호 유공자로 선정되어 ‘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재청에서는 매년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하여 ‘문화훈장’과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포상하고 있다.

▲ 김혜정 관장은 지난 2002년 경희대학교에 기증하며 혜정박물관을 열었다. 현재 혜정박물관에는 300여 점의 고지도 및 관련사료를 소장한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140여 점을 소장 중인 미국의 남가주대(USC)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계 최대의 소장 자료를 갖추고 있다

김 관장의 이번 수상은 지난 40여 년간 고구려사 왜곡, 간도 등 역사분쟁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증거자료와 동해표기, 독도문제 해결의 결정적인 사료를 수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수집하였고, 이러한 귀중한 자료를 경희대학교에 기증, 박물관을 설립하여 우리나라의 영토문제에 대해 꾸준히 대국민 홍보활동과 고지도 연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등 대내?외에 우리나라의 주체성을 확립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 점을 인정받은 결과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세우는데 기여
또한, 김혜정 관장은 유네스코 서울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어 지난 12월 26일 수상하였다. 협회 측은 “지난 40여 년 동안 큰 비용을 지불하며 고지도와 한국학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경희대학교에 기증하여 혜정박물관을 설립하였다”면서 “이들 자료는 주변국에 의해 계속 야기되는 영토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세우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며, 이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김 관장의 애국애족 정신이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의 인물상의 역대 수상자로는 이명박 대통령(15회),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1회),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9회)을 위시하여 박세직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2회), 임권택 영화감독(12회), 김승유 하나은행장(13회),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18회) 등이 있고, 이번에 김혜정 관장은 19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8일에는 김 관장이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한국박물관학회 주관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한 제27회 박물관 학술대회에서 광개토태왕릉비 원석정탑본인 혜정 소장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재까지 광개토태왕릉비의 탑본은 10여종이 발견되었는데, 원석정탑본은 국내에는 청명 본과 규장각 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명 본의 경우 개인소장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고, 규장각 본은 전체 분량의 5분의 1에 해당되는 부분만 남아있다. 그런데 이번에 혜정박물관에서 공개한 원석정탑본은 석회 칠 이전에 제작한 것으로 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논란이 국내에 소장하고 있는 어떤 본보다도 앞선 시기의 것으로 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비문변조에 대한 문제 해결과 판독되지 않은 비문의 문자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광개토태왕릉비문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해 6월 출간한《고지도의 매력과 유혹》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동해와 독도, 간도에 관한 영해·영토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고지도들과 지도첩들을 토대로 집필한 역사에세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국내 주요 언론에서 다투어 보도하는가 하면 작가 인터뷰 등이 쇄도하는 등 세간에 주목을 받았던 도서다. 이번에 선정된 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00만원 상당을 구입하여 연말까지 공공도서관, 벽지 초·중·고등학교, 병영도서관, 해외문화원, 교정시설 등 2,000여 곳에 배포된다. 특히 이번에는 책들을 KTX 특실 미니문고와 국군 장병을 위한 국군철도수송지원반(TMO)에도 비치하여 우수도서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 찾는 일에 열정을 쏟다

▲ 김혜정 관장은 지난 12월 11일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문화유산보호 유공자로 선정되어 ‘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재청에서는 매년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하여 ‘문화훈장’과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포상하고 있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성장하여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던 김혜정 관장은 사학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역사에 남다른 관심과 애착이 있었다.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일본인들과 함께 섞일 수 없었던 그는 그때부터 ‘나’라는 정체성을 찾고자 수없이 많은 번민을 했다. 그러던 중 대학시절 허름한 책방에 들렀다가 눈에 들어온 고지도 한 점은 김 관장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17세기에 프랑스에서 제작한 세계지도였다. 이후 지도의 매력에 흠뻑 빠지며 지도를 수집하면서 김 관장은 특히 ‘동해’표기 지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20대 중반 사업을 시작하며 상당한 자산을 모았던 그는 “더 많이 가진 자는 그만큼 더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삶의 목표가 소유에 그치고 말면 천박해지는 법이니 이 세상에서 얻은 것은 다시 세상에 되돌려줄 줄 알아야 한다”는 부친의 가르침에 따라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투척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 관장은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외할머니의 고향이었던 제주도에 정신지체아를 보살피는 혜정원을 설립하고 그곳에서 활동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사업을 하며 벌었던 재산을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고지도를 비롯하여 고서적, 미술품, 민속품 등을 수집하는 일에 사용했다. 특히 한국의 영유권과 관련된 자료가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고,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았다. 지도에 동해라고 표기된 지도가 있으면 닥치는 대로 모았다. 현재 발굴된 세계 고지도 중 동해로 표기된 자료가 과거에는 1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에 달한다. 이는 김 관장의 땀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관장은 “잃어버린 역사와 공간, 그리고 이름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그렇게 모은 자료를 지난 2002년 경희대학교에 기증하며 혜정박물관을 열었다. 현재 혜정박물관에는 300여 점의 고지도 및 관련사료를 소장한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140여 점을 소장 중인 미국의 남가주대(USC)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계 최대의 소장 자료를 갖추고 있다. 김혜정 관장은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과 자료들은 일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 국민의 문화자산이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영해와 주변국과의 올바른 관계정립을 위해서라도 고지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전문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라. 그것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많은 것을 되돌려준다”면서 “사회는 그런 사람을 기린다. 그 속에 행복의 싹이 자라고 이웃을 포근하게 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방법이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