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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전쟁
최악의 분열 위기 맞이하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
2012년 08월 08일 (수) 15:16:21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최악의 분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국가연합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내분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은 공동성명 문안을 놓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폐막일인 7월 12일까지 나흘간이나 머리를 맞댔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아세안이 역내 현안에 대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것은 1967년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아세안 소식통들은 아세안 창설 멤버인 필리핀 등이 최근 중국이 자국 영해를 무단 침입하고 있다며 영유권 분쟁을 공동성명에 명시하려 했지만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반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현황

공동성명 채택 무산으로 최악의 분열 위기
동남아국가연합의 주요 회원국인 인도네시아의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공동성명 무산과 관련,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며 “특히 아세안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에 분열상을 보여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의 한 외교소식통은 “베트남과 필리핀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 책임을 돌렸다. 소식통들은 캄보디아가 이들 국가를 겨냥,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매년 정례적으로 발표하는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될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격분한 필리핀은 공동 성명 대신에 중국을 비난하는 단독 성명을 내는 등 ‘나 홀로’ 행보를 시작했다. 라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이중성’과 ‘위협’을 일삼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만약 필리핀의 주권과 행정권이 압력과 협박, 무력을 앞세운 강대국에 의해 침해될 경우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영유권 분쟁의 해결방향을 제시한 ‘행동수칙’에 중국과의 대치사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문제를 놓고도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 아세안 소식통들은 이번 공동성명의 무산으로 향후 중국과의 ‘행동수칙’ 협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의 역량이 약화된 것으로 보고 개별 협상을 고수,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갈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이 매우 껄끄러운 난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아세안을 통한 해법 대신에 분쟁 당사국간의 개별접촉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전통 우방인 캄보디아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는 최근 영토분쟁의 격랑이 이는 동아시아 해역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해역이 산호초와 모래톱 등으로 이뤄진 척박한 땅임에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쟁 당사국들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 중국은 남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이 최대 300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중국을 제외한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5개국은 남중국해에서 1천380개의 유정을 뚫어 매년 5천만t의 석유를 생산할 만큼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에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분쟁 도서의 행정조직을 통합, 격상하고 해상감시선 편대를 파견하는 등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들 지역의 주권을 본격적으로 행사하고 나섰다. 중국에 맞서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필리핀과 베트남은 아시아·태평양 진출을 꾀하는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울러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활용, 강력한 구속력을 지닌 ‘행동수칙안’을 확정해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는 등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된 남중국해
남중국해의 핵심적인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스프래틀리 제도는 약 100개의 무인도와 환초, 모래톱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스프래틀리 제도는 높이가 3∼4m에 불과한 9개 섬으로, 가장 큰 것이 면적 0.4㎢인 북쪽의 타이핑다오(太平島)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인 요충지인 스프래틀리 제도는 1930년대 프랑스령으로 남아 있었으나 2차 대전 당시 일본령으로 편입됐다. 종전과 함께 중국에 반환됐으나 1970년대 들어서는 남베트남(월남)의 영토가 됐다. 이어 1983년에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각기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복잡한 분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을 둘러싼 분쟁과 긴장 상황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지난 6월 중순 수호이-27 전투기 2대를 동원, 이 지역에서 초계비행을 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 정부 역시 이곳에 해양감시선 편대를 파견했다가 주변국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1978년 파가사 섬에 지방 행정조직을 설치한 데 이어 현지 주민들에게 식량과 식수, 전기 등을 지원하는 등 냉정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필리핀은 현지에 군과 경찰, 해안경비대 병력 20여명을 배치하고 있으며, 최근엔 초등학교까지 설립하며 실효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최근 치열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파라셀 제도도 수많은 산호초로 이뤄진 섬들이다. 