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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
분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드러난 국정농단
2016년 12월 06일 (화) 01:15:1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정은 몇 달째 마비상태다. 날마다 터지는 최순실 관련 의혹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핵심 관련자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사는 도통 진척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장정미 기자haiyap@

지난 11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당 사건 긴급현안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을 향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폭로하고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르재단 설립 과정서 비선실세 의혹 나와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지난 7월, TV조선의 보도로 처음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 7월26일, TV조선은 미르재단이 설립 두 달 만에 대기업에서 500억 원 가까운 기금을 마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안종범 대통령 정책조정 수석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8월2일에는 전경련이 중간에 나서 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38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했다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이사진과 모금액이 똑같다며 두 재단의 배후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을 ‘부패기득권세력’으로 겨냥하며 TV조선 보도가 중단되면서 비선실세 의혹은 그대로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9월20일, 한겨레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정동춘)을 앉혔다”고 단독보도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재학 중이라며 담당 교수가 정씨에게 제적경고를 하자 최씨 모녀가 찾아와 그날로 교수가 교체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통해 정씨의 이대 특혜 의혹도 함께 보도했다. 의혹은 봇물 터지듯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한 대기업 계열사 임원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9월28일 그룹 차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재단 설립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요청이 왔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박병원 회장이 지난해 11월 전경련 주도의 미르재단 모금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박병원 회장은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 450억~460억 원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담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은 박 회장의 발언이 통째로 빠진 채 국감자료로 제출돼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최순실 관련 증인출석을 원천 봉쇄한 새누리당의 ‘방탄 국감’으로 국정감사는 의혹 규명에 있어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그러나 최씨 관련 의혹은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다.

지난 10월19일, JTBC는 “최순실 씨의 핵심 측근 고영태씨의 증언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손보는 일까지 했다는 것이었다”고 보도하며 사건은 새로운 분수령을 맞이했다. 이어 Jtbc는 10월24일 뉴스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이 가장 잘 녹아있다고 평가받는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을 최순실씨가 하루 전에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2012년 12월31일 공개된 박 대통령 당선 첫 신년사도 최 씨는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하루 전에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 씨에게 건네진 연설문은 최씨를 거친 뒤에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보도했다. 최씨의 국정농단이 실체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외에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실체도 드러났다. 이어 한겨레신문에서도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고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

의혹 관련 인사들의 검찰 수사 이어져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호성 전 정책조정수석 등을 조사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안종범 전 수석 측은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기업 모금은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진술을 거듭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 측은 지난 10월10일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기업 모금활동을) 했다”면서 “대통령의 지시가 어디까지 있었느냐가 문제인데, 어떤 부분은 지시가 있었고 다른 어떤 부분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통령 연설문 등이 포함된 문건들이 공식 결재라인이나 비공식 업무협조 형태로 부속실에 넘어온 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몇몇 문건들은 이메일을 통해 최씨에게 발송되었고, 정 전 비서관이 직접 서류 뭉치를 들고 최씨를 찾아가 보고했다는 증언도 확보한 상태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연설문 초안 등을 여러 사람이 검토하는 게 좋겠다면서 최씨에게도 전달하라고 해서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담긴 태블릿 PC에 대해 “내 것이 아니다”면서 국정농단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최씨 역시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과 정책문서 등을 먼저 봐 달라고 먼저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1월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 씨를 재소환해 전날 대여금고에서 압수한 물품의 취득과 보관 경위부터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대여금고가 대개 비밀스러운 장부나 재산 관련 문서, 현금·보석 등의 은닉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개별 물품의 취득 경위를 추적하다 보면 돈 흐름의 중요한 고리가 확보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최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 씨 소유 카페 ‘테스타로싸’에서 정·관계 인사, 대기업 임원들을 만났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관계 인사나 기업들이 대통령과 가까운 ‘비선 실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며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이나 각종 정책 입안 관련 줄을 대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 씨의 국정농단 정황은 정·경·문화예술계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검찰에서 최 씨에게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지도교수였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인사를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사는 정확히 차 전 단장의 부탁대로 이뤄졌다.

