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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절벽의 위기에 놓인 한국경제
2017년 경제성장률 2%대에 그칠 듯
2017년 01월 06일 (금) 00:37:5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7년과 2018년의 한국경제 성장률을 각각 2.6%, 3.0%로 전망했다.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이유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0.4%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장정미 기자haiyap@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대로 예측하고 있는 것은 OECD 뿐만 아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8%, 한국은행은 2.8%,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7%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KDI, 올해 경제성장률 2.4%로 하향 조정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4%로 0.3% 하향조정 발표했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미 우리나라는 2년 연속 2%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KDI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국내 정치 혼란 등 대내외 위험요인은 커지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위기대응 능력은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이번 전망치는 ‘최순실 게이트’등 국내 정치 불안 요소는 반영하지 않은 수치여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에 따라 KDI는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추가적인 완화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KDI는 지난 5월 상반기 전망에서 2017년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는데, 반년 만에 0.3%포인트 더 낮췄다. KDI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완만한 가운데 세계 교역량 증가세도 둔화함에 따라 수출은 여전히 제한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수도 실질소득 개선세가 축소하면서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상반기 1.7%로 예상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3% 낮췄다. KDI는 “유가 상승의 영향이 반영된 뒤에도 1.3%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내 정치 불안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사전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치 불안에 따른 경제 위축을 고려하면 2%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KDI는 대외적으로도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통상마찰 심화, 신흥국 경기 급락, 중국 경제 불안 등의 요소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는 더욱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재정 확장 정책이나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재정 확장 정책의 경우 이미 2017년 본예산이 확장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재정 확대 논의보다는 재정집행률의 탄력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물가상승세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지 못할 경우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 전반이 위축될 수 있으므로 국내 통화정책은 보다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부동산 대출의 규제 강화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고,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위한 산업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경쟁촉진 정책 등 우리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시장의 한파도 계속 이어져
현재 국내 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따른 리스크와 해외변수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증가율도 건설부문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3.6%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 역시 2.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현재 국내 실업률은 1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이러한 고용시장의 한파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어수선한 국내 정국과 청탁금지법, 미국의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유럽 내 선거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침체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는 95.8로 10월보다 6.1포인트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가계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CSI가 64로 전월대비 16pt 급락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현재뿐만 아니라 6개월 뒤에도 경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3/4분기 말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원으로 2/4분기 대비 38조원 증가하면서 13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4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며, 2002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은행권 대출에 막힌 사람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일명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 대출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명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효과로 시중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 연구원은 “이러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결과는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4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처치를 기록한 전분기(70.9%)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3ㆍ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이다. 특히, 사치품이나 기호식품 뿐만 아니라 쌀, 의류, 신발 등의 기본 생필품 소비까지 줄면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의 근본토대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올 1분기 3.4% 증가를 고비로 2, 3분기엔 각각 -0.4%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국민들의 가처분소득 감소가 시차를 두고 실제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초 소비절벽도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시장의 위축 가능성은 ‘암초’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까지는 정부의 소비진작책이 ‘반짝 효과’를 발휘했지만 지속성을 갖기엔 한계가 많다.

‘5대 절벽’ 현실화 가능성 높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이 중대 고비를 맞으며, 올해 1분기 우리경제가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정 컨트롤타워의 붕괴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정책이 사실상 올스톱된 가운데 기업투자·민간소비·수출·고용·성장이 모두 벼랑에 몰리며 ‘5대 절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차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대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 등 불확실성의 파고가 집중적으로 몰아치면서 수출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대란과 졸업·취업시즌이 겹치면서 고용사정도 최악으로 치달아 20년 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심 경제주체인 기업들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섣불리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집계한 설비투자 지수는 올 1분기 -7.1%를 기록한 후 2분기에 0.8%로 증가하는 듯했으나 3분기엔 다시 -4.8%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제조업의 향후 투자계획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기계수주는 올 1분기 -3.9%의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2분기 -0.7%, 3분기 -7.1%로 3분기 연속 감소했고, 그 폭도 확대됐다.

올 초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대외적으로는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과 금리인상, 미·중 통상마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무역보복 등이 올 초 복합적으로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 중심의 무역국인 우리나라에 ‘트럼프 리스크’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기업 경영 악화와 경상흑자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세계적인 교역 감소와 대중 수출 구조, 중국의 자체조달 증가 등에 따라 수출 부진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 중국 수출 감소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로 이어져 원화 약세(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 보고서는 “위안화 절하의 수출제고 효과가 제한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지난해 위안화가 4.6% 절하됐음에도 중국의 전체 수출과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각각 2.9%, 5.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국내 경제의 성장세 둔화 인정
‘성장률 절벽’ 전망을 강력하게 부인했던 정부가 성장세 둔화를 인정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2월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지난 9월 이후 최근 정치 상황, 미국 대선 결과, 갤럭시 노트 7 단종, 철도 파업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중첩되는 모습”이라며 “당초보다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정부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주요 경제 연구기관 등이 내놓는 진단과 비슷하다.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국내 경제의 성장률 급락 전망에 선을 그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월 20일 “4분기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4분기 ‘성장률 절벽’ 전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도 10월 말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2.8% 정도는 무난히 갈 수 있다”고 낙관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최순실 게이트’ 등 예기치 못한 악재가 겹치며 시각이 급격히 어두워진 것이다. 다만 주 과장은 “최근 정치 상황 등 일시적 하방 요인이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한다고 보고 있지만, 4분기 성장률이 0%까지 갈 것인가는 좀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8%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하방 요인이 확대됐다. 그렇게만 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내놓은 전망치는 3.0%였다. 그러나 KDI(2.4%) 등 국내 경제 연구기관 중 내년 성장률을 3.0%로 예상하는 곳은 현재 단 한 곳도 없다. 주 과장은 “연구기관이 내는 전망과 정책당국이 내는 전망, 정책 방향은 다를 수 있다”며 “경제정책방향에 구체적인 전망치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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