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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설 VS. 총체적 위기
금융위기는 전제일 뿐… 본격적인 위기는 이미 시작
2008년 12월 13일 (토) 17:24:47 권순영 기자 sy@

외국인이 보유 채권을 일시에 팔고 한국을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재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위기설은 빠르게 세력을 잃어갔다. 하지만 이것은 잠시뿐인 꿈과 같은 연출이었다.                          

권순영 기자 sy@

● 국민경제를 공포에 떨게 했던 9월 금융위기설 9월 금융위기설이란 정부가 발행한 채권 가운데 만기가 도래하는 67억 달러가량의 채권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면 한국에 IMF 때와 같은 거대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설(設)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 및 원자재값 급등, 외환보유고 축소와 환율 급등, 무역수지 적자행진이 신빙성을 부여했고, 덕분에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심하게 출렁였다. 하지만 막상 9월 10일이 오자 지나친 기우였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외국인이 보유 채권을 일시에 팔고 한국을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재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위기설은 빠르게 세력을 잃어갔다. 실제로 10-11일 이후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보여 9월 위기설 자체보다는 그 후에 나온 북한의 김정일 신변이상이나, 9월 위기설 해소과정에서 나온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연기,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대내외의 새로운 변수에 요동치고 있다.
  정책 진행 차원에서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2,4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국이 67억 달러에 금융위기에 빠진다는 말 자체는 처음부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바람 앞에 촛불처럼 경제규모 세계 13위의 나라는 일대 혼란에 빠졌고 정부와 관계부처는 연일 해명보도와 대응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분주했다.

 그러나 9월 위기설을 퍼뜨린 범인은 정부와 여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파로 확산된 촛불집회 진화를 위해 논한 경제위기설이 9월 금융위기설로까지 번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미국발 금융재앙에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어수선한 국가경제에 기름을 퍼부은 격이다. 경상수지 적자행진이 이어졌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어 나갔으며 그 결과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쳐 종합주가지수 1,500선마저 붕괴되었다.

 '9월 금융위기설'의 현실화 우려 속에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다. 정부가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고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는 구조면에서 달라 9월 금융위기설은 낭설일 뿐이라 주장했지만 투심이 얼어붙은 시장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지난 1일 주식시장은 매물 폭탄의 폐허였다.

1일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을 넘어선 뒤 지난 주말보다 27원이나 오른 1,116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환율 급등과 9월 유동성 위기설, 여기에 미국 증시 급락이라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거의 모든 주가가 폭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무려 59포인트 떨어진 1,414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개인이 하루 동안 내놓은 실망매물은 3,600억원어치에 이르렀다.

증권 관계자는 “9월 금융위기설에 따른 금융경색의 위기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현금의 비중을 높이자는 투자심리로 인해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들은 일제히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위기설은 과장된 것"이라 말했으며,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브리핑을 통해 “외환보유액 중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에 투자한 채권은 전액 선순위채권이며 트리플 A 등급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 유가상승에 ‘환헤지하느라 외채 증가했다’는 논리도, 유가상승 환헤지하면 외채가 증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외채감소로 나타난다. 최근 외채 증가는 선박 수출이 잘돼 미리 돈을 꿔 와서 생긴 것으로 선물환 매도에 따른 일시적 차입이다. 9월 만기 도래 국고채의 상환자금이 이미 확보되어 있어 상환자금 마련을 위한 국고채 발행증가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금융당국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2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400선이 붕괴됐고, 원달러 환율은 1,120원대로 급등했다. 프로그램 순매수가 1조1190억원을 상회했지만 심리가 불안한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7.29포인트 하락한 1407.14로 장 마감했다. 
                                                              -9월 1일 금융시장 모습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재앙이 닥쳤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를 비롯한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점증되고 있다.

전날 뉴욕 증시는 다우 지수가 8500선으로 폭락, 2003년 5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S&P는 2003년 4월, 나스닥은 같은 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일 국내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동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는 올 들어 5번째, 코스닥 시장에는 7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86.81포인트(6.7%) 내린 1208.08을 기록 중이다. 장중에는 1178.51까지 추락하며 역사상 3번째 하락률을 기록했다.

일본 도쿄 증시도 개장 직후부터 닛케이225 주가가 9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폭락을 면치 못했다. 같은 시각 닛케이225 지수는 871.98포인트(9.52%) 하락한 8285.51을 기록 중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78.62포인트(3.79%) 하락한 1995.96, 선전 지수는 18.73포인트(3.33%) 하락한 543.88로 장을 열었다. 싱가포르ST 지수는 129.04포인트(6.14%) 하락한 1973.67을 나타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하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8.5원 오른 140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5.5원 오른 1395.5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개장 10분 만에 70원이 폭등해 1460원까지 고점을 찍은 후 정부 개입 추정 물량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축소, 1400원대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 10월 10일 증시현황

