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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됨, 거침의 미학
2017년 01월 03일 (화) 01:22:16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지난 시월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박영옥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맡았던 진한 흙 내음 같은 정서로 작품 <우리 소>, <어울림III>, <수중 결혼식>, <수다 떠는 여인들> 등을 선보였다. 척박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부단히 살아내야 했던 우리네 삶의 모습을 현대적 미의식으로 되살려냈다.

신선영 기자 ssy@

거친 작업
   
▲ 박영옥 작가.
지난 시월 열린 박영옥 작가의 개인전에서는 유독 작품을 만져 보려는 손길이 많이 있었다. 흙바닥 같은 거친 표면 위에 그어 내린 수백수천 개의 날카로운 선들이 수공의 정도를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강도 높은 송곳기가 한눈에 보아도 꽤나 번거롭고 만만치 않았을 작업 과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핸디코트로 기초 작업을 했다”는 작가는 “핸디코트를 발라 말린 뒤 색을 입히는 과정을 대여섯 번 정도 반복해서 배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핸디코트는 건축마감자재로써 그 단단한 내구성만큼이나 작품 전반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중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단하기가 돌과 같을수록 작가의 공력도 더욱 요구되는 바다. 대상을 그리기에도 그렇고 색을 입히기에도 그렇다. 그래서 사용한 것이 쇠붙이와 철수세미 같은 날카로운 금속 도구였다. 뾰족한 쇠붙이로 수차례 드로잉한 뒤 그 위에 색을 입혔고 철수세미로 갈아 워싱을 했다. 이 일련을 여덟 번에서 열 번 정도 반복해야 비로소 작가가 원하는 대상의 진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그가 그린 대상은 캔버스에 붓으로 그린 그림보다 훨씬 더 촉각적이다. 그만큼 강하게 와 닿는다. 그 강인한 생명력만큼이나 존재감도 돋보인다. 이렇게 만들어낸 소, 돼지, 새, 백자, 사람들은 그가 추억하는 어린 시절에서 비롯된 단상들이다.

작가는 “돈이 없어도 정으로 넘쳐 났던 어린 시절은 가진 거 없이도 행복지수가 높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면서 “소재들은 ‘살아 움직이는’ 이라는 생명의 원천적 양태를 띄고 있다. 이를 통해 내 무의식에 내재돼 있는 염원과 희망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 우리 소, mixed media on canvas, 80cmx130cm, 2015.

삶의 인식
작가가 나타내고자 한 염원은 어떤 몸짓을 하고 있으며, 희망은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섬광 같은 눈빛으로 기도하는 간절함 같은 것일까 아니면 일확천금이 번쩍이는 단꿈 같은 것일까. 작가는 이러저러한 이야기의 군더더기를 뺀 오직 대상만을 그렸는데, 그 어떤 모습도 아닌 척박한 생활환경을 살아가는 묵묵한 우리네 모습이었다.

작가는 이를 소, 돼지, 새 등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길한 동물들로 의인화 했다. 특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우리 소>에 대해 “소가 한국인의 표상이라고 할 정도로 당차고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자애로운 평화를 누릴 줄 아는 동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거친 노동 뒤에 풀 섶에 뉘어 쉬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풀색으로 완전히 동화된 채 유유하는 모습이 치유적이다. 이러한 긍정적 자세가 삶을 결코 비루하게 만들지 않음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수다떠는 여인들, mixed media on canvas, 72.5cmx116.5cm, 2015.

이는 작품 <수다 떠는 여인들>에서도 나타난다. 한 아낙이 다 떨어진 신발과 낡아 빠진 치마를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자기 일을 하고 있다.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쁜 모습이 궁핍하고 궁핍해 보인다. 그 옆에는 수다 떠는 두 아낙이 도란도란하다. 수다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덜어지는 듯한 모습에서 작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내가 제일>에서는 돼지를 그렸다. 죽을 운명을 예감하게 하는 부위별로 나눠진 몸통이 어딘가 처연함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작가는 그 어떤 괴로움도 나타내지 않았다. 도리어 화려한 꽃과 구슬 장식으로 주어진 오늘에 당당하게 선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수중 결혼식>에서는 사모와 족두리를 쓰고 혼례 하는 물고기들을 통해 상서로운 기운을 북돋았고, <어울림>에서는 귀하게 닦아 집안 한 곳에 모셔 두었던 백자를 통해 그 시대의 풍류와 낭만을 멋스럽게 그려냈다.

   
▲ 내가 제일, mixed media on canvas, 60cmx120cm, 2015.

이렇게 그의 작품들은 희망적 측면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숙명적 삶이 숭고한 삶으로 전환된다. 삶 앞에 의연하고 담대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다. 이는 그의 작업 정신과도 맞닿는다. “나는 작업 할 때가 제일 기쁘고 행복하다. 너무나 고된 작업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영혼을 채우고 동시에 비우는 시간이다. 그러기에 내 작품은 나 스스로에게 진실로 값지고 소중하다.”

박영옥 작가는 5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15여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2016 제 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 영국 사치갤러리 스크린프로젝트에 위에 소개한 다섯 작품이 모두 선정 됐다. 세계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짚어볼 수 있는 사치 갤러리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펼쳐 나갈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전시는 1월 21일부터 3월 31일까지 강원도 진부령 미술관에서 열 예정이다. NM

   
▲ 어울림III, mixed media on canvas, 130x162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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