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외교통상부에 조사 따르면 재일교포의 수는 90만4806명(거주자격별 재외동포현황)으로 집계됐다. 그중 일본 내에 영주 자격을 갖고 사는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동포는 46만1627명이었다.

정재원 기자@

▲ 변주호 회장은 살면서 항상 애향, 애국, 반공에 대한 생각과 조국이 부국강병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재일교포들은 1945년 해방 이후, 반세기 넘게 일본 내에서 한국·조선 국적을 지키며 살아왔다. 하지만 전후 일본 사회에서 그들은 절대적인 빈곤과 함께 민족 차별을 감내해야만 했다. 본국은 해방됐지만 일본에 남은 교포들은 해방되지 못했고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재일교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국과의 교류에 힘써온 변주호 회장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Q. 지난 12월 19일 한국에서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A. 재일교포의 일원으로 이번 선거결과 박근혜 후보의 압도적 승리에 기뻤다. 특히 재일 거류민단의 일원으로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반공 사업에 동참했던 저로서는 그 감회가 컸다. 저는 평생을 조총련을 대항해 거류민단의 일원으로 반공의 선봉에서 일했다. 육영수 여사를 시해한 문세광의 윗선 조총련계 침입자들을 제거하는 등 민단의 불순세력을 색출하는데 기여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3대 세습 김일성 일가의 실상을 잘 모른다. 과거 10만 재일교포들이 북송된 적이 있었다. 그들 중 정말 극히 일부만 평양에서 거주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일본에서의 자금지원이 있는 일부 인원만 거주할 수 있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오지로 쫓겨났다. 그곳에서도 그들은 일반인민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이미 자본주의 물을 먹은 반동세력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야만 했다. 실상 남한의 경우도 재일교포들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무언가 이국적인 이방인 취급을 할 때 서러움을 느낀다. 일본에서도 이방인, 본국에서도 외지인인 셈이다. 지금 일부 정치권의 종북은 이적행위로 용서받지 못할 중죄이다.

Q. 한국에 벚꽃을 기부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A. 30여 년 전 서울시로부터 벚꽃을 기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동경도청 산림과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더니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사이따마현 묘역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에서 수많은 벚꽃 중 한국의 특성에 맞는 벚꽃 묘목을 추천받아 9000주를 서울로 보냈다. 항공편으로 보내기에는 많은 양이었고 당시 한진그룹의 최고책임자에게 특별 요청해 승낙을 받아 배송됐다. 당시 기부한 벚꽃은 서울시에 3500주, 인천에 2500주, 부산에 2000주, 진해에 1000주로 분리해 보냈다. 서울시에 기탁된 3500주는 지금의 어린이 대공원에 심어졌다. 몇 해 전 그곳에 가보니 3500주는 아니더라도 1000여 주 정도의 나무가 심겨져 자라고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벚꽃은 사실 한국이 원조다. 임진왜란 때 제주 왕벚꽃이 일본으로 건너가 개량화 된 것이다. 일본의 국화가 되어 일본산으로 알려졌는데 사실과 다르다. 벚꽃의 한국 출연은 당시 저의 자비로 이루어졌다.

Q. 한국에 학술 기술 시찰단을 파견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 벚꽃은 일본의 국화이기는 하나 사실 한국이 원조다. 임진왜란 때 제주 왕벚꽃이 일본으로 건너가 개량화 된 것이다