● 9월 위기설의 주범은 외국자본?  환율이 치솟자 지난 7월 정부는 환율방어를 한다는 미명하에 수십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환율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결과만 초래하여 두 달 동안 쏟아 부은 외화는 무려 150억 달러나 됐다.  이런 상황에 9월이 다가오자 불안한 금융상황을 이용한 외국인 투기세력의 대대적인 주식 공매도(空賣渡·주가 하락에서 생기는 차익금을 노리고 실물 없이 주식을 파는 행위. 주권을 실제로 갖고 있지 않고 혹은 갖고 있더라도 상대에게 인도할 의사 없이 신용 거래로 환매(還買)하는 것이다) 폭격이 이루어져 금융불안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금융위원회 측은 “최근 외국인 주식 매도분 26조원 가운데 공매도가 24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언론마저 가세해 9월 금융위기설의 불안을 한껏 부추겼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는 9월 1일, '한국이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는 제하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한국 정부가 큰 손실을 봤다"며 한국이 미국에 대한 투자 손실과 환율 관리 실패로 이달에 외환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약 2,479억 달러로 IMF(국제통화기금)의 적정 외환보유액 3,200억 달러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만약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빈약한지 깨닫게 되어 이달 만기가 되는 67억 달러의 외채 중 상당액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원화 가치의 하락은 더욱 가중될 것이며 급등하는 물가와 막대한 가계부채도 한국 경제에 불안정을 더한다고 타임스는 말했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 누구나 불안감이 팽배해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 세력질에 규합한 오보(誤報)였을 뿐이다.
● 법치와 규율, 질서를 세울 곳은 결국 자본시장

 9월 7일, 정부 후원 모기지 금융기관(GSE)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사상 초유의 2천억 달러 구제 금융 결정이 내려지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미국발 금융사태는 진정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한국 증시는 안정을 되찾았으며 외국투기자본은 공매도했던 주식을 되사는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팔았던 투자자들이 예상과는 달리 지수가 상승하자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 재매입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을 해야만 했다.
 즉, 큰 차익을 맛보려는 투기세력이 불안한 세계증시와 국내정세를 이용해 외환위기라는 공포를 만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설 증폭과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고 축소, 환율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순매도 등이 연출한 픽션이었으며, 결정적으로는 외국인 주도의 공매도와 외국 언론의 지원사격이 결국 주가폭락과 환율 급등을 조장한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투기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준비되지 않은 한국경제를 외국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교란할 수 있다는 한국 금융의 부실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어설프게 위기설을 퍼트려 정치적 국면 전환을 꾀한 이명박 정부도 철저히 농락당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이른바 법치와 규율, 질서를 세워야 할 곳은 노동시장이 아니라 바로 자본시장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위기설은 ‘좁은 의미’의 위기설만 진화된 것이며, 중ㆍ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정, 경상수지 적자와 언제 뛸지 모르는 국제유가, 고환율에 따른 국내 물가 불안 등이 잠복한 위험 요소로 꼽힌다.

● 진짜 경제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 경제는 9월 금융위기설을 차치하고라도 이미 큰 위기에 들어서 있다. 만일 9월 금융위기가 도래했다면 그 무게가 가중될 뿐이었다.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 수준은 전년대비 두 배 이상인 5%를 넘나들고 있고 내수성장률은 수직하강하여 하반기에는 3%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근거되는 몇 가지 상황을 들어보면
첫째,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되어 내수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공행진을 해오던 수출실적에 비해 내수는 늘 경제 성장률 아래를 맴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내수 부진 속에서 고전하며 버텨오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최근 가파른 내수침체에 심각한 타격을 받아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4.5%에 달하던 내수 성장률은 올해 상반기에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2%에 불과했다. 소비부진이 내수 채산성의 악화를 초래하면 해당 종사자는 소득이 감소하고 이는 다시 소비부진으로 이어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상반기 경제성장률 5.3%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둘째, 2008년 들어 실질 임금은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비임금근로자인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자영업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7만 개 이상 줄어들었는데, 이들은 점포를 폐업하면 소득이 아예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저임금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발생할 것이다. 셋째, 한국경제는 자생력이 없다. 그나마 수출 호조로 상반기를 버텨왔던 한국경제는 미국과 유럽, 일본, 아시아의 경기 침체로 하반기 이후 총체적인 내우외환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맞고 있고 한국은 이미 반도체, 전기·전자, 자동차 수출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수출둔화는 경상수지 적자의 만회를 점점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고 외환 불안정을 지속시킬 것이다.
● 일자리도 못 낳는 한국

 고유가와 세계경제 동반 악화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뚜렷해지면서 고용 창출마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자리 감소는 소비심리 위축을 부르고 다시 내수부진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위기를 암시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14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3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신규 일자리는 3월 18만4000개, 4월 19만1000개, 5월 18만1000개 등으로 4개월 연속 20만 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계절요인을 감안한 일시휴직자도 6월 기준 32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21만2000명에 비해 51.5%(10만9000명)나 증가했다. 전년 동월대비 일시휴직자는 2005년8월 11만8600명 증가 이후 34개월 만에 최대치다.

