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부터 8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는 작가 야은의 ‘작은계집’展이 화제다. 작가 야은의 그림에는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당신을 위해, 당신에게 필요할 것 같아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 그림을 들여다보며 그 마음을 헤아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블랙스완, 27.1x40cm, 코팅종이에 잉크, 2012

주목받는 작가 야은의 작품 안에는 웃고 있는 마스크가 자주 등장한다. 그 마스크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처럼 작가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염원을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 대상의 소재로 선택된 도자기나 자전거, 앵무새 등의 사물들은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작가가 부여한 기원의 의미가 숨어있다. 식물이 다양하게 형상화되는 이유도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작품에는 사람들의 행복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 사람을 위해 필요한 이미지들을 즉흥적으로 그려나간다. 인간은 영원을 꿈꾸는 동물이기에 생명도, 사랑도 그리고 부와 명예와 권력도 영원하기를 염원한다.

이러한 욕구를 작가만의 언어로 ‘영원 하라’라는 축복을 내리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작가만의 다양한 상상력과 함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감각은 보는 이에게 생소하면서도 신선함을 준다.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기법인 혁필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이 더해있다. 혁필화란 가죽(革), 붓(筆), 그림(畵)의 한자어로써 가죽 붓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품이다. 전통적으로는 물 감의 색을 혼합하여 한 붓으로 새, 꽃, 기타동물들의 형상을 빠른 동작으로 그려 내는 것이 특징이며 그 모양이 한자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 티타임, 21.3x54.1cm, 코팅종이에 잉크, 2012

옛날에는 유원지나 시골장터에서 많이 보였지만 현대에는 보기가 드물다. 작가 야은이 예전의 잊혀진 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드문 광경은 보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납작한 가죽 붓 하나로 그리다보니 섬세하거나 정교하기보다는 진솔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이 넘친다. 혁필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를 작가만의 혁필로 재창조하여 현대화시킨 점은 다른 그림과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이번 전시가 작가의 내면을 충실히 바라보고 고백과 기원을 통해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었다면 머지않아 앙망수리의 시야와 어둠 속에서 빛을 읽는 부엉이의 눈으로 바라 본 그의 바깥 세계, ‘존재가 던져진 세계’를 그려갈 것을 기대한다.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지금까지 총 2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한국 신세대 미술전, 제2회 시사회전, 근맥전, 아시아프, 당신의 마음을 그려줘요, 서울디자인 한마당, UN의 날 장애인 문화대축제 등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NM
출처- 이정 비평글