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웰빙과 함께 안락사 논쟁에서 촉발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 오영진 소장은 “과거에는 종교단체나 복지회관 등 단체에서 신청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개별단위 신청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존엄사를 긍정적으로 인정해온 고 김수환 추기경은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한 2008년 말부터 인공호흡기와 같은 기계적 치료에 의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거부해왔다. 이와 함께 2009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김 모 씨의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연명 치료 중단 민사 소송에서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일으켰다.

웰다잉지도자 양성 과정 진행
최근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웰빙(well-being)의 완성으로 웰다잉(well-dying)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웰다잉이란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며, 남겨진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남기지 않는 죽음, 고통이 최소화 된 죽음, 준비된 죽음, 편안한 죽음을 말한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는 지역 내에서 지속적인 행복한 삶과 죽음에 대한 홍보, 교육, 연구 등을 통해 지역민들이 보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찾고 생명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대해 재고하며, 죽음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그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기관이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최소화하고, 생명의 유한함을 깨우쳐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연령대를 향한 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소에서는 2012년에 이어 2013년 1월부터 15회기 과정으로 제 2회째 웰다잉 지도자 양성 과정도 준비 중에 있다. 첨단의료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 수명연장, 가족구조의 변화, 상업화 된 의례 등으로 인해 참다운 웰빙과 웰다잉이 시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는 시점에서 열리는 웰다잉지도자 양성 과정은 그래서 그 의미와 비중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살펴보면 ▲왜 죽음의 의미를 묻는가, 죽음의 성찰, ▲죽음준비교육의 목표와 필요성, ▲한국인의 죽음 이해, ▲노년기 이해, ▲존엄한 죽음과 사전의료의향서, ▲유언과 상속, ▲죽음교육의 실제:웰다잉 감성 캠프, ▲호스피스에서의 죽음이해, ▲화해와 용서, ▲상실과 슬픔치유, ▲사진으로 쓰는 자서전, ▲죽음 이후 영원한 생명, ▲전통과 현대의 상장례 문화이해, ▲웰다잉강사의 비전과 사명, 수료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웰다잉에 관심 있는 전문직 은퇴자 또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오는 1월 12일부터 3월 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웰다잉 지도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후에는 웰다잉 전문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며, 심화/보수교육과정의 참여기회가 제공되고, 각 기관에서 강사활동을 할 수 있다. 오영진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 대표는 “웰다잉 강좌의 핵심은 죽음을 애써 회피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의 질을 높이며 남은 삶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이라며 자서전쓰기, 유언장, 상속과 나눔, 사망기,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 등이 좋은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사전의료의향서 관련 교육 담당
최근 부산에서는 가족에게 부담이 될 것을 의식해서, 또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사전의료의향서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은 죽음의 질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노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고령화 추세가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어떤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본인의 의사를 미리 표명해 두는 것으로 뇌기능의 심각한 장애나 질병 말기, 노화로 인한 죽음이 임박했을 때 심폐소생술이나, 기도에 관을 넣어 인공호흡기를 다는 등의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절하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사전의료의향서 관련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는 지난해 약 500여명이 의향서를 신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영진 소장은 “과거에는 종교단체나 복지회관 등 단체에서 신청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개별단위 신청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의식의 변화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 가치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현재 연구소에는 약 20여명의 강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역량 있는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 소장은 “웰다잉은 가시는 분에게도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가족과 서로 마음속에 있던 말을 다 나누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떠나면 고인이나 가족 모두 가슴에 맺힌 것이 없다”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준비하다 보면 현재 살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돼 더 열심히 충실하게 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