 일시휴직자는 조사대상 일주일간 근무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로 일시적으로 일거리가 없어서 쉬는 경우를 말하는데 일시휴직이 증가하면서 6월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7.4시간으로 전년 동월대비 1.1시간 감소했다.

 그만큼 경제규모가 성장해도 취업자 수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됐다는 방증이다.

 정부마저 하반기 경기 위축으로 고용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의 신규 채용인원 10% 증원과 중소기업의 1사1인 채용 등 기업의 자발적인 채용확대 캠페인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하지만 기업 차원의 약속일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 국민들의 생활과 생계를 위협할 실물경제의 위기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누적에서 오는 위기를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고 있다. 참여정부 5년간 늘어난 부동산 대출, 올 들어 시중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급랭이 맞물리면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가 갚아야 할 연간 대출이자가 지난 7월 말 현재 44조원가량으로 2004년 말에 비해 2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주택시장의 변동에 따라 대출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

 지난 8월 적자가 확실시되는 경상수지도 한국 경제를 짓누른다. 선진국 경기의 둔화세가 글로벌 경제로 파급되면서 수출까지 위축되면서 실물경기의 하강 추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실물경제가 악화되면 이에 작용하는 부채는 기업과 가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미 지난 2분기 가계부채는 가계신용을 포함하여 66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GDP의 70% 수준이며 IMF 외환위기 당시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물론 IMF 때와는 달리 국가 경제규모가 커진 것을 감안하면 아직 위험한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오르고 있는 금리와 줄어드는 가처분 소득을 감안하면 절대 간과할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8월 0.25% 인상된 기준금리가 올 8월 다시 0.25%가 인상됐다. 실질 임금의 마이너스 양상으로 소득은 줄어들고 있는데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소비위축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직면할 것이다.
 외환시장의 변수도 많다. 외환 당국의 강력한 개입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일단 진정되는 듯하지만 정부 개입은 한계가 있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 등을 감안하면 하향 안정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하루 진폭이 이달 들어 무려 27.50원으로 지난달 6.89원의 4배에 달하는 등 매우 불안하다.
 최근 정부가 민생안정의 기치를 내걸며 추진하고 있는 감세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상황을 호전시킬 가능성보다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감세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가계부채와 국가 경상수지 적자에 이어 재정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며,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DTI규제 등 대출규제를 푼다면 상황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양극화 경제를 넘어서 공존의 경제를 모색해야  이처럼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9월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경제에서 이미 시작된 경제위기이다. 이는 다수 국민의 생활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지 11년 만에 다시 닥친 경기 침체와 국민생활고는 지금부터 향후 수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의 구조화를 통해 꾸준히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어 왔고,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양극화 성장체제가 고착화되어 있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구조화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중산층을 없애려는 양극화 자본주의에서 유래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시장지상주의였다. 이번 9월 위기설 와중에 요동친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 금융자본의 시장 교란 행위가 한 국가의 정부조차도 얼마나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동원하고 연기금마저 동원했지만 시장을 뒤흔드는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를 무력화시킨 시장지상주의 앞에서 국민들은 부채를 늘려가며 소비를 촉진해야 했고, 거대 금융자본은 그로 인한 이익을 독식하며 승자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결국 승자조차도 살아남을 수 없는 공멸의 경제가 바로 시장지상주의이다. 시장지상주의 전도사인 미국마저도 공멸의 위기 속에 국가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 지금의 모습이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피하기 위해 3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행한 경우와 이번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살리기 위해 2,000억 달러 구제금융을 실행한 경우가 그러하다. 
 국가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간다. 오히려 부자들의 세금을 대규모로 줄여주는 조치를 감행했다. 이렇다면 장차 정부 재정의 여력이 없을 것이므로 국가복지 축소의 길로 정책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 아니면 정부가 빚을 내든, 공기업을 매각하여 그 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민생안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의 심화 낭떠러지를 향해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는 모습이다. 

● 우리에게 남은 과제
 양극화라는 벽으로 분단된 우리에게 위기는 곧 구조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지난 10여 년을 지속해온 양극화 경제를 넘어 공존이 가능한 경제로 구조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위탁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국가와 시장의 기능을 공존시키고,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전환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이 공존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집중적으로 회복시키며, 부익부 빈익빈이 극단화되는 경제를 피하기 위해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도록 고용 안정책과 재정 정책에 역점을 두고, 모든 공적 영역을 시장에 편입시키는 극단적인 민영화 정책을 중지하여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공존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소득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 우리 시대의 진보이자, 진보세력의 과제이다. 소득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소득 격차 자체를 줄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숙련직과 비숙련직의 격차 등 우리 사회의 격차를 없애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분단이 없는 역동적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필수 과제이다. 긴 호흡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정부의 역할과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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