A. 1958년에 일본 각 대학, 대학원 이상 학생 30명과 교포 사업가 30명 등 총 60명을 선발해 파견했다. 당시 학술강연회, 산업시찰, 일선장병 위문 사업을 펼쳤는데 경무대 이승만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당시 학생 중 몇 사람은 한국기업에 취직했고, 사업가들은 몇 년 후 모국에 제조업을 유치했다. 이승만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이 대통령이 유년시절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 고나현에서 심한 고문을 받은 후유증으로 손발이 부자연스러운 것을 목격하고 반일감정이 가중되기도 했다. 대통령 분부까지 있었지만, 인천 한국유리회사 최태섭 사장의 회사취업 간청을 세 번 정중하게 사양했다. 당시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진주 대동공업회사의 김삼만 사장의 물질적인 지원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Q. 교육 사업에도 많은 활동을 펼쳤다고 들었다.
A. ‘한국 학생회’를 개편했다. ‘학생 동맹’을 해산하고 거류민단의 문교국장이 직할 학생회로 개편했는데, 학생회의 간부는 학생들을 특수교육하며 등용토록 하고, 조총련이 투입시킨 간부들을 추방하기에 힘썼다. 1966년에는 ‘조선장학회’의 정상화를 이루었다. 1956년 당시 조총련에게 조선장학회의 권리를 빼앗기고 소유권까지 탈취 당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소유권 이전을 위해 소송을 했으며, 거류민단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했다. 대표이사를 이적행위로 제명하여 축출하고 새로운 이사를 파견함으로써 조선장학회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어 한국으로의 유학제도도 확대했다. 1960년대 각 대학에서 교포 학생은 유학이 가능했지만 서울대 유학만은 불가능했다. 이에 당시 서울대 최문한 총장과 교무처장을 위시해서 몇몇 학장님과 협의해 서울대 유학허가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끈질긴 설득 끝에 다음 새 학기에 10명 이상이 입학되었다. 이를 위해 서울대 유학생용으로 ‘왕용사’라는 기숙사를 기증했다. 부지는 서울대학교에서 제공했고, 건물은 북해도에 계시는 교포 왕득용씨가 건설비를 희사했다. 당시 이 사실을 고 박정희 대통령이 알고 한층 높은 기숙사를 하사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Q. 재일교포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 왔다고 알고 있다.
A. 문화원과 영사관 설치를 지원했다. 문화원은 교포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민단 및 산하단체 육성에 이바지했다. 교포 자녀들의 혼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었고 특히 조총련 조직 약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1960년대 당시 정부는 한일 국교가 정상화되자 영사관 설치를 많이 했는데, 나는 삿포로와 센다이, 니이가타 등 3곳을 담당했다. 지역 교포들에게 영사관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물심양면 협조를 요청했으며, 건물과 비품, 그리고 운영을 위한 기본 재정까지 만들었다.

또한 재일 한국유학생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역할도 했다. 당시 한국의 유수 대기업주 자제가 가벼운 교통사고가 나서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당황해 할 때 사후처리를 위해 도움을 준 일화도 있다. 지금은 가친을 이어 한국의 대표적 기업 총수로 세계적으로 크고 훌륭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보람을 느낀다.  

Q. 거류민단에서 활동했을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처음 거류민단 문교국 차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조총련 학교는 155개, 학생 수 약 5만 명으로, 공산주의 교육이 실시되고 사범학교에서는 공작원을 양성했다. 반면 거류민단 학교는 8개, 학생 수는 약 1,4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때는 민족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거류민단 문교국장에 취임한 후에는 민족교육 강화책으로 단기, 중기, 장기의 3단계 계획을 수립했는데, 단기는 하계학교, 중기는 본국에 유학, 장기는 기성학교의 확충이었다. 1982년에는 동경 한국 학교 부이사장으로 취임했는데 학교 창설 초기부터 민족 교육의 기반을 학교에 두었다. 당시 파견 교사와 현지채용 교사의 급료차가 심해 학교 운영비는 정부가 보조했으나 교포 이사들이 상당액을 지원했다. 이에 이사진을 강화하고 운영비를 충분히 확보해서 현지 채용 교사들의 생활보장을 강화했고, 학생들에게 몇 가지 중요 과목을 방과  후에 무료로 강의하고 교사들에게는 별도로 수당을 지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학생이 점차 늘면서 오전과 오후로 이중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과외수업은 몇 몇 학교에서는 중지하기는 했으나 학교를 살리고 학생들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끝까지 추진했다. 학생 수가 늘면서 교실이 좁아지자 건물을 개축해야 한다는 여론도 생겨 정부의 지원과 교포들의 협조로 건물을 새로 증축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1983년에는 거류민단 서동경지부 부단장으로 취임했는데, 서동경 본부의 단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수를 증원하고 단원들에 봉사하는 일을 많이 해야 했다. 민단 사옥을 신축하면서 운영기금을 확충하여 임직원의 봉급을 충분히 보장해주었다. 단원 자녀들의 결혼 문제도 지원하고, 청년회, 부인회를 강화하고 문화원과 협조하여 한글강습도 실시했다. 정치적으로는 한일 친선협회를 결성하여 한일간의 유대 강화, 무역의 역조 시정과 교민들의 지위 향상에 공동으로 노력했다.