지난 20세기 초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일부였던 파라셀 제도는 프랑스군의 철수 이후 남베트남 영토로 편입됐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1974년 대형 함정들을 동원, 베트남 측과 치열한 교전 끝에 이곳을 장악했다. 당시 해전에는 중국 전투기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초계정이 베트남 어선에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6월에는 어선이 실종되는 사고도 이어졌다. 중국은 파라셀 제도의 가장 큰 섬인 영흥도에 2천500m 길이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이곳에 대한 실효지배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파라셀 제도의 일부 섬까지 유람선을 띄워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캄보디아’ 영입 경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억제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동수칙(Code of Conduct)’제정이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캄보디아 ‘포섭’에 나섰다. 남중국해 분쟁 구도에서 캄보디아가 중요해진 게 직접적인 이유다. 동남아국가연합이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토대로 한 행동수칙안에 합의하고 중국과 교섭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 아세안 순회의장국인 캄보디아가 교섭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친(親) 중국 성향인 캄보디아가 일단 아세안 행동수칙안에는 합의해줬지만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 캄보디아는 지난 7월 12일 프놈펜에서 아세안 외교장관회담을 주재한 자리에서 스카보러 섬 부근의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 대치와 관련, 이를 중국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이라고 공동성명에 기술해달라는 요구를 단박에 거절, 중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프놈펜에서 제1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종료 직후 취재진에게 캄보디아에 대한 원조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발언은 최근 몇 년 새 캄보디아에 원조와 투자로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온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클린턴 장관은 프놈펜 ARF 참석 직전에 일본, 몽골, 베트남에 이어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견제, 봉쇄하려는 목적을 띤 순방국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이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고 공개 선언한 것도 앞선 상황과 무관하지는 않은 셈이다. 중국은 그동안 캄보디아와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긴밀한 교류를 해왔고 사실상 최대 원조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남중국해 행동수칙 제정 다툼과 관련해서도 캄보디아의 ‘지원’을 믿고 있다. 때문에 베트남과 필리핀이 미국을 등에 업고 남중국해 행동수칙 제정에 합의하라고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도 중국은 올해 아세안 순회의장국인 캄보디아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7월 12일 캄보디아에 수족구병(HFMD) 확산 차단을 위한 의료팀을 파견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 4월부터 수족구병이 창궐해 이미 수십 명이 사망했고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차원의 지원이라는 게 중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족구병은 주변국인 베트남에서 더 심각하지만, 중국은 베트남에 의료진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중국 위생부는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족구병의 원인 분석과 치료, 현지 의료인력 교육을 위한 의료팀을 우선 보냈고 필요하면 추가 인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카쿠 열도에서도 붙은 일본과 중국
아사히 신문은 지난 7월 13일 일본 정부는 도쿄도가 센카쿠 열도에 상륙하겠다고 신청하더라도 허락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총리가 국유화 방침을 밝힌 만큼 도쿄도의 상륙을 허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침이 나온 배경에는 도쿄도와 일본 정부의 ‘센카쿠 구입 경쟁’이 있다. 센카쿠제도 일대에는 막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분쟁을 벌여 왔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2008년 센카쿠제도 인근의 천연가스전 지대를 공동개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었지만 진전은 지지부진했고 일본은 중국이 합의를 어기로 단독으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현재 일본에서 센카쿠 열도는 민간인 소유로 돼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먼저 섬을 사들이겠다고 선언했고, 가격을 결정하려면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 동의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도 뒤늦게 국유화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상륙 불허 방침을 밝힌 것은 도쿄도의 상륙을 막고 국유화를 실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다른 배경에는 센카쿠 국유화가 ‘평온하고 안정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신문이 밝혔다. 중국에 대한 도발적인 발언을 되풀이하는 이시하라 지사보다는 일본 정부가 소유해서 관리하는 게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지난 7월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렇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중국 외교부 내에도 ‘이시하라보다는 일본 정부가 센카쿠를 관리하는 것이 사태를 통제하기 쉽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문제는 토지 소유자가 도쿄도에 땅을 파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국유화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편 7월 11일 새벽에 센카쿠 열도 주변에 나타난 중국 어업감시선 3척은 7월 13일 오전 이 해역을 떠났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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