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발의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내곡동 사저 특검법안)’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과 ‘재의요구안’을 심의한 뒤 공포안을 채택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역대 11번째 특별검사팀 출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가진 임시 국무회의에서 “(나와) 관련된 문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의혹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주통합당이 특검을 사실상 임명하도록 한 특검법안을 여야가 통과시킨 것은 정략적 합의”라며 “특정 정당에서 고발한 것을 정치적으로 합의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위헌적 요소를 떠나서 (나와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다 재의 요구를 하면 국민 사이에서 무슨 큰 의혹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특검법 수용 배경을 밝혔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은 소모적 논쟁을 막고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력을 모으는 것이 이 시점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소임이라고 판단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심한 것”이라며 “민주통합당도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특검법’이 9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역대 11번째 특별검사팀이 출범하게 됐다. 그동안 특검법은 지난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로비 특검법’ 이후 9차례 제정돼 이번이 10번째이지만, 첫 특검법때 파업유도·옷로비 특검팀이 각각 구성돼 특검팀으로는 11번째다. 특별검사제도는 고위층 권력형 비리나 수사기관이 연루된 사건 등 검찰의 자체 수사가 어렵거나 미진한 사건에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기소권을 주는 제도로, 1999년 10월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로비 특검’을 시작으로 최근 ‘BBK 특검’, ‘삼성 비자금 특검’, ‘스폰서 검사 특검’, ‘디도스 특검’까지 그동안 법안으로는 9차례 도입됐다. 이번 내곡동 사저 특검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이 대통령의 퇴임 이후 기거할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배임,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의 불법을 저질렀는지 파헤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번 특검법은 지난 9월 3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9월 6일 정부로 이송됐지만 ‘위헌 소지’ 논란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특별검사를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추천하는 조항이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요건에 어긋나고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피고발인의 평등권과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반면 특검 자체가 국회의 폭넓은 입법재량을 인정하고 있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한 사안이라 존중해야 하며 위헌 소지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법은 9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려 한 차례 심의가 보류됐다가 특검법 처리 법정시한(15일)인 9월 21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재논의 끝에 전격 수용됐다. 그동안 특검 후보자 추천권은 대한변협회장과 대법원장으로 양분됐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옷로비 특검’과 ‘이용호 특검’, ‘대북송금 특검’, ‘측근비리 특검’, ‘삼성비자금 특검’ 등은 대한변협에서 후보자를 추천했고 가장 최근의 ‘디도스 특검’을 비롯해 ‘BBK 특검’, ‘스폰서 검사 특검’, ‘사할린유전 특검’은 대법원장이 후보자 추천권을 행사했다.

‘봐주기 수사’로 형평성 논란 키운 검찰 수사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를 비롯한 관련자 7명 전원을 불기소해 ‘전형적인 면죄부 수사’ 또는 ‘총체적 부실 수사’가 아니냐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당시 검찰은 대통령 경호처가 시형씨와 함께 내곡동 부지를 사들이면서 10억원 가량 더 부담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의혹과 이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사저 부지를 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법을 어긴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야당은 의혹투성이 수사라며 끊임없이 특검법 도입을 요구해왔다. 이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사저 터를 54억원에 공동 구입했는데 당시 시형씨가 실제보다 싼 값에 부지를 매입한 대신 청와대가 추가 부담을 한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경호처가 다른 예산을 전용해 사저부지 매입을 추진한 점, 부지 중 시형씨 명의 지분에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매매계약을 한 점, 반대로 국가 소유 지분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가격으로 계약해 국고를 낭비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검찰은 시형씨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서면조사만으로 수사를 끝내 통상의 사건처리 방식과 비교하면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는 형평성 논란도 키웠다. 이에 따라 내곡동 사저 특검팀 수사에서는 이시형씨 등 핵심 당사자들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법 위반 의혹 ▲수사과정에서 의혹과 관련돼 인지된 사건으로 규정, 여러 의혹이 다시 한 번 검증을 받게 됐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투자자문사 BBK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BBK 특검’의 수사를 한 차례 받은 적이 있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특검은 이번이 두 번째가 된다.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직에 있던 변호사 중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 추천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이 중 1명을 임명한다. 수사기간은 특검 임명 후 10일간 준비기간을 두고 준비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30일 이내이며 1회에 한해 15일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최장 45일간 수사할 수 있다. 특검팀 규모는 특검과 특검보 2명, 특별수사관 30명 이내 등이다. 여기에 파견 검사(10명 이내), 파견 공무원(30명 이내)도 지원받을 수 있어서 총 규모는 ‘30∼40명+α’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인선과 조직 구성을 거쳐 이르면 출범할 전망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특검 후보로 ‘조폭 수사의 대부’로 불리는 대검 강력부장 출신 조승식(60·사법시험 19회) 변호사 등이 거론됐다. 특검보는 7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로 재직한 변호사 중 6명을 특검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2명을 임명한다.