野 3당,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촉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윤관석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당원규탄대회를 통해 대통령이 몸통으로 드러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국기문란 게이트로 무너진 대한민국의 기틀을 바로 세우기 위해 당의 의지를 하나로 결집할 것”이라면서 “직후에 예정된 촛불집회에 당 지도부와 전국의 당원들이 모두 참여해 주권자인 국민의 민심을 경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12월12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거리행진에는 참여하지 않고 하얀 깃발을 들고 평화적인 집회를 주도했다. 국민의당도 11월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를 위한 국민의당 당원보고대회를 개최한 후 시민들의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대통령 하야 투쟁을 공식화한 정의당도 촛불을 들었다. 이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야권의 주요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집회에 참석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11월11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지도부 사퇴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당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놓고 의원들 간 설전이 벌어지는 등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심화되는 중이다. 중립 성향의 이철우 의원은 당내 비박(非박근혜)계의 사퇴요구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정현 대표를 향해 “당 대표도 하루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야당이) 당 대표와 협상을 안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당 대표 자리에) 앉아 있나. 그러니 (사퇴)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겨냥 “요즘 (원내대표가)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최고위에 불출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최고위는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참여를 안 하고, 원내대책회의는 주재하는 게 얼마나 모순이고 무책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의 정치적 생각이 대표와 달리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협의하고 또 최고위에 나가서 역할을 하는 게 본분”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두 가지(최고위, 원내대책회의) 다 하지 마시고 아예 직을 내놓으셔야 한다.

정 원내대표가 당 대표가 물러날 때까지는 최고위에 참석하는 것이 도리”라고 피력했다. 또 “이정현 대표도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주류들이 사태 수습방안이나 로드맵 없이 당 대표 사퇴하라는 것도 무책임하지만 이런 주장 제기에 대해 당 대표가 수습방안, 로드맵을 제시 못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 대표는) 거국내각 세팅과 특검이 협의돼서 가동되는 시점에 본인이 의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 기간 동안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며 강조했다. 비박계 김영우 의원은 “김태흠 의원이 비주류가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지 안다”며 “하지만 지금 지도부가 수습할 수 있는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많은 의원들의 의견이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여기 있는 분들 모두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싶고 당을 사랑하는 분들이고, 우리가 수습을 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수습할 위치에 있으려면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현) 지도부는 수습할 신뢰를 잃었다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치 구도가 점점 심해짐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초선 의원들은 비상시국회의에 전원 불참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재선 의원들은 계속해서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현재의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낼 것으로 알려졌다.

檢 “박 대통령, 최순실과 공동정범”
지난 11월20일, 검찰은 ‘최순실게이트’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하고 최순실씨,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을 일괄기소했다. 이영렬 검찰특별수사본부장은 “최순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사기미수죄 등으로, 안종범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죄 등으로, 정호성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구속기소 하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0월27일 수사본부를 구성한 후 본격적으로 ‘최순실게이트’의 수사를 시작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검찰은 11월부터 사건에 연루된 전국경제인연합회, 대기업 관계자와 청와대 전·현직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붙였다. 이후 검찰은 최씨의 구속기한이 약 일주일 남았던 12일에 박 대통령 측에 “15~16일 대면조사”를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차일피일 미루었고, 검찰은 18일까지 기한을 주었으나 박 대통령은 최씨에 대한 기소 전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진술 증거, 업무 수첩,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하는 것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영렬 본부장은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삼성그룹 등 9개 대기업 회장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 다수의 관련자를 소환조사하여,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의혹’에서 발단되어 최순실과 안종범 등이 연루된 각종 비리 의혹과 최순실과 정호성이 연루된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등을 확인하였다”면서 “그 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강요미수 등 혐의로 구속수사 중에 있고, 김종 전 문화체육부 2차관,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 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에 대하여,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상당 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덧붙였다. 그러나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박 대통령은 기소되지 않는다. 이에 특별수사본부는 재단 출연 기업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 의지를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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