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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에도 여전히 찬반 논란 거세
2017년 01월 06일 (금) 00:41:0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공개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국정교과서는 찬반논란이 거세다. 교육부는 국민 의견을 반영하여 이번에 공개한 현장검토본을 국정교과서로 활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장정미 기자@

지난 11월28일, 교육부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인 인증을 거친 개인이 의견을 등록하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의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 집필진들에 전달하고 집필진이 수용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지나치게 강조
지난 11월28일 공개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에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우려와 같이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사 부분에서 지나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현장검토본에는 ‘건국절’ 표현이 빠지고 박정희 정부를 ‘독재’로 서술하는 등 논쟁의 ‘불씨’가 될 만한 사안을 가급적 배제하려는 흔적이 역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통성을 기술한 부분에 대해선 역사학계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새 교과서는 기존 검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표현을 각각 ‘대한민국 수립’, ‘북한 정권 수립’으로 명기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친일 세력까지 건국 공로자로 인정해 친일파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친기업적 성향도 강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대기업 회장이 역사교과서에 실명으로 등장한 사례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현장검토본에는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1980년대 반도체산업에 투자해 한국이 정보기술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대규모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영국 투자은행에 보여주며 ‘우리는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고등학교 한국사 260쪽에서 ‘장면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은 농업에 우선순위를 둔 데 비해 (장면 정부를 무너뜨린) 5·16 군사정변 주도세력은 공산품의 수출을 주요 추진 전략으로 삼아 장면 정부 안과 차이가 있었다’고 서술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5·16 군사정변 덕분에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새마을운동에 대한 내용이 크게 늘어나고 수출주도 경제 성장의 공(功)을 대부분 박정희 정부에 돌리려 하는 등 ‘박정희 대통령 미화’를 둘러싼 논쟁도 예상된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에 공개한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현장검토본에서 대한민국 수립, 친일파 표현, 제주4·3사건 축소, 5·18 민주화 운동 서술과 관련해 축소·미화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현대사 부분의 집필진 대다수가 보수 성향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 극복을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지지 않은 권위자들로 집필진을 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공개된 후 현대사 부분의 집필진 성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6명의 집필진 중 정통 역사학자가 없고 대다수가 보수 성향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총집필진은 31명으로 대부분이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 모두 참여했다. 부문별로 선사·고대사 3명, 고려사 3명, 조선사 3명, 근대사 3명, 현대사 6명, 세계사 6명, 현장교원 7명 등이다. 현대사 집필진은 교수 6명과 현장교사 1명이 참여했는데, 대부분이 보수 성향 학자로 사학과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대해 “박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바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제 통치 기간에 경제발전이 이뤄졌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었다. 또 다른 집필자인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사를 연구한 경제학자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다.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육사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친 뒤 군사사(史)를 가르치고 있어 정통 역사학자로 보기 어렵다. 근대사 집필진 3명을 합해 9명의 근·현대사 집필진에서도 9명 중 4명이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다. 근대 부문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은 대표적 보수 인사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연구하는 ‘이승만 포럼’에서 2013년 2월 ‘청년 이승만과 상투자르기’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고대사 집필진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세계사 집필진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도 보수 성향 사학자로 꼽힌다. 세계사 부문의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도 교학사 교과서 등을 찬성한 뉴라이트 계열 학자다. 이에 지난 11월28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공개 직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집필진이 뉴라이트거나,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이거나, 5·16 군사혁명을 미화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국정교과서에 대한 여야 반응 엇갈려