내곡동 사저 의혹 해결할 담당자로 이광범 특검 임명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5일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로 이광범(53·연수원 13기) 변호사를 임명한 가운데 이광범 특검은 철저한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특검은 10월 5일 오후 6시 50분 경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열과 성을 다해 수사에 임하겠다”며 “내곡동 사저 논란이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명이 될 때까지 논란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우려와 걱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그 어떤 수사보다 선입견과 예단이 없는 수사,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경험이 없는 내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맡게 돼 이루 말할 수 없는 책임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지엄한 명을 받은 만큼 앞으로 임명될 특검보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팀은 소규모로 꾸릴 예정이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특검보 등 수사팀이 구성되면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진보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이광범 특검은 법원의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출신으로 2010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끝으로 개인 법률 사무소를 차렸다. 이 특검은 광주 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뒤 서울고법 판사와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이 특검은 지난 2010년 서울고법 형사7부의 부장판사를 지내며 ‘용산 참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수사기록을 공개토록 한 바 있다. 역대 11번째 특검팀을 꾸리게 될 이광범 특검은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및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 사건과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 등을 수사하게 된다. 특히 청와대 경호처와 이 명박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지분을 공동소유하면서 청와대가 더 많은 부담금을 지게 된 경위, 국고 손실 여부 등 검찰 수사 과정에서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다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임명 후 10일간의 수사준비 기간을 갖고 준비기간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30일 이내에 수사를 끝내야 하고 만약 기간 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1회에 한해 수사기간을 15일 연장할 수 있다.

정부, 특검 출범에 앞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정부가 지난 9월 말 예비비 집행을 의결한 지 사흘 만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28일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경호처와 공유지분(3필지 849㎡)으로 취득한 내곡동 사저 부지 463㎡를 사들이는 계약을 했다. 10월 4일에는 땅값 11억2천만원을 지급하고 등기이전 절차를 밟았다. 이번 계약은 정부가 지난 9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매입비 11억2천만원에 대해 예비비 지출을 의결한 데 따라 이뤄졌으며, 기재부 담당 공무원이 이시형씨를 만나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감정평가액이 시형씨가 땅을 사는데 들인 11억2천만원보다 낮으면 감정평가액으로 사들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 등 두 곳에 맡겨 나온 감정평가액 평균치는 시형씨의 취득가보다 5억원 정도 비싼 16억원 가량으로 나왔다. 두 기관 사이의 차이도 900만원 가량밖에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가 애초 매입을 결정한 것은 경호처가 취득한 국유지가 시형씨 명의의 사유지와 공유지분 상태여서 국유지 활용에 장애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호처 부지는 이미 작년 말 기재부가 넘겨받았다. 일각에서는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 출범과 맞물려 정부의 신속한 매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0월 5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내곡동 땅 매입을 특검 뒤로 늦추라고 압박했다. 이에 박재완 장관은 “특검과 무관하게 빨리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야당 의원들도 국가가 사라고 독촉한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에 사들인 땅을 경호처에서 받은 국유지, 인근의 기존 국유지 등과 통합 관리하며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총 9필지 가운데 6필지가 그린벨트여서 활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