Q.일본 내에서 경남도민회를 결성했는데.
A. 현재 재일교포는 일본 전쟁을 목적으로 끌려온 사람 중 65만여 명이 남았다. 본적지별로 구분하면 경남이 40%, 26만 명이고, 조총련의 이북은 불과 2%인 13,000명이다. 조총련 구성원 중에도 경남 출신 40%가 합류되어 있을 것이다. 조총련의 조직을 파괴하려면 조총련에 포섭되고 있는 경남 출신을 한국으로 전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경남 출신 교포들을 결속할 수 있는 사업과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 구성된 도민회는 관계기관에 행정장비를 기증했는데, 회원들은 각기 고향에 학교건설, 전기시설, 다리와 진입로 건설, 육영사업 등을 기증했다. 도민회의 회원들은 대부분 조부모, 부모, 형제들의 묘가 거의 경남 지역에 있다. 이에 도민회는 성묘단 사업을 기획했다. 성묘단 사업은 정부가 주도했으나, 참가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경남 출신으로, 성묘단 비행기 운임 등을 지원해준 사람들이 많다. 성묘를 하기 때문에 조총련 조직에 있는 사람은 물론 간부까지도 비밀리에 참가를 했다. 이렇게 성묘한 대다수가 한국으로 전향하자 조총련 조직은 급속도로 약화되면서 조총련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으며, 구성원 수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지난 1983년에는 창원 사격장을 기증했다. 당시 63회 전국체전을 경남 창원시에서 개최했는데, 경남 도민회에서 도와야 할 것을 도청 당국과 협의 했다. 도청 측을 통해 체전에 사용할 사격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협의한 결과 사격장을 기증하기로 결의했다. 이 사실을 경남도지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 대통령께서 도민회 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다. 

Q. 하이스콘의 이중규 대표와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다.

▲ (주)하이스콘의 이중규 대표는 숨겨진 애국자의 이야기를 알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후세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A. 이중규 대표는 사업차 서울을 왕래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역사관 등 서로 많은 부분에 있어 공감하고 있어 평소 각별히 지내고 있다. 현재 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주)하이스콘은 바다목장 사업에 투입될 '인공어초(물고기집)' 개발에 성공해 모범적인 기술혁신형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들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 알려진 바 없는 나의 이야기를 한국의 언론에 소개하도록 권유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할 때 개인의 입장일 때나 단체에 속해 있을 때나 자신이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해서, 상의할 때는 상의하고 지원을 받을 때는 지원을 받아 최선을 다해 추진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정이나 자녀들의 생활 안정과 장래를 위해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서기는 했지만 항상 애향, 애국, 반공에 대한 생각을 좀처럼 버릴 수 없다. 이유 없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과 굴욕, 그리고 멸시와 천대를 당할 때마다 조국이 부국강병 해야 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에 모국에 합작회사, 새마을공장, 철공소 등을 운영하면서 전량을 수출해 외화획득에 미력하나마 이바지하고, 철공소는 자주국방에 참여한다는 뜻에 무기의 작은 부품이라도 제조하려고 노력했다.

(주)하이스콘은 바다목장 사업에 투입될 '인공어초(물고기집)' 제조 기업으로 이중규 대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인공어초는 ‘하이퍼콘크리트’라 불리는 초고강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어초다. ‘물고기를 위한 아파트’인 셈이다. 기존의 콘크리트 인공어초는 철근이 들어가기 때문에 바닷물에 의해 쉽게 부식되면서 수명이 짧아지는, 반면 인공어초는 철근을 넣지 않고 만들었으면서도 기존 콘크리트의 3~5배 정도 강도를 내며, 물을 흡수하지 않아 내구성이 뛰어나다. 특히 한국산업시술연구원으로부터 ‘저 알칼리 무독성 제품’으로 판정 받아 물고기가 집단 서식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적합하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의 국가사업인 바다목장 인공어초 사업에도 이 제품이 들어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해안을 시작으로 바다목장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이스콘은 어족자원별，바다특성별 등으로 나눠 기술을 연구해 이와 관련한 특허 3건을 등록했다. 
 

변주호 회장 Profile

변주호 회장

1949년 부산중고등학교 졸업
1953년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1958년 도쿄공업대학 초자연구 중퇴

1950년 부산금성중학교 야간교사 취임
1953년 부산평화중학교 설립
1955년 국방부 과학기술연구소 문관취임
1954년 거류민단 문교국차장 취임
1957년 한국학술 기술 시찰단 파견
1960년 S.K공업(주)설립
1963년 한국아이리스(주)설립(일본인과 합작회사)
1964년 새마을공장 설립
1965년 거류민단 중앙본부 부교국장 취임
1974년 재일본 경상남도 도민회 설립
1977년 거류민단 보상대책위원회 상임감사
1977년 거류민단 중앙본부 청년국장 취임
1982년 동경한국학교 부이사장 취임
1985년 거류민단 서동경본부 부단장 취임
1985년 통일 정책 감원위원 취임
1991년 동청매 정형외과 병원 설립, 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