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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으로 119 실려 가는 서민층
부동산대책, 누구를 위해 울리나
2008년 12월 13일 (토) 16:58:56 송효찬 기자 hc@

 정부의 두 번째 종합 부동산대책인 9·19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하향세를 각종 부동산 규제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인한 수요의 단기적 위축으로 보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수급 안정책과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풀어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송효찬 기자 hc@

 주요 내용으로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50만호의 주택을 수요가 많은 도심이나 도시 근교에 공급하며,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서민용 주택을 10년간 150만호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형 분양 주택을 확대 공급하며, 분양가도 15% 이상 저렴하게 공급, 금융지원도 늘려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영구임대, 전세형, 지분형 임대 주택 등 임대형 주택도 다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이 보금자리 주택에는 실수요자들이 선택가능한 사전예약 방식의 맞춤형 주택 청약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번드르르한 9·19 부동산대책은 한 마디로 주택시장의 수급 상황을 완전히 오판한 데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국토해양부가 이런 황당한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이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대선 공약으로 내건 연간 50만호 주택 공급을 실행하려는 것.

◆ 이 대책이 과연 타당한가

 국토해양부가 주택 공급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방안’을 발표했다. “수요 억제를 통한 ‘불안한 안정’보다는 도심 등 선호 지역에 대한 안정적 공급을 통해 ‘근본적 시장안정’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현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지속적인 주택 공급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공급 확대론’에 근거를 둔 것.     

 국내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주택 시장의 문제는 ‘공급부족’이 아니라 ‘공급과잉’에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돌아도 터무니없는 가격 탓에 소위 중산층조차도 서울에 집 한 채 갖지 못하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 걸까? 

 주택 시장의 수요는 집을 사고 싶다는 욕구만 있다고 느는 게 아니다. 땡전 한 푼 없는데 아무리 집을 사고 싶다고 발버둥 쳐본들 어떻게 집을 살 수 있나? 집을 사고 싶다는 욕구는 살 수 있는 구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유효수요로 변태할 수 있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물량 급증은 현 주택 시장이 공급과잉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미분양된 물량은 대략 25%가량이다. 2008년 6월 현재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약 15만호. 준공 후 미분양된 주택은 2008년 6월 기준으로 3만5190가구를 기록했다. 5월 기준 2만1757가구보다 약 62%나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현실이 이런데도 지속적으로 막대한 물량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2006년 하반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09년 판교신도시 2만7000가구를 필두로, 2010년 위례(송파)신도시(4만6000가구), 광교신도시(3만1000가구), 동탄2신도시(11만3000가구) 등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그 외에 검단신도시 6만6000가구, 파주신도시 3만4000가구, 김포신도시 5만9000가구 등 모두 10개의 2기 신도시에서 모두 52만5023가구가 공급된다. 2010년까지 예정된 물량만 해도 30만 가구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8·21대책’으로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에서 4만9000가구가 추가로 공급된다.
 
 서울을 보면 2008년 7월까지 지정돼 있는 뉴타운 사업지의 총 면적은 27.22㎢로 서울시 행정구역의 4.5%에 해당한다. 여기에 공급되는 물량은 30만호가 넘는다. 여기에 더해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공급도 시작된다. 계획적 개발이란 조건이 있어 준공업 지역 전체가 주택단지로 개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27.7㎢ 크기의 준공업지역에서 쏟아질 물량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앙 정부는 주택 공급 물량을 더 늘린다고 한다.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물론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에는 공급의 시차 효과로 인해 투기 심리가 살아나 어느 정도의 수요는 발생한다. 그리고 이렇게 과잉 공급된 물량에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 주택 값을 끌어내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물량 들이붓기 효과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재건축 단지이다. 2008년 8~9월에 1만8000여 가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니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현재 강북은 전세난 강남은 역전세난에 허덕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집이 모자라서? 아니다. 집을 거주 목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서 아파트 값은 올려놓았는데 팔리지는 않고 세입자조차 구할 수 없으니 그렇다고 투자 목적인데 들어가서 살 수도 없고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이 지금도 사실상 초과 상태라는 점이 잘 반영된 주택 시장의 단면이다. 한때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던 경기도 용인에도 불 꺼진 아파트와 상가들이 수두룩하다. 매수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결국 ‘한탕’하고 뜨려고 했던 투기꾼들로서는 오히려 스스로 덫에 걸려든 격이 됐다. 수익을 현실화하려 해도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들 지역의 집값은 추가 매수세가 없자 2008년 7월부터는 아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및 인근 지역의 전·월세난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 향후 주택 수요 측면에 대하여

 늘어나는 주택 물량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괜찮다. 하지만 과연 이들 주택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까?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있는 이 시세가 유지된다면 이 또한 미분양 아파트의 규모만 늘릴 뿐이다. 아무리 신축 아파트라고 해도 현재의 분양가는 서민들이 접하기엔 너무나 높다. 설상가상으로 은행 대출도 제한되고 설령 대출을 받았다 하더라도 감당해야 하는 이자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이 정말 꿈으로 끝날 수도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건설경기 상승은 우선적으로 고용 창출과 기업들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이 시점에 신규 아파트 건립은 오히려 기업들에 장기적 안목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택 공급 초과인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주택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서민의 삶이다. 아파트 공급이 확대되어 어느 정도 주택가격이 안정된다 해도, 부동산 거품이 꺼져 주택가격이 폭락한다 해도 지금 같은 시장경제 안에서는 오직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전세 사는 것이 서러워 많은 대출을 끼고 이미 집을 산 서민들은 주택 물량 폭탄에 집값이 떨어지면 부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니까.

 연착륙 없는 부동산가격의 갑작스런 폭락은 경제 공황은 물론 장기간의 불황이라는 후유증마저 안길지 모른다. 그나마 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비율이라도 낮추어 놨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 부실화는 많이 줄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의 대출을 해준 제2금융권의 일부 부실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없는 놈은 다른 놈이 잘못을 해도 이러나 저러나 죽게 되어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그 다음 세대 이후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집은 상당히 남아돌 것이다. 앞으론 온통 아파트밖에 안 보일 테니까.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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