지난 11월28일 정부가 공개한 중·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새누리당은 “집필진과 각 전문가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호평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오늘 오후 올바른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됐다”며 “지난 1년간 학계의 권위자들로 구성된 집필진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현장교육관들이 개발과정에 참여하여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염 대변인은 “현장 검토본은 기존 검정교과서에 비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대한민국 수립 이후 각 정권의 공과와 역사적 쟁점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술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한다”며 “학생들이 균형 있는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해 나가는데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오는 3월부터 단일 국정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배포하는 정책을 정부가 고수할 경우 “당 차원의 협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관계자는 현장검토본 공개 다음날인 11월29일 “현재 국정 교과서는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에서 밀어붙일 동력이 전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공개된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살펴보니 기존의 좌편향 서술이 완화되는 등 상당히 노력은 했다”면서도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으로 여론이 받아들일 경우 당에서 엄호해 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국정 교과서 추진 속도와 관련해서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지난 11월28일 “국정 교과서는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었다. 정부가 당초 방침인 국정교과서 3월 단독 시행을 연기할 경우 다음 해인 2018년에는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시행이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 또 올해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하더라도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한편 공개된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야당은 “박근혜식 비정상 혼의 집대성”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역사왜곡, 친일·독재 미화, 깜깜이 날림 집필의 박근혜표 국정 역사교과서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단 한 글자도 역사를 가르칠 수 없다”며 “비선실세, 사설정부가 추진한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는 역사를 농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자랑스러운 항일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폄훼하는 역사교과서는 민족 앞에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며 “대통령은 더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말고 국정교과서와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식 비정상적 혼의 집대성”이라며 “뉴라이트 인사로 점철된 편향된 교과서이자 임시정부의 적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을 부인하고 광복절을 건국절로 날치기한 반헌법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친일파와 군사독재를 치하하는데 지면을 할애한 독재찬양 교과서였다”며 “국민의당은 오늘 TF를 꾸려 역사왜곡 교과서문제 해결할 것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과 함께 역사왜곡 교과서를 반드시 폐기시킬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의견 수렴 중간 결과 13건만 즉시 반영
지난 12월5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발표했다. 5일간 접수된 검토의견은 총 984건으로 이중 13건은 바로 반영, 85건은 학술적 검토 진행, 886건은 참고 사항으로 결정했다. 즉시 반영된 13건의 경우, 대부분 명백한 오류나 단순 개선 사항으로, 친일·독재 미화·우익 사관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논리 비약이나 왜곡된 것들이라며 반영을 거부했다. 반영된 13건은 세형동검 출토지역 중학교 지도와 통일, 동해 황해 명칭 표기 위치를 바다 가운데로 이동, 사진 교체(김정호→ 김홍도), 명칭 수정(과달카나 섬 → 과달카날 섬), 4·3 사건과 5·10총선거 연표 순서 교체) 등이다. 국민의견 수렴과 별개로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제기한 오류 지적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자서전→논책), 임시정부 당시 안창호의 직책(내무총장→내무 총장), 델로스 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 성립 순서 정정 등 3건만 수용했다. 검토 필요 사항 85건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것과 지적은 타당하지만 교과서 체제 및 학습자 수준을 고려해 반영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 등이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가 동양 가장 오래된 지도냐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세계 지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냐에 대한 것과 파독 광부·간호사의 상황에 대한 기술 추가 등을 예로 들었다. 1960~70년대 경제성장과정에서 국민의 노력 서술 추가와 2차 인혁당 사건에 대한 기술 추가도 검토 필요의견에 포함됐다. 교과서 내용 전반의 지적이나 국정제도에 대한 비판, 대한민국 수립 등 용어 변경 등 건의 사항은 ‘참고’ 사항으로 분류됐다. 역사교육연대회의 등이 제기한 지적과 의혹에 대해서는 논리적 비약이 많고 기존 검정교과서와 비교 등을 통해 충분히 반영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미화 논란을 빚은 국정 역사 교과서의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분을 고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일 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는 ‘대한민국 수립’ 표현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박 전 대통령 미화 논란에 대해 “사람과 경향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르다”며 “국정 교과서(의 서술)는 집필진과 국편이 중립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5·10 총선거에서 친일파의 피선거권이 제한됐다는 서술은 검정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제재 사실을 새롭게 소개해 학생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이라며 “이를 남한에서의 친일파 청산이 상당 부분 진전됐다고 오해하도록 왜곡해 서술했다고 비판한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분량 방대, 색인 누락, 안보논리로 독재미화 등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박정희 교과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독재체제 구축, 정경유착과 노동문제 부작용 등을 서술한 점을 들며 “유신독재를 불가피한 것으로 정당화 한다는 지적은 근거 없는 비약”이라고 피력했다. 