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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그 화려함을 디자인하다
2017년 01월 08일 (일) 18:14:11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황민주 작가는 장미를 그린다. 수십 수백 송이의 장미로 작품마다 붉기의 절정을 나타내고 있다. 한 잎 한 잎 꽃잎을 결속시켜 만든 한 송이의 장미, 그 장미를 모아 만든 한 다발의 장미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고아한 멋을 자랑한다.

신선영 기자 ssy@

장미 바라보기
   
▲ 황민주 서양화가.
황민주 작가만큼 장미를 꾸준히 그려온 작가도 드물 것이다. 장미를 주요 소재로 십오 년 년째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장미를 중심으로 한 구상 작품이지만, 그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고 보면 장미를 하나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상징으로 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귀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다 똑같은 장미라고 생각하고 쉽게 지나치기도 해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 다른 형태와 모양을 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사람의 얼굴이 다 같지 않듯이 장미도 다 다르게 피어난 생명체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다름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한 송이 한 송이가 귀중해지는 게 제 관람 포인트에요.”

여기서 장미를 사람이라고 표현한 게 꽤 인상적이다. 이 말 한마디에 장미가 어떤 표정을 지은 얼굴 마냥 친숙하고 사랑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마치 얼굴을 다루듯 애정 어리게 그려나간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미소 짓게 하지 않았나 싶어진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작품의 매력이자 어려움이다. 이만하면 장미를 보지 않고도 그릴 법한데 꼭 실물이나 사진을 보고 그려서 실존적인 느낌을 실어주고 있다.

“장미를 꽃 중의 꽃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아름답기가 빼어난 만큼 그리기 어려운 게 장미에요. 여러 장의 꽃잎이 첩첩이 돌아가면서 벌어진 모양을 자칫 잘못하면 달팽이관이 되거나, 다른 꽃이 돼서 늘 신중해야 하는 꽃이에요. 그래서 장미를 장미답게 그린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장미에 대한 정직함은 그의 대표작 <사랑, 그 열정을 말하다>에 잘 나타나 있다. 작품 제목처럼 한 송이 한 송이 붉은 열기로 피어난 삼백오십 송이의 장미가 백 호짜리 캔버스에 빽빽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가히 입체적으로 보일 만큼 일렁이는 군락이 멀리서도 눈길을 끌어당기는 작품이다.

   
▲ <사랑, 그 열정을 말하다>, 162 ×130cm, oil on canvas.

“원래 서예와 수묵화를 십년 정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수채화가 채색 작업에 도움 될 거 같아서 접했다가 들어서게 된 거죠. 처음에는 장미가 너무 어려워서 한 송이도 못 그리고 포기했었는데 그래도 오백 송이는 그려보자는 생각에 계속 그렸어요. 그렇게 천 송이, 이천 송이... 만 시간의 법칙을 믿으며 그리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그래서 그의 장미는 보편적이나 보편적이지 않은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장미에 쏟은 시간이 당신의 장미를 소중하게 만들어줄 거예요”라고 말한 어린 왕자의 말처럼, 그가 오래도록 그려온 시간의 층위가 꽃잎에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정이 장미를 이토록 오래 그리게 한 것이며 소중하게 만든 것이리라 생각한다.

 
▲ <사랑을 담아>, 53×45.5cm, oil on canvas.

정물로서의 장미
<사랑, 그 열정을 말하다>가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된 세련된 장미라면, 최근에 그린  <아름다운 방> 시리즈는 정물화 기법을 계승한 고풍스런 장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물화 장미만의 고고한 멋이 <아름다운 방> 시리즈에 깃들어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그림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제 작품이 신혼부부나 자녀를 기르는 가정에 많이 걸리다 보니 그들의 삶을 염두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방> 시리즈를 통해 사랑과 행복의 기운을 더 북돋아주고 싶었어요. 그게 제 그림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 <아름다운 방 11>, 60.6×50cm, oil on canvas.
많은 작가들이 앞 다투어 새로운 조형 세계로 진입하고 있을 때, 대상 그대로의 감성으로 순수하게 돌아가는 그의 작업이 도리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책, 시계, 액자, 바이올린, 찻잔과 같은 고풍스런 오브제가 휴의 지점에 도달시켜준다. 근심, 걱정, 불안, 우울로부터 벗어나 안식의 자리를 마련해주고픈 그의 바람이다.

“<아름다운 방> 시리즈는 기획전을 따로 열었을 만큼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이에요. 이번 전시 때 2017년 탁상 달력으로도 제작했는데 그것도 반응이 좋았고요. 그만큼 대상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작품들이라 재능기부도 염두하고 있어요. 온정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하거나 꽃 그림을 가르치는 것으로 활동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 <아름다운 방 12>, 60.6×50cm, oil on canvas.
사실 이 말은 그가 삼십여 년 동안 학교 보건 교사로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기에 더 가능성 있게 들려온다. 또 작가 본인도 오래전 어려운 장미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의 소신도 지켜 가리라는 확신에 서있다. 이러한 열정이 작품 속 시들지 않는 장미처럼 어딘가에서 계속 피어나 있길 기대해 본다.

황민주 작가는 총 아홉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육십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구상) 입선, 대한민국 수채화공모대전 특선, 대한민국 회화대전 입상 외 다수 수상했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이자 미술서예신문 전문위원이다. 2017년 1월 4일부터 1월 10일까지 KBS 시청자 갤러리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 열고 있다. NM
▲ <아름다운 방 10>, 60.6×50cm,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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