현대사 집필진이 비전문가라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이들이 정치사, 경제사, 군사사 등의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고등학교 검정 교과서 현대사 집필진 중 박사급 집필진은 모두 현대사 아닌 한국근현대사가 주전공”이라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 및 원로 역사학자들, 국정교과서 폐기 촉구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화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11월29일 논평에서 “국정 교과서는 그것만이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절대 기준으로 작용하게 되고 그 내용은 고정불변의 표준 지식의 권위를 가지게 된다”며 “역사는 고정되고 획일화된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시도와 노력이 반영된 것이 현행 검정체제”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공개된 내용에 의하면 대한민국 수립 등 건국절을 지향하는 용어를 사용하고 친일파를 축소하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부를 긍정 서술하는 등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왜곡된 역사관을 담고 있다”며 “특히 집필진조차 공개하지 못한 채 밀실 집필을 거쳐 정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 검토본은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은 현 정부가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역사교육의 틀을 훼손하는 국정농단으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교육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현행 검인정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역사학계 원로 27명도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역사학계 원로’는 지난 12월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교과서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해 이 자리에 참석한 10명의 역사학계 원로들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서술 내용에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박정희와 이승만의 우상화를 비롯해 헤아릴 수 없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의 오류로 ‘수준 미달’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김정기 전 제주교대 총장, 권태억 서울대 명예교수, 김동수 전남대 명예교수,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위원장은 “교과서 발행 제도를 검인정제에서 자유발행제로 진전하지는 못할망정 국정화로 퇴보하는 것은 나라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라며 “국가의 특정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해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1월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조선시대, 현대사, 세계사 부분을 살펴본 결과 다수의 사실 오류와 왜곡된 서술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사 부분을 분석한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혁명 공약을 비롯해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서술, 제주 4·3사건에 관한 서술 등 역사적 사실을 잘못 기술한 부분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공자 없이 비전공자들이 서술해 역사적 사건의 의미가 틀렸고 어법이 틀린 문장도 많다”며 “폐기처분 밖에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시대 부분을 분석한 정구복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생활사와 관련된 서술이 모두 빠졌고 과거제도를 조선시대에 처음 시행하는 것처럼 서술하는 등 사실 오류가 너무 많다”며 “왕조의 정통성을 강조했는데 정통성이 무슨 의미인지 각주도 달려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장은 세계사 부분과 관련해 “검정 교과서에 비해 세계사 서술을 절반으로 줄였고, 무리하게 압축해 서술하다 보니 오류가 많이 생겼다”며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관련 서술은 국정교과서에서 아예 빠졌다”고 설명했다. 역사학계 원로들은 상당한 오류가 발견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누더기 교과서’ 규정하며 “집필을 주관한 국사편찬위원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자유로운 역사 해석을 가로막고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주체가 모두 반대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총리 “국정교과서 폐기될 경우 대안 고민”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온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추진동력을 잃고 좌초될 운명에 처했다. 이준식 부총리는 지난 12월7일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특위’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정화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는 민주당 의원들의 국정교과서 폐기 주장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의견수렴 기간 동안 의견수렴을 하고, 교과서 내용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국정화 중단 입장을 발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는 “내년 3월 학교현장의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12월 내에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2월13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정부가 교과서 문제에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야당이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자 “인지하고 있다”면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기될 경우에 대비한 대안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국정교과서가 폐기될 경우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한 대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국정교과서를 단일 교과서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교과서와 혼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혼용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최종 책임자이지만 저 혼자 결정할 내용은 아니다”라며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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